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교인 한어사 - 서산사 - 만송원 - 카미자카전망대 - 고모다하마신사 - 이시야네
2013년 5월 27일
먼길을 돌아 대마도에 왔다.
건국대 박물관에서 이끄는 답사팀에 합류. 조선통신사의 길과 고대 한민족의 유적지를 더듬어가는 답사로 3박 4일 예정이다.
나는 그보다 이틀이나 앞선 25일 서산서 짐을 꾸려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큰 가방을 끌고 서강대에 가서 혜빈이 딸 결혼식에 참석하고 행당동 미에네 집으로 낑낑대고 들어갔다. 하룻밤 신세지고 서울역으로 가야한다. 집에서 일찍 나와 종로 5가 아웃도어 용품점에 들러 가방과 모자를 구입하고 약속 시간에 맞추어 서울역으로. 미애와 도착하니 혜린이가 먼저 나와 앉아있다. 이제부터 4박 5일 여행의 시작인데, 어제 집을 나온 나는 벌써 지친다.
부산까지 약 세 시간. 옥경이 도착. 열차 안에서 부터 도란도란 이야기가 시작된다. 옥경이가 퇴직하고 처음으로 함께 떠나는 여행... 아니다, 그전에 하루코스로 순천 조계산에 다녀왔구나...
부산에 도착하니 여섯시 경, 부산역앞 모텔에 짐을 놓고 시내로 나왔다. 숙소가 어찌나 더러운지 잠시 머물기도 숨이 막힌다. 저래서 어찌 손님을 받을꼬. 부산역 근처 돼지국밥 집서 저녁을 먹다. 처음 먹는 돼지 국밥인데 썩 맛있지는 않다. 그래도 시간이 되면 잘도 먹는 내 식성. 집을 나오면 더 잘 먹어 얼굴이 둥그렇게 변하니.
27일 아침이 밝아온다. 6시 10분에 셔틀 버스를 타고 부산 여객 터미널로 이동. 터미널에서 한솥 도시락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승선한다. 쾌속 훼리 '코비'로 두시간 정도 달려 대마도에 도착한다. 대마도까지 49.5km 거리이다. 일본 본토까지는 140여 km. 한국과 가까와도 일본이다. 간단한 입국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싱그럽다. 공기도 눈도 푸르름에 시원해진다.
골목길에 피어있던 신기한 꽃.
대마도의 수도격은 이즈하라항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한글학교였던 한어사 건물이 지금은 민가이기에 지붕과 뜰만 골목에서 내려다봤다. 건너편 서산사로 들어간다.
서산사는 대마출신 승려 현소가 건립한 사찰로 1711년에 건립되었다.
경내에 들어서니 정갈한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흔히 보니 단청이나 독경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선통신사의 숙소겸 외교사저로 쓰였다고 한다.
학봉 김성일 선생의 시비가 정원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 안동 의성 김씨 종친에서 2000년에 세웠다고.
석곡. 이번에 처음 본 꽃이다.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희귀종이라는데 여기오니 곳곳에 피어있다. 나무에 기생하는 난꽃 같다.
이꽃도 제주도에 있다는데... 이름을 잊었네...
작은 정원 곳곳이 사람의 손길로 정성스레 가꾸어져 있다.
화단이외의 길은 박석과 잔돌로 깔아 잡초 한올 보이지 않는다.
나흘 내내 대마도를 돌면서 신발에 흙이 묻지를 않았다. 어디든지 돌을 깔아 흙먼지가 날리지 않는다.
경내. 사찰이라기 보다 가정집같은 분위기다. 지금도 사찰 유스호스텔로 쓰인다고.
식수가 나오는 대나무통에서 이끼가 예술적으로 자라고 있다.
일본인들의 섬세함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얼마나 부지런하면 이렇게 정갈하게 가꾸고 살까.
골목길 어느 집. 기와 위로 담쟁이가 서로 북돋워주며 올라간다. 담쟁이 잎도 깨끗하게 반짝거린다.
지나는 길에 마주친 덕혜옹주 결혼비. 내일 상세히 둘러볼 예정이다.
만송원 들어가는 입구에 신문고가 놓여있다.
만송원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대 대마도주 소우 요시토시는 임진왜란이후 조선과 국교회복을 위해 전력을 다해 조선통신사를 성사시켰다.
20대 도주 소우 요시나리가 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1622년에 건립한 묘지이다.
묘지라기 보다는 울창한 숲에 들어선 느낌이다. 이른 여름 연초록빛이 얼굴에 물들고 짙은 숲 내음에 아무 말이 필요없는 곳이다.
그저 깊숙이 숨만 들이시고 눈으로 초록을 감상하고...
조선과 교류하며 받은 하사품.
도쿠가와를 모신 절.
만송원에 오르다. 묘지에 간다기보다 울창한 숲으로 산림욕가는 기분이다.
얼굴도 마음도 초록으로 물들고 친구들과 걷는 걸음도 즐거워라~~.
역대 대마도주들의 비석이 즐비하다.
조금씩 형태는 달라도 거의 비슷한 모양인데, 이것는 특이하다. 천주교에 귀의한 대마도주의 비석이라고 한다.
시내로 나가는 길의 난간도 어찌나 깔끔하던지...
점심은 카레와 닭 튀김. 밥이 찰지고 맛있다. 무엇보다 음식이 정갈하여 더 맛나는 듯하다.
만든이의 노고에 보답코자 깨끗이 비우다.
카미자카 전망대에 오르다. 멀리 아소만이 보이고 맑은 날이면 조선이 보인다한다.
숲길을 따라 걸으면서 숲내음에 취하다. 길을 걷다가 군대 막사로 쓰이던 콘크리트 벙커를 잠시 둘러보다.
1800년대 부터 끝없이 전쟁을 치르면서 곳곳에 막사를 지어 전시 태세를 갖춘 흔적.
친구들...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혜옹주의 남편이었던 소 다케유키의 시비.
그 내용은...
섬도 야위었지만 친구도 야위었다.
물고기를 조각하면서 가만히 바다 조류를 본다.
그래도 나에게는 꿈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친구는 웃겠지만 심야에 세계지도를 펴고
콤파스를 잡고 대마섬을 축으로 크게 돌린다.
고모다하마신사.
1274년, 고려 고종 때 몽고군 2만 명과 고려군 1만 명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일본을 정벌했다.
이때 전사한 일본 군인들을 모신 신사다.
러일전쟁 전리품.
동네 곳곳에서 이시야네를 발견했다. 양파를 어찌나 가즈런히 매달았는지 감탄하고... 어느 집 담이 측백나무를 가즈런히 다듬어 초록으로 뒤덮여있다. 그집 구경을 나섰다. 주인이 친절하게도 정원으로 안내하신다.
아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그 분의 노고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저녁식사는 이시야끼. 어패류와 야채를 소스에 담궜다가 달군 돌 위에 구워 먹는다. 아사히 맥주와 사케도 곁들여.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자 기모노를 입은 레스토랑 주인이 일본 춤까지 추신다. 표정도 없이 야무지게 입을 꼭 다물고... 그네의 공연이 끝나자 일본 춤을 가르쳐 주겠다며 모두 일어서란다. 일본 음악에 맞추어 졸지에 춤을 추니 쑥쓰럽기도 하지만, 즐겁기는 모두 한마음이다.
그런데, 아뿔싸! 다다미가 너무 낡아서 짚이 옷에 묻어 나온다. 벌레에 민감한 내 피부는 벌써부터 가렵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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