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료들과 보령을 거쳐 부여로 향했다.
간밤에 장대비가 내리고 태풍이 몰려온다더니 하늘이 맑게 개었다.
간만에 함께 떠나는 여행을 축복해주듯이...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려 보령에 들어섰다.
처음 가보는 보령.
어딜가나 도시화 되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보면 분명 다른 고장들.
보령에선 흙이 검다. 바위도 돌도 검다.
이곳이 석탄지대였다지. 충청도 답지 않게 산이 높고 골이 깊다.
개화예술공원엔 연꽃이 한창이다.
일산 사는 사람들은 호수공원에서 자주 보기에 그닥 신비롭지 않건만, 서울시민은 이렇게 많이 처음 본다며 내내 감탄사를 터뜨린다.
연밥이 앙증맞다.
이곳에 시비가 즐비하다. 특이하게도 시비마다 필체가 다르네... 혹시 시인들의 필적을 따라서 만들었을까.
한 여름, 배롱나무가 꽃을 피워 꽃길을 걷다.
보령의 돌 색깔이 바로 이렇다. 검은 석탄 빛깔.
보령댐에 오니 눈이 시원하다. 댐이 자연적으로 조성된 것처럼 구불구불, 굵은 소나무가 자태를 뽐낸다.
나무 구경에 맑은 물 구경에... 무엇보다도 바람이 시원해서 좋은 곳이다.
보령댐을 따라 부여로 넘어오는 길, 짙은 초록에 감싸인 한적한 길.
금강암 암자에 들어섰다. 법당을 감싼 키 큰 배롱나무가 멋스럽다.
외진 곳이라 그런가. 예쁜 보살님이 수박을 내오시고 차를 타 주신다.
스님은 인간의 욕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요사채에서 자고 가라신다. 부여에 예약을 했기에 발걸음을 돌렸다.
(깜깜한 오밤중에 부여 시골길을 헤메고 다니면서 얼마나 후회했던가. 스님 말을 들을걸...)
금강암 미륵부처님. 문화재청에서 미륵부처님 다칠까 보호막을 씌우고 전각을 올렸단다.
바람은 선선하고 이야기는 끝이 없다.
아미산. 앞뒤로 산이 높다.
얼음골에서 입구에 모기장으로 쉼터를 만드셨네...
옛적 석탄 갱도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서늘하다.
30분 머물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나가는 나그네가 쉬어가게끔 대자리에 목침까지 ^*^.
오동나무 열매
무량사 가는 길.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
함석 지붕을 보자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맞추어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놀았었지...
시간을 잴 수없어 무량사일까. 무량사 일주문을 들어서다.
초록색 사천왕상. 악귀를 쫒아야 하는데 이렇게 귀여워서야 어디... 이 절에 들어오는 악귀는 잔챙이들??
어둑한 숲길을 지나오니 별안간 환해진다. 미량사 경내로 들어오니 부처님 은덕인지 앞이 탁 트이고 햇살이 비추다.
무량사 극락전과 오층석탑. 이 산속에 의젓한 품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보물이다.
석양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네...
삼성각. 어느 절이건 제일 높거나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곳. 산신님이 은근히 보살펴주셔서 그럴까.
무량사에서 김시습이 말년을 보냈다고 한다.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속세의 연을 끊은 사람.
김시습의 초상화를 보니 빛나는 눈, 우수에 찬 얼굴... 김시습의 초상화 역시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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