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인도 16일째] 性과 聖은 통한다? - 카주라호

정인숙 2010. 2. 14. 00:07

 

          상쾌한 아침이다. 아침 식사 후, 호텔 앞 정원을 거닌다.

        풀잎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져 있고 꽃이 활짝 피어있다. 

        먼지가 끼지 않은 꽃을 얼마만에 보는 지 행복해진다.

 

        호텔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가 친절하게 'flower garden'을 안내해 주겟다고 나선다. 

        나무 숲을 지나니 노란 merry gold밭이다. 앞서 가던 아저씨가 꽃을 꺽어 나에게 준다.

        이 아침 상꽤한 기분을 망칠 수야 없지~. "Thank you"하며 10루피를 건네고.

     

        오전 8시 좀 지나 서부사원군(western group)으로 출발. 카주라호는 작은 도시다.

        지금껏 본 어느 도시보다도 깨끗하다. 걸인들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도 사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카마수트라를 들고 "2달러!" "1달러"하며 달라 붙는다.

        서부 사원군 안에 들어서니 마치 공원 같다. 깨끗하고 널직한 공원...

        거기다 오랜 세월 견뎌 온 사원들이  파란 하늘을 이고 서있다. 한 폭의 예술작품같다.

 

이곳에 힌두 사원만 80여 개 있었다한다. 지금으로부터 천년 전인 천 년대에 세워진 사원들이다.

이슬람의 침공으로 현재 20여 개만 남아있다.

        

이곳을 유명하게 한 까마수뜨라 조각(미투나).

쉬바와 아내 빠르바티가 행한 다양한 체위 중 핵심적인 108가지 체위를 추려낸 것이 <까마수뜨라>다.

 

성생활을 사원 외벽에 조각으로 만들어 교육시킨다?

천년 전 인도의 힌두교인들이 생각해 낸 성교육이다.

 

우리를 포함한 방문객들은 이 미투나 조각을 보고 모두 묘한 웃음을 짓는다.

조각을 자세히 볼수록 조각들의 표정이 살아난다. 도저히 인간의 자세가 아니다.

고도의 요가 수련을 행한 사람들이라 그럴까?

밤마다 저리도 재미있게 살아 아이들이 그렇게 많이 태어났을까?

 

 락쉬마나 사원 입구의 가네샤

 

 가네샤 앞에 기도하는 사람들

 

락쉬마나 사원

 

사원 벽 가네샤 조각

 

             

            

             칸다리야 마하데브 사원.

이 사원의 외벽에 성행위 장면이 민망할 만큼이나 다양하게 나온다. 교과서였다니...

인도에서는 성행위가 수행의 한 방편이었다나.

이름있는 명상가들의 사생활이 문제시 되었던 기억도 나고...  性과 聖은 통한다?

 

 

             

 

 

 

 

 

  

 

 

 

 

 

많은 미투나들이 경이로움을 넘어 사람을 질리게 한다.

일 대 일, 일 대 이, 일 대 삼 ... 심지어 일 대 오의 성체위를 강열한 햇살아래 당당하게 드러내놓고 ... 

 

내 짧은 식견으론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인도인들이다...

 

 

 

 

 

 

 

 사랑하기 전, 사랑할 때, 사랑한 후의 자세라고 Vicky가 설명...

 

 

 

 

 

 

 

 

사자가 귀여워서 앉으려고 했다가 잡힐뻔했다. 주의 표시도 없이 천년을 버텨 온 사자.

 

 

 

 

 

 

눈  화장하는 여자.

 지금도 인도 여인들은 눈화장을 아주 짙게 한다.

심지어 아기들에게도 눈화장을 시켜 검정 눈물 자국이 선명한 아이도 보았다.

