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어요.
이름도 고운 '솔꽃모루'.
그 때쯤
새 식구를 맞느라
벌건 속살을 드러냈던 흙바닥도
더러는
동네 아이들 뜀박질로 단단한 골목길이 되었을 것이고,
더러는
생태주의자인 듯한 동네사람들의 미필적 고의에 의해
냉이꽃이며, 꽃다지며, 쇠별꽃 등이며로 뒤덮인 봄꽃동산이 되어 있겠지요.
있는 듯 없는 듯한 집집 울타리마다
아직 뿌리를 튼실히 내리지 못한 과실수 한 두그루가
빈약한 가지에 매단 몇 개 안 되는 잎사귀를 반 너머 벌레에게 공양한 채
달관한 선지자처럼 봄바람에 정중동 제 춤사위를 즐기고 있을 것이고
때마침 입자 고운 솔잎내가
사람 사는 동네 터줏대감처럼 버티고 있는 야트막한 산등성이에서
데굴데굴 굴러와
은근히 동네 밑바닥을 점령하고 있던 서산 갯벌 내와 어우러져
우리를 맞는
선생님의
환한 미소로
피어날 것 같아요.
복사꽃 흩날릴 때 쯤
그 때 뵈어요.
-홍인순-
이곳 생활 삼일 째, 한 낮에 마루에 앉아 밖을 내다보노라니 철새가 떼지어 날아간다.
저 앞 길가 논에 흙을 부리니 남편이 궁금하다가 찾아가 인사를 건네고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더니 그분과 함께 집으로 들어선다.
파란 집 주인아저씨다.
감자 심으려면 밭두둑을 올려주어야 하니 트랙터로 갈아라...
이 앞에 땅을 이리이리 써먹어라...
텃밭 땅보다 새로 돋군 땅이 더 좋으니 고추를 거기다 심어라... 등등.
오늘은 마을 곳곳에 나무를 심었다.
구상나무와 영산홍.
나무를 심으니 마을이 훨씬 예뻐졌다.
꽃이 피고 나무가 푸르러지면 더욱 빛나리라...
어제 낮에 동네를 돌아보니
해솔아빠는 열심히 목공일을 하고,
태윤아빠는 새로 구입한 바베큐 그릴을 작동중이고,
찐순네는 목조 창고를 근사하게 짓고 있다.
팔봉조경 사장님과 정소장님은 나무 그늘에 앉아 말린 쭈꾸미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며 대화중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 다닌다.
주말 풍경이 참 의욕적이다. 즐겁다.
저녁에 우리 입주를 환영하는 파티가 벌어졌다.
태윤이네 바베큐 그릴에 돼지고기, 소시지, 감자, 빵 등을 굽고
각자 반찬을 가져오고
그릇과 수저, 컵도 가져오고...
현재 우리가 제일 나이가 많으니 '형님, 형수님'이다.
여자들은 집안 거실에서, 아이들은 방에서, 남자들은 바람부는 마당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소주, 맥주, 고양 동동주, 복분자주, 민제가 짱박아두었던 위스키, 꼬냑...
기분이 좋아서일까. 남편이 발렌타인을 들고 왔다.
집이 가까우니 필요하면 집으로 후다닥 가서 ^*^.
2월에 입주한 여섯 가구는 벌써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새로 입주할 때마다 이렇게 모임을 가졌다한다.
서로 아이들 챙겨주고... 살림 이야기에... 남편 이야기에...
해솔아빠 제안으로 부부끼리 러브샷에 입맞춤까지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싱그럽고 의욕이 넘치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이다.
집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들과 한 마을을 이루고 사느냐가 참 중요한 문제다.
살면서 서로 '이 마을에 오길 잘했다. 그때 선택을 잘했다'하게끔 잘 살아야겠다.
아직 아파트 생활에 젖어 있어
'늦은 시간에 이렇게 소리질러도 되나'하다가 '아차! 여긴 우리 마을이지'한다.
밤 늦게 세탁기 돌려도 무관하고.
복사꽃님, 숲속풀벌레님 어서 오세요... 행복해요...
.
우리집 거실 한쪽면을 서재로 사용하려고.
안방. 한식 창호가 아직 달리지 않아 밖이 훤하다. 밖에선 안이 잘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주방. 생각보다 넓고 독립공간이라 좋다.
어머니방. 첫날 방에 들어가 주무시지 않으려해 애먹었다.
욕실. 욕실이 작아 변기도 작고 욕조도 작다. 욕조는 높이가 낮고 바닥 아래로 깊다.
각종 허브와 시즈닝으로 맛있게 구운 고기.
"형님, 축하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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