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5시. 서둘러 일어난다. 오늘 강가(힌두어. 갠지즈강) 일출을 보는 날이다.
밖으로 나오니 안개가 자욱하여 옆 건물도 보이지가 않는다. 에구구~!.
새벽부터 강가 입구에 걸인들이 앉아있다.
모두들 담요를 둘둘 말고 있다.
우리 팀도 매한가지. 한기가 파고드니 담요를 둘둘말고~~.
배를 탔다. 안개 저편에 무엇이 있을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렴풋이 강물 위에 불빛이 보이고 노래소리가 안개를 타고 흐른다.
뱃사공
뿌연 안개 속에 서로의 모습만 보고 낄낄~~.
각자의 소망을 담은 촛불을 강물 위에 띄운다.
촛불제... 단체로 촛불 의식을? 여기는 광화문이 아니니 마음껏 띄워도 됩니다^*^.
인도인들의 웃음은 꽁꽁 얼어붙은 사람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강가 최고의 패션
하나, 둘 배가 나타난다. 승려들이 단체로 탄 배도 나타나고... 힌두교 의식을 치르는 배도 보인다.
이때, 가까이 다가오는 배. 물고기를 방생하라고 쫓아 다닌다.
물고기 사서 놓아 주고 다시 그 물고기 잡아 팔고...^*^.
또 환자가 생겼습니다. 이젠 환자가 발생해도 다들 '그거 시간이 해결해 주니까'하고 무덤덤합니다.
한 시간 여 돌고 강가로 나오자 '어머!' 예상치 못한 일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 추위에 갠지즈 강물에 목욕하는 사람들! 엄청 추울텐데...
평생 갠지즈 강물에 목욕하는 것을 소원으로 살아가는 힌두교인들이 물을 껴얹네요.
(강가가 천계를 흐른다는 오래된 믿음)
신성한 믿음 앞에 카메라를 댈 수 없어 멀리서 렌즈로 잡았습니다.
종교의 힘이 무얼까?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으니.....
아침부터 갠지즈 강 입구에 늘어 선 걸인들
# 10시 30분. 아침 식사 후, 사르나트로 출발하다. 먼저 물라간다 꾸띠 비하르에 들어가다.
일본 화가 고우세츠 노시가 붓다의 생애를 그린 불화가 벽화가 우리를 맞는다.
물라간다 꾸띠 비하르 불교 사원. 내부 전체에 붓다의 생애를 그린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르나트 유적군.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뒤, 첫번 째로 설법을 한 곳.
싯다르타가 수자타의 공양을 받자,
변절자라며 떠난 다섯 도반에게 불교의 핵심 교리인 '사성제'와 '팔정도'를 가르쳐 제자로 받아들인 곳.
넓은 터에 기단 정도만 남아 있어 2천 5백년전의 일을 머리 속으로만 그릴 뿐이다.
BC 3세기에 아쇼타 대왕이 세운 초기 스투파 기단
아쇼카 석주. 근처 박물관에 이 석주의 상단에 있었던 네 마리의 사자가 입구에 진열되어 있다.
아무런 보호 장치없이 박물관 입구에 떡 하니 위엄있게 자리하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다멕 스투파를 배경으로.
개을 쓰다듬으며 같이 사진을 찍자, 인솔자 쌤이 소리친다.
"개 만지지 마세요!"
물리면 병원으로 직행이란다. 길거리 개는 죄다 광견병 보균이라고... 으휴!
다멕 스투파. 지름 28. 높이 33.53m. 나도 탑 주변을 세 바퀴 돌았다...
BC 3세기에 세워진 기단부 모습
다멕 스투파 주변을 오체투지 하시는 분
이 분은 다멕 스투파 주변 잔디에 앉아 경전을 읽으신다.
불교 유적지는 한적해서 좋다. 인도에서 드물게 조용한 곳.
다마라지까 스투파.
1794년 바라나시의 마하라자가 자신의 건물을 지으려고 벽돌을 헐어버려 제대로 형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도 사람들이 올라다닌다...
