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제주땅 밟기 둘째날

정인숙 2014. 1. 14. 22:17

느즈막히 눈을 떴다. 아침 8시. 창밖에 아침 안개가 옅게 드리워져 있다. 낮기온이 영상 7도 정도라니 으흠! 좋은 날씨이렸다.

아침 식사로 전복죽을 먹었다. 사병들이 끓여 내오는 전복죽이다. 반찬도 깔끔하고 호텔곳곳이 군더더기가 없이 심플하면서 깨끗하다.

교사들도 이런 호텔 혜택이 있으면 얼마나 좋으려나 ㅎ.

 

레이와 둘째날이다. 레이야, 잘 부탁해~~!

앞창이 넓어 시야가 확 트여 시원하다. 스타트가 터치식이라 익숙치가 않고...

표선 해비치해변이 올레 3코스 끝이다. 제주 민속 박물관에 주차시켜 놓고 올레 안내소에 들러 안내를 받았다.

표선 해수욕장에서 부터 김영갑 갤러리까지 걷는 것이 오늘의 목표!

 

하늘이 넓게 퍼져있다. 바람은 싱그럽고 햇살은 투명하게 흩어진다. 겨울이라 추울까 걱정한 것이 기우다. 날씨가 이리 좋으니...

 

티끌도 보이지 않을만치 깨끗한 길, 그 옆 검은 흙 위에 유채꽃이 만발해있다.

꽃 구경하면서 한 삼십 분 걷다보니 어? 이상하다. 계속 찻길을 걷고 있네... 이럴 땐 다시 바닷가로 내려가야징!

바닷가로 내려가니 올레길 표지가 보인다. 어디를 걸어도 제주도는 기분좋다. 슬슬 걷다가 바닷가에 앉아 박샘이 준비한 간식을 먹고 차도 마시고.. 자맥질하는 갈매기들을 한참동안 쳐다보다 일어나 다시 걷는다.

 

어디선가 귤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흠 ~~! 이 달콤한 향이 어디서 오는거지? 드넓은 잔디 위에다 귤껍질을 말리고 있다.

한약재로 쓰이는거란다. 우린 거꾸로 걷고 있으니 설명이 뒤늦게 나온다. 여기가 신천 목장.

 

시간은 두 시가 넘어간다. 배도 출출하고 다리 힘도 빠질 무렵 식당이 나타났다. 맛나국수집.

옥돔지리를 먹었다. 1인분에 만원. 깔끔하고 칼칼한 맛이 속을 확 풀어준다. 바닷가로 난 창으로 파란 바다가 철썩철썩 드나든다. 후식으로 딸기와 바나나도 풍성하게 주셔서 챙겨들고 나왔다.

 

여기서부터 1.3Km 남았단다. 큰길 따라 걷다가 갤러리 이정표를 발견했다. 오르막을 조금 오르자 '김영갑갤러리'가 보인다.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기에 내 나름대로 상상도 했었다.

중산간 지역에 오롯이 자리잡은 갤러리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와보니 그 근처가 북적거린다. 앞길도 탁 트여있고...

 

이십 대 후반부터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속살을 찍다가 오십이 채 못되어 자신이 사랑하는 감나무 아래에 재가 되어 잠든 사진가, 김영갑.

그의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가 얼마나 인내하며 찰나를 기다렸는지 느껴진다. 빛을 기다리며 수없이 셔터를 눌러대면서 혼자서 느꼈을 희열이 전해진다. 그 뒤에 따르는 고독도. 

 

마라도를 찍은 흑백 사진을 보고 글을 읽었다. 물질적으로 궁핍하여도 마음이 풍요롭던 이십여 년전의 마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써 내려갔다. 그때에는 서로 나누며 행복하던 사람들이 물질이 풍요로와지면서  제각각 자신의 몫만 챙겨 아쉽다한다, 작가는.

어디 마라도뿐이랴. 내 삶은 어떻고...내 몫을 열심히 챙기면서 남들에게, 사회에 나눔을 바라다니... 얼마나 아이러니이던가. 나를 합리화하면서... 사진에서도 삶에서도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택시를 타고 표선으로 돌아오니 5시 40분. 서귀포로 차를 몰다가 석양이 아름다워 해변가에 멈췄다.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우는 일몰을 감상한다. 사진은 이제 김영갑모드로 바뀐다. 

숙소로 들어오니 7시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지냈으니 감사하다.

 

 표선해수욕장을 지나다.

 잘못 들어선 길. 그래도 기분좋게 걸었다.

 

 

 

 

 

 시멘트 방파제 위에 제주표 검은 돌을 붙여놨다.

 

 

 간식을 먹으며 걸터 앉아 찍다.

 저 물새들 이름은 무얼까나...

 

 이 꽃이 길가 담장 아래에 피어있다.

 

 

 금귤이 노랗게 익어있다. 주인장이 따 먹으라 하셔서 한 개씩 맛보았다. 신선한 달콤함... 걸으면서 느끼는 행복감.

 

 

 

 

 신천목장 초지위에는 귤피 말리느라 한창 바쁘다.

 

 

 옥돔지리를 맛있게 끓여주시고 과일까지 후식으로 넉넉히 내주신 식당 아주머니께 감사드리며...

3코스에서 간신히 만난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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