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문경 새재] 새도 쉬어가는 길

정인숙 2010. 6. 11. 16:27

흰 눈이 하얗게 쌓인 길을 걸으며 나누던 이야기는 다 잊어버리고

웃음만이 기억에 떠오른다.

그 겨울에 웃던 웃음소리가 남아있을까.

 

새들도 쉬어간다는 문경새재로 향한다.

한양에 과거보러 가던 선비들이 넘어야 했던 험준한 고갯길.

아이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여기 왜 왔는 지 모르겠어'한다.

그 나이엔 모를거다. 왜 왔는 지...

 

석탄박물관에서 눈요기를 하고 길 떠날 채비를....

 

 

우리집에선 어떤 집게를 사용했을까. 19공탄이었으니 작은 것...

이사갈 때 선물하던 성냥도 있네... 소박한 삶... 지나고 나니 정겹다. 그 독한 연탄까스 냄새...

 

 

 문경시청 공무원 1981년 10월 월급봉투에 11만원, 은성탄광 광부 봉투에 24만원이 적혀있다.

 (1981년 4월, 내 초봉 월급이 16만원이었던 기억이 겹쳐진다.)

 

 광부 봉투엔 '급여및 상여금'이라고  적혀있으니... 평달엔 얼마 받았을까.

저 컴컴한 갱도에 들어가는 심정이 어떠했을까.

 

 제1관문.

 

 공사 실명제...??

 

 조령원 터 돌담.

 

 

 조령원(관리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터에 웬 산채가? 조선시대 온돌시설도 있던 곳.

제2관문으로 걸어가면 좋으련만, 시간이 부족하여 아쉽게도 발길을 돌렸다.

나뭇잎 사이로 길이 멀어진다...

  

 인증 샷!

 

 

 

 

 어느 가게 앞, 조각상이다. 해학적인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식당만 즐비하여 눈길을 둘 곳이 없던 차에  즐거움을 선사한다.

문경에 오디가 많은가. 오디를 갈아 올리고당을 섞은 오디주스가 갈증을 식혀준다.

 

 제3관문 들어가는 중에 팻말을 보고 옛길인가 하였더니 아주 짧다.

제3관문까지 콘크리트길... 다리가 아프다...

 

드디어 제3관문. 시간은 벌써 7시를 향해간다.

 

 제3관문을 통과하면 넓은 공터가 나오고 아래로 내려가는 옛길이 보인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헉헉...

다음에 와서 느긋이 3문, 2문을 통과하여 1문으로 걸어야겠지...

 

 

 

성큼 성큼 걷는 모습이 인상적인  하늘색꿈님.

 

조령산과 주흘산을 끼고 넘는 고갯길. 

제1 관문은 주흘관, 제2 관문은 조곡관, 제3 관문은 조령관...

총 6.5km 길.

흙길이라 무릎이 아프지 않다. 햇살이 강해도 그늘로만 걸을 수 있는 곳...

 

산신각에 얽힌 이야기...

조정에 올릴 장계를 지니고 새재를 지나던 군졸이 호랑이에게 화를 당했다.

장계가 전달되지 않자 충주목사가 찾아나서니 피묻은 옷이 발견되었다.

 

조정에 보고하니 임금이 "호랑이를 잡아들이라"고 호통을 쳤다.

군인들이 뒤졌으나 잡지 못해 제를 올리고 교지를 그곳에 놓았다.

 

다음 날... 호랑이가 스스로 자결하였고 사람들은 그 자리에 산신각을 지어 호랑이에게 제를 지냈다.

이후 호랑이가 사라졌다는 전설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선비도 다니고 도적도 다니던 고갯길 위, 어둠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