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인도23일째] 여기가 인천이야, 인도야...

정인숙 2010. 2. 21. 22:20

방콕행 타이항공에 올랐다.

이륙하자마자, 식사가 나온다. 저녁식사일까. 간단히 먹고 잠이 들다.

기류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올 때보다 짧을 것이다.

집에 돌아가서 깨끗이 씻고 김치 얹어 밥 먹을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방콕에 도착하니 아침이다.  공항 유리창으로 빗줄기가 거세게 흘러 내린다.

늦게 출발한 탓에 트랜짓 시간이 짧아졌다. 한 시간 채 안되어 다시 인천행으로 바꿔 탔다.

이륙하니 아침 식사를 주어 먹고 다시 잠들고... 깨어나 글 한 줄 읽으니 점심 시간이라고 점심을 준다.

시간을 한국 시간으로 맞춘다. 오후 네시 반쯤이면 도착하겠군하면서...

 

드디어 인천에 도착! 다들 얼른 집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화색이 돈다.

짐을 챙기러 나왔더니 방송에서 이름이 나온다.

이게 웬일이람!

방콕에서 짐이 오지 못했단다. 비 때문에 수하물을 다 싣지 못하고 떠났다고 한다.

택배로 우송해 줄테니 내일 받거나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란다.

여기가 인천이야, 인도야...

 

인천공항에서 세 시간 넘게 기다렸다.

타이항공에 항의해봤지만, 계약직 여직원만 나와 있을뿐...

분명히 여기는 인도가 아닌 데 인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버젓이 일어나다니.

 

오후 8시 반, 인천 공항을 빠져 나온다.

산뜻한 공기, 시원하게 달리는 도로.  

어제 밤 일이 꿈속 일인 듯싶다.

처음으로 떠나는 배낭여행이라  겁을 잔뜩 먹고 떠났지만, 23일간 잘 견디고 무사히 돌아온 내 자신에게 속으로 칭찬한다.

'잘했어. 앞으로 더 어려운 일도 잘 이겨낼거야... 화이팅!'

 

----------- 에필로그 ---------------

 

오늘 뒷산에 올라보니 봄이 완연합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고 바람도 한결 부드럽습니다.

엊그제 호수공원에 가보니 물가 버드나무에 노란 물이 오르고 있더군요.

2월 내내 추웠어도 봄은 머지 않았나 봅니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두 부류라 하더군요.

다시 가려고 하는 사람, 절대로 가지 않겠다는 사람...

나는 어느 부류일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 달 30일에 돌아왔으니 아직 한 달이 안되었네요.

무질서, 소음, 유적, 착한 사람들...

무질서 속에서 원시적인 자유를 만끽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2천년 전의 흔적을 접할 수 있는 선물도 주어지고요.

 

이제부터 제게 인도는 그저 스쳐 지나치지 않겠지요.

인도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무엇보다 인도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갖겠지요.

무엇보다 인도의 정치가 안정되어 인도인들 전체가 밥을 굶지않고 어린아이들은 배움을 익힐 수있는 여건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려면 선거에서 사람을 잘 뽑아야 하는데... 인도 사람들 성향이 잘 해낼수 있을까... 어렵습니다.

 

인도에 다녀와서 길거리 아이들의 애원하는 눈빛이 잊혀지지 않아

정토회 JTS 인도 어린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마음 변하기 전에 얼른~ㅎ)

새해 들어 첫번째로 잘한 일인가 합니다 ^*^.

 

그동안 기록하면서 스스로 기뻐하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고 하였습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할 것을 홀로 마음먹기도 하고요.

 

여행하면서 함께 즐거움과 어려움 나눈 일행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 다시 드립니다.

 

긴 글,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