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 28. 토요일
벨파스트 시청사 ㅡ 조지마켓 ㅡ 퀸즈대학 ㅡ울스터 박물관
아침에 일어나니 집안이 따뜻하다. 밤새 보일러가 천천히 돌아간 거다. 호스트에게 히터가 정상으로 작동되었다고 알렸다. The Auction House는 베르겐에서도 좋은 아파트를 제공하였다. 앞으로도 자주 이용해야겠다 싶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가구, 식기, 전자제품 등이 모던하고 세련된 품질이 우수하니...
빨래도 다 말랐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가뿐하게 집을 나섰다. 벌써 가을 한 중간인 듯,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 뒹굴고 쌀쌀하다.
벨파스트 시청사로 들어가니 단체 관광객들이 웅성웅성. 단체로 다니는 사람들은 대개 노인들이다. 휠체어 타시고... 깁스한 채로 다니시고... 인생의 마지막 과제인 듯 볼거리에 몰두하며 다니시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는다. 나도 나이 들어서도 잘 다닐 수 있어! 하며.
우리가 들어간 문은 옆 문... 타이타닉 추모몰과 추모정원이 꾸며져 있다. 단체 관광객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이들에게 타이타닉은 무엇보다 큰 사건이었구나. 문명이 앞서가던 영국을 호되게 내리쳐서 다시 추스르게 한 사건.



타이타닉 희생자 명단이 빼곡히 적혀있다.



벨파스트 시청사 건축가인 윌리엄 제임스 피리.

벨파스트 시청사는 빅토리아 여왕이 주관하여 당시 3억 7천여 파운드( 한화 약 2천억)를 들여 1906년 완공하였다.
시청사 앞에 빅토리아 여왕 동상이 높게 세워져 있다. 저 여왕은 어디를 쳐다보는 건지... 그 방향에 바다가 있을 거 같다.
시청사 안에 들어가 전시물을 보았다. 벨파스트는 영국 산업의 역군이었던 곳. 온 도시에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 1784년부터 배를 건조하고 린넨산업으로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담배공장에서 담배를 만들어 전 유럽으로 팔아넘기던 시절의 사진들이 벽면 가득하다.
유럽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그 가족들이 골목마다 가득 차던 옛 벨파스트 사진을 본다. 하루종일 골목에서 놀다가 밥 먹으러 들어오라는 소리에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표정...
이 도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소가 생겨 타이타닉 호를 만들었고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곳.
1921년,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벨파스트는 영국령으로 남았다. 벨파스트가 속한 얼스터(ulster) 주에는 9개 주가 속해있다. 이중 산업이 발달한 6개 주가 영국령 북아일랜드이고 서쪽 농촌지역 3개 주가 아일랜드령이다.
개신교도들은 다수가 영국의 북부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로 정치, 경제적으로 기득권을 대대로 차지해 왔다. 이들은 당연히 이곳에 남아 영국식으로 살기 원했고.
아일랜드계 사람들은 대대로 카톨릭교도였기에 1960년대부터 갈등이 고조하였다. 1972년 1월, 영국 공수부대가 시위자들에게 총격을 가해 민간인 14명이 숨진다.
소수이고 힘이 없는 아일랜드계 주민들은 강경파 개신교도들에 의해 수시로 박해받으니 이들도 규합. 강경파 IRA활동을 시작하여 서로 상처가 깊어갔다. 그 뒤 30여 년 간 북아일랜드 분쟁으로 3,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1998년 4월 13일,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에 벨파스트 협정이 체결되어 내전이 종결되었다. 벨파스트는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여 자치 정부가 시를 운영한다.
오늘이 휴일이라 그런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활기가 덜하다. 이 도시의 안녕과 평화를 빌며... 린넨홀 도서관에 가보니 휴관.. 점심 먹을 겸 세인트 조지 마켓으로 걸어갔다.








벨파스트 거리엔 벽화가 많이 그려져 있다. 골목길 벽화를 보며 가다 보니 멋진 시장이 나온다. 세인트 조지 마켓이다.
안에 들어가니 왁자지껄~. 공예품, 축산물, 어류, 채소류, 음식점 등 각종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라이브로 노래도 들려주고..
시장을 한 바퀴 둘러보고 햄버거 가게에 줄을 섰다. 고기부터 구워서 만드는 거라 긴 줄은 여전하고 시간이 꽤 걸린다. 슬슬 기운이 빠지기 시작... 현기증이 날 즈음 음식을 받아 들고 간이 식탁에 앉았다. 친구는 수프를 받아왔는데 빵까지 준다. 아~! 여기는 수프를 시키면 빵까지 주는구나 깨닫고... 다시는 줄 서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맛있게 먹었다. 아일랜드 소고기에 양념 육즙까지 밴 패티.. 빵도 구수하고 따끈하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채소 가격을 보니 엄청 싸다. 치즈와 채소, 과일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고 다시 나간다. 얼스터 박물관으로...

시장 내부 사진이 없다 ㅠ


퀸즈 대학을 지나간다. 대학 안에 들어가니 한적하다. 평일에는 대학 안, 전시물등을 볼 수 있다던데... 주말이라 그런가 건물 출입구가 닫혀있어 교내 벤치에 앉아 노닥거리다가 나왔다. 대학 울타리 안 공기만 쐬고 나와도 좋으니.



퀸즈 대학


아일랜드를 떠나는 사람들. 아기를 안은 젊은 여인이 흐느끼고 있네. 이곳에서 살기가 어려워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많은 사람들이 떠났다.



얼스터 박물관은 어린이들 교육용 박물관이다. 그림과 자연사 유물, 과학 물품까지 각종 자료들을 전시해 놓았다. 가족들 손을 잡고 나들이 온 아이들의 체험 박물관. 이곳은 보타닉 정원에 위치하여 많은 사람들이 나와 쉬고 있다. 여유로운 주말 풍경... 인종과 종교에 무관하게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지길 바래본다.
거리 곳곳에서 벽화를 보며 숙소로 향한다.



숙소 침실 앞 풍경. 앞 건물은 교회이고 공원이 이어진다. 바람결에 낙엽이 떨어진다. 오가는 이 없는 한적한 거리에서 가을 내음이 짙게 느껴진다. 갑자기 브라스 밴드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행렬이 지나간다. 뭔가를 기념하는 행렬인 듯. 노인들이 훈장 달은 제복을 입고 행진~.
최근까지도 격전지였던 벨파스트에서 평화롭게 하루를 보내고 따뜻한 집에서 푹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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