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대마도 여행 마지막 날 - 전쟁의 풍랑을 잠재우는 바다

정인숙 2013. 6. 9. 14:27

은행나무 - 왕인박사 현창비 - 한국전망대 - 도노구비고분 - 도노자키 - 미우다 하마

 

2013년 5월 30일,

벌써 나흘이 지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창문을 여니 바다가 반짝인다. 오늘은 일출을 볼 수 있으려나 살짝 기다렸으나 구름에 가려 뿌옇게 밝아온다.

날마다 생선구이와 반찬이 다르게 나온다. 낫또와 달걀, 생선구이, 국은 맛있으나 나물류는 '흡!' 소리가 나올만큼 달디달다.

짐을 싸서 버스에 오른다. 싱그러운 바람과 나무내음... 

 

 

 

1500여년 전, 백제인인 심었다는 은행나무 앞에서 할말을 잃다.

그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뒤태도 보고 옆태도 살펴보고... 은행나무 잎이 작아도 싱싱하다.

일본인들 특유의 섬세함으로 저리 잘 가꾸었으리라 여겨진다.

 

 

 

고목 뒤쪽 사원.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려고 뭔가 장치를 해놨다. 페트병을 잘라서 바람개비처럼...

 

 

고구마밭에 씌운 망. 양파가 왜 저리 죽었을까나... 시골 살면서도 양파가 왜 쓰러졌는지 몰랐다.

집에 돌아와 물어보니 다 자라면 잎이 넘어진다고... 좀 더 잘 살펴보고 다녀야하는데...

 

왕인박사 현창비.  왕인박사는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과 도공, 야공, 와공등 많은 기술자들을 동행하여 일본으로 건너간다. 그들은 천황을 비롯한 일본인들에게 글을 가르쳐 학문과 기술 공예, 문화의 기초를 세워 아스카 문화의 뿌리가 된다. 전남 영암에서 출발하여 대마도를 거쳐 본토로 들어갔으리라 추정하며 경유지에 비석을 세움.

 

비석 앞에 녹용을 바쳤네...기운 내시라고?

 

톳을 고르고 푸대에 담는 어민들.

 

 

한국전망대에 오르다. 멀리 부산이 보인다는데... 하늘이 맑지 않아 어렴풋이 눈 짐작만. 이곳에서 조선에서 건너오던 역관들이 풍랑을 맞아 대거 참사하는 불운한 일이 벌어졌다고...1703년에. 그들을 기리는 비석이 떠도는 영혼을 달래려나.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남아있는 도노구비 고분 가는 길.

한반도에서 출토되는 유형과 흡사하여 고대인들이 전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동네 골목 길에 있는 고물건 가게를 구경하다.

 

일행중 화가인 분이 보물을 잡아내다. 처음에 천엔을 부르다 결국 삼백엔으로 낙찰되었다고...

점심으로 우동과 초밥을 먹었다. 우동이 개인 화로에서 따끈하게 데워진다. 단무지의 깊은 맛...가히 원조 우동과 단무지? 아무튼,  맛있다.

러일해전 전승지 도노자키.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도고제독을 천황이 격려하나? 조각상 아래 '평화'와 '우호'란 글자가 보인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유달리 '평화'란 글자를 많이 새겨놓았다. 임진왜란, 러일전쟁, 청일전쟁, 태평양전쟁등으로 일본인들이 수난을 많이 당해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각별하다고 가이드가 귀뜸한다. 전쟁을 이끄는 자들은 명예롭겠지만 일반 민간인들은 계속 전쟁 군인으로 나가야하고 물품지원을 해야하니 어느 집이나 초상집이고 가난을 붙잡고 살아야했으리라.....

 

백여년 전, 저 앞바다에 러시아군 배들이 몰려와  포성이 울리며 바다가 아수라장이었으리라. 전쟁의 풍랑을  바다 밑으로 잠재우고 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  잔잔한 수면의 바다는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