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6, 수요일
이스탄불 - 인천공항
터키항공은 처음 타봤다. 여행을 가면 가고 올 때는 편하게 다니려고 주로 직항 국적기를 이용하였기에 다른 나라 비행기가 낯설다. 게다가 터키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으로 마일리지 적립이 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앞좌석과의 간격이 좁은 듯하나, 일단 세자리를 차지하여 자면서 왔으니 내게는 최고~! 피곤이 싹 풀린거 같다.
대 여섯 시간을 곤히 잠들었나보다. 깨어나서 뒤늦게 친해진 동료들과 우리가 다닌 영상을보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밥을 먹을 시간이다. 밥 먹고 자고 다시 일어나 밥 먹고... 터키항공 기내식이 내겐 잘 맞아 다행이다. 원래 오후 6시 반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5시 반에 도착. 마스크를 단단히 매고 짐을 찾으러 나가도록 공항 안이 휑하다. 한국에 코로나가 창궐하여 나날이 확진자 숫자가 치솟자 몇 개국이 벌써 비행을 금지시켰다.
사람이 없으니 가방도 빨리 나왔다. 남편이 7시 반쯤에 공항에 도착한다하여 차를 돌려 당진에 가 있으라 했다. 여기서 7시 버스를 타고 가면 얼추 시간이 맞을거 같다. 버스 안에도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갈 때 14. 5kg 이던 가방이 16. 8kg으로 늘었다. 손목이 아파서 가방을 들을 수 없어 짐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다니는데 막판에 이스탄불 박물관에서 무거운 타일을 왜 샀던고 반성한다.
가볍게 눈을 붙이며 이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본다.
편안한 잠자리, 훌륭한 가이드, 교수님의 친절한 설명과 내내 좋은 날씨와 풍광... 무엇보다 그리스에 대해 깊이 알게되어 기쁘다. 이제 그리스 사람들이 그저 스쳐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친근한 사람들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겠지. 거기에 사는 사람들과 하늘, 바다, 산, 꽃과 나무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다가온다. 한동안 이들을 새겨보느라 내 마음이 뿌듯함으로 꽉차 있으리라.
마지막 날, 이스탄불에서는 실망이 크다. 아까운 시간을 쓱~ 둘러보는 전형적인 관광이어서 특별히 마음에 남는게 없다. 차라리 자유시간을 주면 더 낫지 않았을까싶기도 하다. 그러면 주최측에서 불편하겠지만.
또한, 함께 한 분들에게도 좀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서 마음이 쓰인다. 사람들과 별로 교류가 없이 살다보니 사람들을 대하면 낯을 가리는 나를 깨닫고 당황스러웠다. 나이가 꽤나 들었음에도 마음 편히 어울리지 못하였으니. 무엇보다도 식사할 때 와인이나 커피 한 잔 선뜻 사지 않은게 내내 개운치가 않다.
그저 내 몸 아프지 않게 주의하며 그 많은 유적지를 따라다니기에 급급한 거 같다. 깍쟁이 스타일로~~~
당진 터미널에 내리니 출구에서 자동으로 발열검진이 된다.
남편을 만나 서산으로 오는 차안에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 나누느라 차 안에 이야기 꽃이 가득 핀다.
남편이 맞이해주는 귀국길. 잘 다녔왔다고 알릴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게 큰 기쁨이다. 이렇게 얼마나 누릴 수 있을까. 앞으로 기껏해야 십 년 정도... 그 후에는 다니기가 어렵겠지하고 생각하니 이 발걸음이 기쁨이고 행복이구나싶다. 보통 귀국하면 단골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목을 푸는데 오늘은 곧바로 집으로 행했다. 이제 2주간 자가격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코로나가 어서 물러나야는데....
내 집에 들어서면서 '안녕~?' 인사한다. 돌아올 집과 방이 있다는게 참으로 행복하다는걸 온몸으로 느끼며 편히 잠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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