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발산, 영월여행

정인숙 2010. 8. 13. 22:40

 

8월의 햇살이 뜨겁다.

발산에 함께 근무하던 최교장님을 찾아 영월에 가기로 한 날,

태양은 최고조로 열을 내뿜는다.

마침 부천에 다니러 오신 교장샘과 반갑게 해후를 하고 함께 내려갔다.

 

가는 길에 청룡포에 들러 단종의 애처러움을 둘러보고

점점 깊숙이 산 속으로 들어간다.

연하리 계곡으로 들어서자 교장샘이 기거하시는 집이 나온다.

주인 집에 붙은 폐가를 지난 겨울부터 손수 수리를 하셔서

멀쩡한 집으로 만드셨다.

 

도배 장판은 물론이요,

마루도 놓고

화장실을 만드시느라 정화조도 놓고

부엌을 새로 만들고

부엌 난방은 화장실 안에 큰 양은솥을 걸어 물도 데우고 아궁이 구들을 통해 부엌으로 통하게 하셨다.

 

책상 위에는 성경과 농사에 관련된 책, 산과 들에 나는 풀과 나무, 꽃에 관한 책들...

서랍 장에 붙은 소지품 목록들...

서랍을 열어보니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우리는 각자의 서랍을 떠올리며 '어머나!'를 연발하고...

부엌에도 살림살이가 가지런히 ...

혼자서 최소한의 살림을 지니고 사신다. TV도 없이...

 

600평 밭농사를 혼자 돌보시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으시단다.

주인 할머니가 중풍이 오셔서 버려둔 밭이 다시 활기를 띠었다.

소똥이 가득 쌓인 외양간을 말끔히 청소하셔서 그 똥으로 퇴비를 하셨단다.

밭에선 옥수수, 고추, 오이, 고구마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오랫만에 주인을 만나 생기를 띠듯이.

 

지난 겨울부터 하도 노동을 하셔서 손가락이 뚱뚱해지셨다.

우리는 감탄하다가 샘의 건강이 염려되어 가슴이 아파진다.

학교에 계실 때도 출근하시면서 교장실 청소부터 시자하여 온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시고

담임들이 손 못대는 아이들 데려다 함께 지내시고

급식실을 만들어 열정적으로 뛰시던 분.

노후도 편히 지내시는걸 마다하고 이 산골에 들어와서 집 짓고 농사지으며 기쁨을 일궈나가신다.

먼 길에서 왔다고 밥 지으셔서 챙기신다. 계곡으로 놀러가자고.

 

계곡에 둘러앉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고기 굽고, 밭에서 딴 상추, 고추, 깻잎, 마당에 지천인 머위잎에 싸서

뒷 산에 나는 산사나무 열매로 담근 술을 마신다.

올 여름 피서를 여기서 보내는구나...

술 기운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앞 뒤 산에 가려 조그만 하늘이 드러난다. 여름날의 파란 하늘...

 

계곡을 따라 한 시간 가량 산책하고

집에 들어와 놀다가 밤이 되어서 올라왔다.

어느새 옥수수, 고추, 오이를 잔뜩 따 놓으셨다. 친정 아버지가  농작물을 챙겨주시는 듯.

헤어지면서... 교장샘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하루종일 일 하시고 밤이면 적적하실텐데...

육체노동에 소박한 삶, 문명의 혜택을 거부하고 사시는 삶에 공감하면서도 마음이 애잔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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