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청첩장

정인숙 2013. 8. 23. 19:54

 

청첩장이 나왔다. 지난 주에 애들과 함께 문구를 만들어 보냈더니 이삼일 후에 바로 나오네... 이 문구대로 사는 동안 내내 서로 아끼고 베풀면서 살았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육개월 전에 결혼 날짜가 정해질 때는 아직 먼 일인줄로 알았는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 이제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어제는 민제가 이사를 했다. 20일에 잔금을 치루기 전, 집 상태를 둘러보니 거실 마루가 엉망이다. 원목 마루위에 니스칠을 한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시커먼 때로 변한 것이다. 청소업체에 알아보니 제거하는데 25만원이 든다한다. 주인이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주인에게 사정을 전하니 이리저리 둘러보고 쾌히 제거해준다고 한다. 다행이다.

잔금을 치뤘다. 우리 부부를 비롯하여 아이나 부모님 모두 상당히 알뜰한 편이다. 그렇게 돈을 모아 넉넉한 집을 장만할 수 있어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21일에 안방 벽면만 도배. 청소. 현정이가 하루종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관리를 하고... 우리는 어제 22일에 수원으로 갔다.

 

이년 반동안 혼자살이를 하면서 이것저것 사 모은 것이 적지 않다. 차 두 대로 두번 나르고 ... 나는 부엌이며 방이며 차례대로 짐 꺼내 싸고 닦아내고... 에어콘을 켰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에이~~! 이왕에 흘릴 땀하며 에어콘도 끄고 베란다며 창틀도 다 닦아냈다. 청소하는 분들이 행여 이집 살던 사람 흉볼까 싶어.

 

애들이 살 집으로 갔다. 새로 들어온 가전제품과 가구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인테리어에 딱 맞추어 들어앉아있다. 오! 안목이 높은데... 시간을 두고 결혼하니까 며느리가 낯설지않아 좋다. 가만히 살펴보니 현정이는 행동을 현명하게 처신한다. 요즘 아이들답게 밝으면서도 야단스럽지 않다. 둘이 집안을 둘러보며 여기다 뭐 놓고 여기는 이렇게 사용하자 하며 속닥인다. 참으로 보기 좋은 모습이다. 앞으로도 쭈~욱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면 바랄 것이 없겠다.

 

애들 모습을 보니 예전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제대로 말도 못하고 속앓이를 하니 표정은 갈수록 좋지 않았던... 아마 일종의 열등의식내지는 자격지심 아니었을까 싶다. 아버지가 안계셨으니 기댈 언덕이 없어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려운 시절을 잘 이겨내고 이렇게 좋은 날을 맞으니 기분이 좋다.

 

민제짐을 대충 정리하고 집에 가져올 물건들을 싸고... 퇴출 물건... 5시쯤 수원을 떠났다. 매트리스를 차에 실어서 어둡기 전에 들어가야하니까. 저녁부터 비가 온다니 고추도 걷어야하고. 집에 돌아오니 7시 채 안되었다. 뜨거운 열기 아래서 고추가 잘도 말랐다. 마른 고추는 비닐봉투에 담고 덜 마른 것은 다락방 전기판넬 위로 보내느라 땀범벅이 되었다. 그새 모기가 어찌나 물어댔는지 목 주변이 울퉁불퉁하다. 모기야, 나는 니네들 먹이가 아니여....

 

아들이 이사까지 마치니 비로소 부모노릇을 다 한거같다. 애들이 집 좋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흐뭇하다. 나도 남편도 아이도 모두 수고 많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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