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깨어나니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술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 가이드 Vicky가 나타나 웃는 얼굴로 낮 12시에 도착예정이라고 전한다.
Vicky가 평상시에도 농담을 잘하길래 농담이려니 했다.
지나가는 역무원과 옆자리 인도인들에게 물으니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고... 우째 이런 일이... 그저 웃을 뿐이다.
열차만이 흔들흔들...
# 13시 20분. 아직도 열차 안에 머물고 있다. 오전 8시에 도착 예정이던 열차가 한없이 가고 있다.
달리다가 멈추다가 조금 가다가 또 멈춘다. 밖은 안개에 싸여 희뿌옇다. 먹을 거리가 떨어졌다 ㅠㅠ.
역무원이 짜이와 식사를 팔고 다니지만, 냄새도 역겨워진다...
물을 사서 목을 축이고 견뎌보려고 하지만, 점점 기운이 떨어져간다. 셋이 같이 앉아있으니 잠을 청할 수도 없다.
Alhabad역에서 10분 정차하였다. 잽싸게 플랫폼으로 내려가 식빵과 구아바, 삶은 계란을 사왔다.
Vicky도 같이 내려 쉽게 구할 수가 있었다.
맨빵과 평상시에 냄새 때문에 멀리하였던 구아바가 어찌나 맛있던지...
열차는 여전히 흔들흔들거린다. 열차 안은 쓰레기 천지....
# 16시. 바라나시에선 30분 동안 정차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껑충 뛰어 내렸다.
오! 저기 커피 체인점이 보인다.
노심초사하며 기다려 커피도 구하고... 어찌나 맛있던지...과자도 잔뜩 사서 열차에 오른다.
요 근래 과자를 그렇게 많이 먹은 것은 처음이다.
열차에 오르니 아주 어린 아이가 열차 바닥에 붙어 쓰레질을 한다.
쓰레기를 주~욱 모아가더니 열차 밖으로 휙~.
기운이 나니 이제부턴 열차가 정차하면 열차 밖에 내려가 구경해야지... 열차가 섰다.
선로 밖으로 나와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그런데, 선로 위가 온통 쓰레기 더미다.
열차 안에서 멋지게 차려 입은 인도 여자가 내게 비키라고 한다. 그러더니 음식물 찌꺼기가 든 쓰레기를 휙~.
Vicky가 난감한 표정으로 "인도에서는 배운 사람도 다 저래요"한다.
저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해야 한담~.
열차 안을 돌아다니며 인도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잘 생긴 인도 청년 뽀포는 우리 일행에게 단연 인기다.
wedding planner라는 직업과 어울리게 이야기도 잘한다.
인도의 결혼 풍습도 묻고 한국의 결혼 풍습도 알려주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뽀포. 22세 청년. 뒤쪽 아저씨가 식사하시다가 내 나이를 듣더니 슬금슬금 쳐다본다. 나와 같은 나이...!!
인도인들은 참 친근하다.
폰에 저장된 본인 사진과 가족 사진을 보여주며 메일로 전송해 준다하여 정중히 사양하느라 ... 미안, 뽀포.
저녁 8시쯤, 드디어 가야에 도착하였다. 휴~.
열차에서 내리니 서양여자가 다가온다.
보드가야에 가야하는 데, 이 밤에 혼자 가기가 위험하여 같이 가고 싶다고한다.
책에도 보드가야 가는 길이 위험하다고 나와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오토릭사를 탔다. 깜깜한 밤길,
고르지 않은 길을 오토릭샤가 어찌나 달리는 지 떨어질까 두려워 손에 힘을 주어 매달리고...
그녀는 명상센터에서 열흘 간 수행하고 열흘은 인도 여행을 다닐 예정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왔단다.
경적소리때문에 소리질러가며 이야기 나누고...
그녀는 예쁜 얼굴로 "All is confusing me in India" 하며 밝게 웃는다.
보드가야에 도착하니 붋은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띈다.
허술한 호텔...
늦은 밤이지만, 밥을 먹어야지.... 열 시가 넘어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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