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산행 날이다.
이번엔 태안 솔향기길을 걷기로 했다.
이 길은 이전에 세 번이나 다녀온 길이다.
하지만, 완주는 못했다.
햇살이 고루 퍼진다.
바람도 없이 늦가을 햇살이 따사롭다.
태안으로 차를 몰아 구불구불 해안길을 따라 갔다.
꾸지나무골 해변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지난 번 칠갑산이 꽤나 호되어 그런지 일행 모두 씩씩하게 걷는다.
오르막이 계속 반복되지만,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가 아름답고 간간이 불어오는 해풍에 온 몸의 세포가 다 열리는 듯 하다.
우리동네도 공기가 좋지만, 여기 공기는 정말 상큼하다. 잔잔한 바닷물 물빛이 반짝이며 찰랑거린다.
열시 반쯤 출발. 한 시간여를 걸어서 바다가 보이는 벤취에 앉아 먹을거리를 꺼냈다.
구운 고구마와 커피, 과일즙을 먹고 다시 출발.
바닷가로 들어가니 용난굴이 나온다.
용 두마리가 승천하면서 생긴 굴이라는데... 한 마리가 날아가지 못해 굴 속 천장에 매달렸고 입구에 망부석이 생겨났다나...
다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중간 중간 쉼터마다 쓰레기가 즐비하다.
사람들 의식이 참으로 문제다.
몇 번을 다녀갔지만, 이번만큼 쓰레기가 많은 적은 처음이다.
아마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면서 버렸나보다.... 세상에나, 누가 치우라고...
우리 동네도 요근래 무척 더러워졌다. 저수지에 고기가 많다고 소문이 나면서 낚시꾼들이 몰려들고 쓰레기도 군데군데 쌓아져간다.
농사짓는 분들도 새참을 먹고는 아무데나 버리고 간다. 작년에는 몇 차례에 걸쳐서 청소를 했으나, 올해는 청소하기가 싫다. 이러면서 무뎌져가나보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왜 청소를 하지않나 하겠지...
오솔길이 이어진다. 해안 벼랑끝이 보인다. 바닷물은 철썩철썩거리고.
바다가 탁 터진 쉼터에 앉았다. 명희씨가 가져온 호박고지떡을 먹으면서 이 떡을 해먹으려고 품앗이한 이야기를 나눈다.
여러사람의 공이 들어간 떡이다. 떡만 보면 옛날에 엄마가 떡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큰 시루에 켜켜이 담고 솥과 시루 사이에 반죽을 해서 붙이고 불을 때고... 그땐 나무를 아끼려고 콩대를 말려 땠다. 불속에서 '탁 탁' 콩 터지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하다. 엄마 얼굴도 떠오르고... 아~~ 엄마... 보고싶다...그때 그 호박고지 콩떡도 먹고싶다.
여섬을 지난다.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잡고 있다. 아마 작은 게를 잡나보다. 여기 게가 엄청 많았었는데...
아직도 씩씩하게 걷고있는 동료들... ㅎㅎ. 칠갑산 험한 길을 걷다보니 이쯤이야인가보다. 사람의 힘은 아무래도 마음먹은 대로,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나싶다. 힘들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ㅎㅎ.
여섬에서 한 번 돌아나가고, 두 번째는 여섬에서 삼십분쯤 더 가서 마을길로 돌아나왔다. 세 번째는 정자...여섬에서 한 시간쯤 더 걷다가 마을 길로 나왔다. 이번에는 세 군데를 간단히 통과했다. 드디어 가로림만이 보인다. 이 해안만 돌면 만대항이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다. 가을날 해변길을 걷느게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 더운 여름이나 초여름이었다. 지쳐서 더 못걸었었다.
드디어 완주! 만대항으로 나왔다. 모든게 순조로웠다. 길과 바다에 쓰레기가 많아서 살짝 기분이 좋지 않은 것만 빼면.
횟집에 들어갔다. 평일이고 시간도 세 시가 넘었는데도 손님이 꽤 있다. 그런데... 음식 맛이 영 아니네... 이런!
횟집에서 차로 꾸지나무골까지 픽업해준다. 운전하시는 분이 바닷가 걷는 길이 생긴 연유를 설명해주신다. 면민회장인 어느 한 분의 피땀으로 일군 길이란다. 처음엔 동네사람들이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꽤나 손가락질했다고 한다. 혼자서 삽을 들고 일년 반 동안 일군 길이라니...
테안 사람들은 솔향기 날리는 이 길을 아름답게 보존해야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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