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가오는 추석이 한해 한해 남다르니 나이탓일까. 생활 환경이 변한 탓일까.
사소한 일로 남편과 다투고 냉전상태를 한 이틀 보냈다.
그래도 아들과 어머니가 오시니까 급 화해모드로 바뀌어야 하는데...
'아휴! 명절이나 집안 일 앞두고 다투면 좀 비위좀 맞춰줄 것이지...'
이리저리 궁리해도 마음속 응어리가 맺혀 잘 풀리지 않는다...
민제가 대형 TV 출시 땜에 계속 야근이란다.
추석때도 못올뻔 했다니 민제 좋아하는 것 위주로 장을 본다.
동네 나가서 부추와 쪽파 얻어 김치 담가놓고
송편도 조금 만들어 놓고...
어머니 모셔오고 민제 집에 돌아오고 ...
난 부엌에서 일한다.
작년엔 녹두전을 하지 않았는데 아들이 좋아하니 다시 만들었다.
그대신 동그랑땡은 포기. 그 두개가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회 먹고 싶다니 회도 좀 떠오고 꽃게도 삶아주고 ...
나물 세가지 하고 탕국 끓여놓고 ... 저녁 먹고 송편 찌고 나니 모든 일이 끝났다.
허리와 골반이 뻐근하다...
그래도 어머니가 예전과는 달리 이것저것 잘 드신다. 이틀 주무시고 가야한다고 그렇게 말씀드려도 어제 기어코 가셨다.
요양원이 재미있으시다고. 무엇보다도 할머니들이 어머니를 찾으신다고...
정신이 오락가락하셔도 나를 귀하게 대해주는가, 내가 쓸모있는가에 무척 예민하시다.
여기 오면 끊임없이 맞장구 쳐주며 이야길 나눠주지 않으니까 가신다 하시는거 같다.
어머니 모셔드리고 세 식구가 꽃지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잠깐 바닷가에서 바다 구경하고
모래위에 칸델라 등이 박혀있어 민제가 옮겨놓으려니 펑 터져 버렸다.
돌아보니 바닷가에 쓰레기가 많아 지저분하다.
비닐도 모래사장에 박혀있다. 하나 주워서 유리조각을 다 담고 주변에 버려진 플라스틱이나 병조각 등을 담아 쓰레기장에 버리려니 눈에 띄지 않는다....
주차장에 있으려나 했더니 거기도 쓰레기통이 없다.
마침 화장실 입구쪽 리어카에 쓰레기가 담겨있어 넣으려는 순간,
아주머니 두 분이 잽싸게 나타나셔서 막 호통을 치신다.
" 여기다 버리면 안되요! 집으로 가져 가요!"
"저... 이거 바닷가에서 주운건대요... 어디다 버리나요?"
"바닷가에 도로 갖다 놓으세요. 거기 청소 담당이 할거에요!"
"버릴 데가 없는데요..."
"국립공원엔 원래 쓰레기통이 없어요. 그러게 좋은 일 하지 말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요! 도로 갖다 놔요!"
".... 네!!!"
다시 터벅터벅 걸어서 바닷가에 쓰레기가 약간 모여있는 곳에 놓고 올라왔다.
'내가 평범하게 살지 않았나???"
호되게 야단맞고 나니 머리가 멍하다.
두 남자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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