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팔 월말 더위

정인숙 2013. 8. 26. 14:38

 

5시 사십 분에 일어나 몸을 이리저리 흔들다. 나이가 들긴 확실히 들었다. 벌떡 일어나거나 휙 움직이기가 힘들다. 행동도 말도 굼뜨다. 생각도 굼뜨겠지...

 

새벽 공기가 시원하게 들어온다. 이젠 이 맛을 몸이 기억한다. 시골에선 하루의 시작을 즐겁게 누릴 수 있다. 오늘은 남편이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벌써 밭에서 일하고 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도시민의 습성을 떨치지 못하더니 요즘 일찍 일어난다. 허어! 저이도 늙어가나보다. 자신의 생활습성을 바꾸다니...

 

슬슬 산쪽으로 올라가본다. 다리가 저려 쩔쩔매고 다닐 때와 비교하면 아주 좋아졌다. 아직도 완전히 났지는 않았지만... 조심 조심 살지어다.

 

하루종일 듣는 풀벌레 소리여도 새벽에 듣는 소리는 더 영롱하달까. 피아노 곡을 들으며 산길에 접어든다. 마을까지 돌아 나오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밭일하시는 분들께도 인사하고 날로 여물어가는 밤송이에게도 인사하면서 휘적휘적 걷는다. 오늘 낮에도 꽤나 덥겠다, 아침 안개가 오르는 것을 보노라니... 산을 내려오니 아침 하늘이 멋지게 열리고 있다. 와! 멋있네... 마음이 환해진다. 이럴땐 핸폰 사진이라도 찰칵!

 

지금은 한 낮, 가만히 앉아 책을 읽고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모기 입이 삐둘어진다는 처서도 지났으련만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그 덕에 밭에선 고추가 빨갛게 잘 익어가고 데크 위에선 투명하게 말라간다. 모든 일엔 좋은 일 나쁜 일 양면이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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