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도서관에 잠깐 들르니 한명기라는 이름이 확 들어온다. 친구가 국박 강좌를 들으면서 내내 칭찬하던 역사학자다. 얼른 대출하였다.
'왕과 아들'
조선시대 왕과 아들의 애증관계를 파헤친 책이다.
태조와 이방원, 태조와 양녕대군,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그야말로 문제 아버지와 문제 아들이다.
태조와 이방원.
이방원은 태조의 아들중 가장 출중하다. 아버지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일으키자 재빨리가족들을 피신시키고 공양왕과 이성계 사이의 가교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이성계를 왕으로 옹립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런 아들이 철천지 웬수같은 자식이 되어버린다. 그 서막은 정몽주를 살해하면서 부터 시작된다.
역성혁명의 걸림돌이라 생각하여 아버지의 동의를 받지않고 독단적으로 정몽주를 살해하자 이성계는 아들을 저버린다.
이방원은 제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과 세자 방석, 그 측근들을 일시에 제거하였다. 제2차 왕자의 난에서도 형 방간을 죽이고 승리하여 세자로 책봉된다. 정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태조 이방원은 그 뒤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무진 애를 쓰지만, 태조는 노여운 마음을 풀지 못한다. 함흥차사... 개경에서 수시로 어디론가 가버려 태종이 성리학의 근간을 모르는 아들임을 알리려 한다.
세월이 흘러 태조 이성계가 죽고 태조가 세자를 키워야할 처지가 된다. 세자 양녕대군을 성리학의 이념에 맞는 군왕으로 키우고자 하지만, 세상사가 마음대로 되던가. 양녕은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이고 짬만 나면 놀이 ㅡ 활쏘기와 여색 ㅡ 에 빠진다. 양녕을 감싸며 재기할 기회를 몇 번이나 주지만. 사돈의 첩을 연인으로 삼고 아이를 가져 결국 세자직에서 퇴위시킨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왜 유동근 얼굴이 자꾸 겹쳐지는지... TV의 위력을 무시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싶다.
선조와 인조는 왕으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 그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맞아 자신의 안위를 제일선에 두고 안절부절한다. 그들의 뿌리깊은 열등의식은 아들 괴롭히느라 정신없다. 선조는 자신은 피신하고 광해군에게 분조 역할을 맡겨 아들이 일을 잘 수행하면서 백성들의 신뢰를 얻자 안절부절 병이 도진다. 무려 열 여섯 차례나 양위를 하겠다고 광해군을 위협한다. 그때마다 광해군은 차디찬 땅바닥에 엎디어 머리를 조아리며 잘못했다고 빈다. 도대체 뮐 잘못한 것인지... 참내... 책을 읽는 내내 사백여 년 전 그 상황이 떠 오른다. 이런 왕 아래서 조선이 오백 년을 영위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병실에서 책을 마저 읽었다. 누워서 읽으니 자꾸 잠에 빠져든다. 침대를 올리고 식탁을 펴고 앉아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도 휴대폰으로 블로그를 찾아 올리고 있다. 이마저 없으면 마냥 잠만 잤을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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