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2013 새해 첫날 아침 풍경

정인숙 2013. 1. 1. 14:01

새해가 밝았다.

이제 56세인가...

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대서 정말인줄 알았다.

그저 나이만 먹는 줄로. 그런데, 몸에 이상이 온다.

쉽게 일어날 수 없고... 힘차게 일할 수 도 없고... 땀 흘려 운동하기도 겁나게.

연말에 서울에 다녀온 날 밤, 아침부터 찌부둥한 몸이 약간 이상했다.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고 허리도 곧게 펴지지도 않고...

이게 뭐지?...

그러더니 탈이 났다. 왼쪽 허리 아래가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마음속으론 ' 일시적인 근육통이야. 자고 일어나면 나아질거야' 굳게 믿었다.

 딱 이틀 동안,  무지 아프고 나았다.

대선 패배의 상실감, 자산 손실의 상실감일까...

 

서울에 올라가 친구들과 만나 나이 먹어감을 이야기하고 이제 모두 퇴직했으니 좀더 자주 만나 여행도 가자면서 앞으로의 계획도 짜고.

밤 늦게 서산행 버스에 올랐다. 터미널로 마중나온 남편을 만나 돌아오는 중에 경기저축은행 영업정지소식을 들었다.

순간 가슴속에서 '쿵' 소리가 울린다. '우우~~ 내 돈... ' 이제 돈을 벌 수도 없는데, 있는 돈을 잃어 버리다니... 바보같다.

 

이자율이 조금 더 높다고 의심도 안해보고 덥석 큰 돈을 맡기다니...

3년 전인가... 남편이 경기저축은행에 후순위채권을 사겠다고 했다.

그동안, 큰 돈을 벌어오진 못했어도 실수를 한 적도 없고 꼼꼼하게 잘 살피는 성격이라 퇴직 후에 통장 관리를 내줬었다.

나는 직장 다니면서 알뜰하게 살아오느라 지쳤으니까 이젠 해방이다 하면서... 

흔쾌히 동의를 했고 육천만 원을 넣었더니 경쟁이 2대 1이었다며 삼천만 원만 예금이 되었다.

여기서 그쳤어야 했는데...

 항상 욕심이 화근이다.

서산으로 이사오면서 남편은 아파트를 팔자고 하건만, 왠지 아쉬어서 싸게 전세를 놓았다.

그돈에서 다시 칠천만 원을 넣었다. 이번에는 오천백만 원이 해당되었다.

그래서 남편 이름으로 삼천만 원, 내 이름으로 오천백만 원을 후순위채권으로 넣었다.

매달 나오는 이자 돈은 펀드 가입을 해놓고 ...

 

두 해가 지난 지금,

일산 아파트는 값을 매기기 두려울 정도로 바닥을 치고

경기저축은행은 망하고

펀드는 원금 이하로 떨어졌다.

 

순간 맥이 풀어진다.

도대체 금감원은 무엇을 하였는지...

BIS지표와 회사 영업실적이나 자본금은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퇴직금을 넣어둔 공제회는 믿어도되나... 세상이 무섭다.

어리숙한 사람은 그대로 당한다더니 ... 어떤 조직에도 속해있지 않으니 이럴 땐 망망대해에 있는거 같다.

이제부턴 정말 작은 욕심도 갖지 말고 조금씩 쓰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새해아침이다.

큰 공부했다쳐야지... 그래도 가슴이 아린것은 어쩔 수가 없다.

 

새해 아침, 새벽에 눈이 내려 아직도 흐리다. 태양 빛은 흐릿한 하늘에 붉은 기를 띄운다.

7시에 눈 치운다고 나간 남편이 9시가 되어도 감감무소식.

보온병에 커피를 담고 옷으로 단단히 여매고 밖에 나섰다.

며칠만에 밖에 나서는거 같다.

병원에 오가는 일 말고는 현관밖 출입도 하지 않았으니...

마을 입구까지 말끔히 눈을 치웠다.

저수지 건너편에 사람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홋, 저기있군요'

조심조심 걸어가 커피를 내밀고

함께 마시고

돌아온다.

 

새해엔 그저 조금씩만 나아지길 바란다.

나와 내 가족도 조금씩 더 행복하고

이웃들도 조금씩 더 무탈하고 더 웃고

이나라의 젊은이들 조금씩 더 월급받고 조금씩 일자리 늘어가고, 정규직으로...

추운 날, 추위에 떠는 노인분들 조금씩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오늘 새해 첫날이니 밝게 웃자, 무조건 ㅋㅎㅎ

 

 

 

 아침 7시경 동트기전.

 

 

 눈 치우느라 닳아버린 눈 넉가래.

가사 저수지

 

 

 저수지가 꽁꽁 얼어붙자 새들도 날아가버렸다. 이 추위에 어디로 갔을까.

 

 

 

 

 

 

             땀 흘려 눈 치우고 돌아가는 두 남자를 보며 문득 '착한 사람들'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새해엔 착한 사람들이 맘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

 

 

 

 

 

           새해 첫날, 티없이 웃고 계시는 우리마을 선생님부부.

            해가 떠오르자 눈을 치워놓은 언덕길이 쉽게 바닥을 보여준다. 그래서 눈을 제때 치워야한다고...

 

 

 

 

           부숭부숭 털난 것같다. 잔디풀이 삐죽~~.

 

          첫해에 심은 남천 묘목이 그래도 이만큼 자랐다. 10센티 채 안되던 것이 삼십센티 정도로 자랐다.

          1/10 정도만 살았으니 문제. 애네들도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토양이 좋아야한다, 내가 키워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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