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민제가 현정이와 함께 내려왔다.
민제가 오는 길에 전화를 했고 그 옆에서 '안녕하세요?' 하는 현정이 목소리...
남편에게 민제 온다고 전하고 그 옆에 현정이가 인사하더라고 전했더니 대뜸 '현정이도 오냐'고 한다.
아직도 낮선 식구다, 그에게는.
이제부턴 민제 온다하면 현정이도 오는거다, 앞으론 껌딱지다. 민제는 현정이 껌딱지, 현정이는 민제 껌딱지라고 말했다.
이제 아들은 개별존재가 아니다. 가정을 지니게 되니 모든게 자신의 가정이 우선이어야 한다.
내가 부부의 연을 맺었을 때, 우리 둘만의 삶과 꿈을 얼마나 간절히 소망하였던가. 언제든 부모님이 우선이어야하니 독립적인 삶을 얼마나 원하였는지... 이제 반대 입장이 된다. 처신을 잘해야겠지...
엊저녁엔 바비큐 그릴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고기 한 점 먹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고 모기와 싸움을 벌이고... 남편은 이런 일상사를 귀찮게 여긴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자잘한 일들이 이런 일상사이건만, 어찌 귀찮다 하리오...
오늘 청포대 해수욕장으로 조개를 잡으러 갔다. 맛조개
난 그냥 바닷가나 거닐다 물에 발이나 담그려하였건만, 물에 담가도 시원치가 않아 거닐다 애들을 만났다.
조개 구멍을 찾아 햇빛이 내리쬐는 갯벌을 거닐다. 많은 사람들이 갈퀴나 꽃삽, 호미를 들고 조개 담을 통을 들고 갯벌을 헤집고 다닌다.
어떻게 잡나 구경하면서 비법을 전수받으러 가까이 갔다.
방법도 묻고 애네들이 인터넷으로 검색한 지식을 동원하였건만... 우리는 단 한 마리 잡았다.
민제가 조심스레 구멍을 파고 현정이가 소금을 붓고... 드디어 쏘옥 고개를 내민다... 그 순간 잽싸게 잡아채고.
다시 비스끄름한 구멍을 열심히 파헤쳤건만... 현정이는 실망에 실망... 푸하핫!
돌틈을 뒤져 작은 게들도 잡았다. 수렵채취의 본능을 충족시켜주길래 이 많은 사람들이 갯벌을 헤메고 다니나보다... ㅎㅎㅎ.
한 시간여를 헤메다 텐트로 돌아오니 텐트 세운 것이 무색할만치 햇빛이 쨍쨍 들었다.
남편이 거기서 잠자다 땀이 질질 흘러 눈을 떳단다. 에구 미련퉁이...
텐트 친 자리 바로 위가 소나무 밭이다. 그냥 깔판만 깔고 시원한 그늘서 쉬고 있으라 할 것을...
오는 길에 막국수 한 그릇씩을 사먹고 태안 시장으로 갔다.
벌써 네 시가 넘었으니 저녁 식사는 못하겠고 안주거리로 오징어와 소라를 샀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이나마 아프지 않고 몸을 움직이니 다행이다. 앞으로도 이런 소소한 재미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