# 오후 1시. 바라나시 갠지즈강 마니까르니까 가트에 가 볼 계획이다. 화장터로 유명한 곳.
마침 그 가트 근처에 한국인 유학생 부부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 거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갠지즈강까지 오토릭샤가 접근을 못하기에 근처에서 내려 인산인해인 시장 거리를 헤집고 식당을 찾아 나섰다.
인도인들은 길 안내엔 특히나 더 친절하다. 경찰에게 물어보면 아주 소상히 알려준다.
식당 앞 좁은 골목길에서 가슴이 우당탕탕~~!.
화장터로 시신을 운반하는 사람들을 마주쳐 한쪽으로 비켜 서 있다..
"람람싸드야헤(라마신은 알고 계시다)"라고 외치며
시신을 눕힌 나뭇가지를 어깨에 걸치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간다...
식당으로 올라가니 여기는 딴 세상이다.
방금 전, 창백한 얼굴의 시신을 맞닥뜨리고도 김치 볶음밥과 김치찌개가 맛있기만 하다. 여기는 인도니까..
마니까르니까 가트에서는 사진을 못 찍는다.
플래쉬가 영혼을 앗아간다는 믿음, 이같은 화장 문화를 가십거리로 취급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적대감 등으로...
남자들 천지다.
인도 여인들은 아예 볼 수도 없고 우리같이 간 큰 외국인 여자들만 간간히 마주할 수 있다.
장작을 쌓고 시신을 눕히고 다시 장작으로 괴고...
뭔가를 뿌린 후에 불을 지핀다. 불길이 꺼지면 다시 지피고...
저쪽 화장터에선 불길이 사그러지고 까매진 두개골과 뼈만 남아있다.
뚝뚝 분질러서 다시 태운다.
눈길이 닿는 곳만 열 군데가 넘는다. 불길은 계속 넘실댄다.
이상하게도 시신이 타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향나무 때문일까, 향료 때문일까.
소똥과 두건 사이로 쳐다보는 눈동자만 무시하면 몇시간이고 서서 볼 수가 있다.
이방인들 사이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감추고 서 있으려니 힘겹다.
아무리 문화 차이라고 이해하려 해도 소화하기가 어렵다.
마니까르니까 가트에서 다샤스와메드 가트로 가는 갠지즈 강가
어두워오자, 다샤스와메드 가트(화장터 가트에서 10분 거리)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아르띠 뿌자. 강가(갠지즈 강) 여신에게 바치는 제사 의식이다.
먼저 강을 향해 가락을 띄운다. 신을 부르는 의식?
젊은 브라만 사제들이 집전한다.
촛불을 밝히고... 물론, 돈을 내면 직접 밝힐 수 있다.
브라만 사제들이 화려하게 의식을 집행하는 단 아래에서 촛불을 파는 모녀
뿔 소리에 맞추어 강가에 불빛이 흐른다.
의식을 집행하는 사제들. 우리는 '누가 더 잘 생겼냐'를 놓고 갑론을박.
나는 얼굴이나 손 놀림이 이 사제가 단연 최고라고 하고
가운데 쪽에서 관람한 분들은 가운데 사제가 최고라고 ...
멀리 화장터 불길은 아직도 타 오르지만, 함께 박수치며 의식에 빠져든다.
처음 시작할 때 불은 뿔을 불며 한 시간 반 정도 공연이 끝났다.
각자 최고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찬사를 던지자, "Thank You"라며 의식에 사용한 사탕 같은 것을 준다.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먹으려 하였지만,,,,으흠흠!
숙소에 들어오는 길에 만난 인도 청년들.
여신 상을 차에 싣고 가며 춤추고 노래하고 시끌벅적하다. 이 여신을 강가 물위로 태워 보낸다.
새벽부터 갠지즈 강과 함께 한 오늘 하루.
늦은 밤, 일행들이 모여 맥주 잔을 기울이다.
화장터 일도 일상사처럼 받아들이니 보름만에 인도의 삶에 젖어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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