나의 이야기

아침 산책길에

정인숙 2013. 10. 28. 20:24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오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삼일 후에 아침 산책을 시작했다.

한 여름에는 6시에 나서다가 점차 6시 반, 요즘엔 7시에 나가야 해가 떠올라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면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늙었다는 표시다. 그래도 누워있노라면 머리가 아프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나서면 상쾌한 공기가 나를 반긴다.

저수지 주변을 거쳐 한내울 동네를 옆에 끼고 차리 들어가서 한 바퀴 돌고 나온다.

저수지 건너편엔 요즈음 집터를 닦느라 한창 공사중이다.

우리가 들어오면서 산을 깍아내리고 저수지 공사가 시작되고 저수지 건너편에 한내울 마을이 생기고

우리 앞쪽 언덕에 새로 집이 세 채 들어서고...

저수지 입구쪽으로 일곱 채가 들어설 예정이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산속 깊숙이 들어서는 듯 했는데, 어느새 집들이 하나 둘 들어서서 벌써 스물 세 채다.

우리만 들어왔으면 좋을텐데... 이것도 욕심이겠지.

산을 깍아내린 것은 우리가 처음이니까 남들이 산을 파헤쳐 집을 짓는 것을 어찌 탓하랴...

 

오늘 아이들이 파리서 돌아왔다.

현정이가 핸드폰을 잃어 버렸다는데... 그래도 몸 성히 잘 다녀왔으니 다행이다싶다.

가까이 살면 저녁식사를 준비해서 파리 이야기를 곁들여 함께 맛있게 먹을텐데 아쉽다.

어쩌면 멀리 사는 게 애들한테나 나한테나 다행일지도 모른다.

애들은 빨리 자리잡을 수 있고 나는 애들한테 향하는 마음을 다잡을 수있으니까 말이다.

그저 건강하고 사이좋게 잘 살기를 바랄뿐이다.

 

내가 처음 신혼여행 다녀오던 날이 생각난다.

시집에 들어가 산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꺼리낌이 없었는데 막상 대문이 가까워오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발걸음이 선뜻 떨어지지 않자 남편이 겸연쩍게 웃으며 이끌었지.

집에 들어서서 한복을 찾지 못해 소동을 피고 결국 홈드레스 차림으로 절을 올리고....

 어머니 쯔쯧 소리에 가슴이 눌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의 어머니와 그때의 어머니가 같은 사람인지 나도 헷갈린다.

지금의 어머니는 내게 의존하는 노인으로 변했으니 세월이 참 약인지 허망한건지 모르겠다.

나도 머지않아 그렇게 늙어가겠지.

내 마음을 잘 살피며 살아야겠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0) 2013.11.07
늦가을 시 몇 편 인용하다  (0) 2013.10.29
Jay-Jay Johanson - On the Other Side  (0) 2013.10.27
결혼식 스케치   (0) 2013.10.21
결혼식 스케치   (0)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