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대마도 둘째 날 - 비오는 골목길을 누비다

정인숙 2013. 6. 6. 23:55

미네역사자료관 - 수선사 - 덕혜옹주  결혼기념봉축비 - 고려문 - 국분상태랑비

 

2013년 5월 28일

우리가 묵은 곳은 나기펜션. 일본식이라 숙소내에서 신을 벗고 생활하니 참 편리하다. 신발 갈아신지 않고 계단으로 내려와서 식당에 들어서니 좌식 식탁에 개인별로 아침상이 차려져있다. 낫또, 연어구이, 나물, 달걀... 아침부터 푸짐하게 먹는다. 약간 짜고 많이 달고... 그래도 음식 고유의 맛이 살아있어 맛나다.

 

 

숙소 창밖으로 바다가 보인다. 날이 좋으면 일출을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비가 오니 일정을 바꾸어 오전에 대마도 북쪽 방향으로 한 시간 남짓 달려 미네역사자료관에 갔다.  유물이 신라 가야시대과 비슷하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고대 컴플렉스가 작용하고 한국은 근대 컴플렉스가 알게 모르게 쌓여 있어 두 나라가 감정이 좋지 않다지. 일본인답게 미네지역 갖가지 유물부터 생활민속품까지 자그마한 박물관에 전시물이 가득하다. 사진촬영은 금지.

 

 

어느정도 비가 가라앉는다. 이대로 개이면 좋으련만... 근처 식당에서 일본식 부페로 맛있게 푸짐하게 먹다.

작은 호텔이라 우리 일행은 두 번에 걸쳐 식사. 자리를 비워주어야 하건만, 빵도 맛있고 아이스크림도 먹어야하고 커피도 마셔야하고...

 

 

 

 

골목길을 돌아 수선사로 향한다.

일본인들은 작은 공간에도 꽃을 가꾸고 집안에도 박석길 외엔 정원을 꾸몄다. 싱싱한 나무와 꽃들이 가득하다.

 

 

 

수선사. 656년 백제 비구니가 세운 절. 구한말 유학자이자 항일운동가인 면암 최익현선생은 체포된 후, 대마도로 유배된다. 순국후에 이곳 수선사에서 장례가 치러져  시신이 나흘동안 안치되어 있었다 한다. 1978년에 순국비가 세워지다.

 

 

빨간 턱받이를 한 스님들. 일본인들은 지장보살이 죽은 아기를 돌봐준다고 믿는다.

이생을 일찍 뜬 아기의 영혼을 달래고자 예쁘게 턱받이를 입혔다.

 

 

 

 

일본 절 뒤켠은 돌비석이 그득하다. 화장한 후, 유골을 묻고 묘지석을 세운 것. 다니다보니 굴러다니는 비석도 보인다.

자손들이 절에 오지 않으면 내팽개쳐지나. 어디서나 후손이 빈한하면 선조들이 대접을 못 받는 현실에 씁쓸하다.

 

 

수선사 경내.

 

 

골목길.

조선통신사의 길.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

덕혜옹주는 1912년 5월 고중과 궁녀 양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엄귀비가 1911년 사망한 후에 고종은 궁녀를 취하여 60세에 딸을 얻는다.

나라가 망하고도 늦게까지 자식을 본 고종... 고종이 1919년에 사망하였으니 덕혜옹주의 태평세월은 6년일 밖에.

 

일본은 덕혜옹주를 1931년 대마도주 소 다케유키와 정략 결혼시키다. 다음 해에 깔 정혜를 낳는다. 옹주는 결혼후에 계속 우울증과 정신병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아 55년에 이혼당하였다.

 

이승만대통령이 '덕혜옹주가 누구냐'고 물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관심하니 귀국도 여의치 않고... 1962년 귀국하여 실어증과 지병으로 고생하다 1989년 4월 21일 낙선재에서 세상을 떴다. 그야말로 한많은 인생...

 

 

 

 

 

             조선통신사의비.

 

             고려문.

 

 

 

 

 

 

              골목길을 구비구비 돌아 어느 절엔가 들어서다. 즐비한 묘지길로 올라가보니...

이완용이 쓴 묘비가 있다. 한일합병문 초안자인 '국분상태랑'이 죽자 이완용은 이를 애통히 여겨 비문을 새겼다.

 

고구려 유리왕과 같은 한자로 된 전각이 있다고... 이 이름의 유래를 앞으로 밝혀야한다고 귀뜸.

가즈런히 놓인 바가지. 사원 식수용. 대마도는 수질이 좋아 아무 물이나 먹어도 된다나.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 옷이 흠뻑 젖었다. 그래도 흙탕물이 아니니 말리기만 하면 될 듯. 신발이 푹 젖었으니 신발 말리기가 가장 큰 관건.

 

 

 

이것들을 네 명이 함께 구워서 먹고... 개인용 회는 각자 먹고... 간장병이 앙증맞다.

 

 

 

숙소에 들어가 혜린이가 가져온 와인을 음미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친구들과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어 참 좋다. 남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얼마나 공허로운지...

 

따져보니 친구들과 만난지 어언 36년이다. 스무살 어리버리한 시절에 만나서 조금씩 우정을 쌓아가며 지금에 이르렀으니 참으로 오랜 세월이다. 젊은 시절엔 아이들 키우고 직장 다니느라... 무엇보다 사고방식은 진보적임에도 생활은 보수적이라 자주 만나지 못했다.  1년에 두어 번 만나도 비슷한 책을 읽고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는게 신기했었다. 이십 대에 굳어진 사고의 틀이 그래서 무섭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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