 

# 동부 사원군이다. 힌두 사원과 자이나교 사원이 있다. 서부사원군에 비해 관리가 허술하지만, 자이나교 사원은 잘 보존되어있다.

자이나교는 어떠한 생명도 살상하지 않을 것을 윤리의 핵심으로 삼아 숨쉴 때도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 주의하고, 걸을 때도 곤충을 밟지 않도록 한다고... 엄격한 고행과 수도생활을 해야하기에 옷도 입지 않고 걸식으로 연명하는 수도자들이다.

 

춤추는 압살라 요정

 

 

 자이나교 부처상. 옷을 걸치지 않았다.

 

가게에서 만난 조각을 만드는 사람들

 

 전라도 식당.

인도인 부부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눈이 똘망한 아이들이 주문 받고 배달한다.

주방에서 압력밥솥이 딸랑거리는 소리... 한국서 공수해왔나 보다.

 

점심에 육개장을 먹었다. 오랫만에 맛보는 얼큰한 맛에 속이 놀랬나보다. 연신 기침이 쏟아져 나온다.

저녁에 다시 들러서 수제비와 닭도리탕을 먹었다.

 

모두들 땀을 흘리며 오랫만에 맛보는 한국 음식을 게눈 감추 듯 싹싹 비웠다.

하긴 바라나시에서도 김치 볶음밥 먹었는 데...

왜 이리 허기질까... 쉴 사이 없이, 틈만 나면 뭔가를 먹고 있는 데...

 

 

 

 

신라면을 좋아한다며 아주 맛있게 먹고있는 Vicky

 

 남쪽으로 꽤 내려왔나보다. 한낮에는 뜨겁다.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 오후2시. 국립공원 Ken강에 가다.

호수라기에 별 기대 않고 쫓아 나섰다가 대박 맞은 느낌이다.

 

찝차를 타고 한 시간 가량 달리니 밀림이 나온다.

밀림 한 가운데에 내리니 눈 앞이 시원하다.

데칸 고원이 끝없이 펼쳐지고 수만 년에 걸쳐 형성된 물길이 폭포와 협곡을 이루고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이 강물이 야무나 강으로, 다시 바라나시 갠지즈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벵골만으로... 

양 옆에 드러난 돌 색깔이 붉다. 바로 사원 색깔이다. 이 돌로 사원을 만든다.

 

 

 

 

다시 밀림 속으로 달려간다. 소규모 사파리란다.

넓은 나라답게 소규모라는데, 에버랜드 사파리보다 훨씬 훌륭하다. 더구나 야생 사파리 아닌가.

 

흰색 긴꼬리 원숭이, 영양, 사슴, 콘도르의 일종이라는 벌쳐...

동물들이 나올 때마다 운전사는 찝차를 멈추고 안내한다. 뜻밖에 선물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아! 자칼도 보았다. 

 

 

 

 

 앞서 달리는 찝차는 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우리는 모두 일어서서 환호성을 지른다.

수 많은 미투나에 질린 마음이 시원하게 풀어진다.

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평원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 물빛 켄 강은 유유히 협곡사이로 흐른다.

 

 

 

 잔잔한 강물에서 배를 타다.

 강물이 맑다. 맑은 물에 손을 담그고 물을 뿌린다.

 물결이 잔잔한 수면 위에서 노를 저어가다 노를 놓으니 물결에 따라 배가 흘러간다.

 인도에서 맞는 평화로움..... 정적에 빠져들다.  

 

내가 탄 이 배의 뱃사공이 '대동화학'이라 쓰인 잠바를 입었다. 일행 중 제일 좋은 옷이다.

우리가 쌓아두고 짐이라 여기는 많은 생활용품이 이곳에서 오면 유익하게 쓰인다.

아름다운 가게에 잘 챙겨 보내야겠다... 

 

 

 

찝차를 타고 나오는 길.

저 멀리 평원 너머로 붉은 해가 넘어간다. 유채밭은 끝없이 펼쳐지고.

앞차가 달리다가 멈춰섰다. 펑크...ㅠ ㅠ 오후 6시가 지나자 금새 추위가 몰려온다. 낮 밤의 온도차가 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