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중국인 지아장커감독이 만든 'Still Life'다.
언젠가 장강삼협에 다니는 크루즈 여행 이야기를 들었다.
이 영화를 찍은 2006년엔 열심히 수몰작업을 하느라 망치소리가 요란했던 곳, 산과 물이 2천 년의 역사를 들려주던 곳이 지금은 물이 가득차서 유람선이 다닌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샨샤(삼협)댐이 중국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이득은 얼마일까. 이천 년 넘게 이어져 오던 삶은 물속에 묻히고 사람들은 어디로 흩어져 갔을까. 감독은 이 사람들의 아슬아슬한 삶을 끈질기게 쫒아간다. 대접 못받고 스러져가는 삶에 아파하면서.
여기 두 사람을 통해 산샤댐 주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산밍은 십육 년 전에 헤어진 아내를 찾아 산샤에 가는 배를 탔다. 아내가 써놓은 주소는 이미 물속으로 사라졌다. 낮에는 철거 일을 하고 저녁에는 틈틈이 아내를 찾아 다닌다.
드디어 아내의 아버지를 만나고 .. 아내를 산밍에게 삼 천원에 팔고 다시 꼬득여 도망치게 한 사람.. 며칠 후, 아내를 만난다. 이제 삼만 원이 된 아내의 몸값을 일년 내로 갚겠다며 다시 그의 일터 광산으로 떠난다. 철거 일보다 더 힘든 일이고 생명이 보장 안되지만, 돈을 많이 번다는 그 말에 동료들이 따라간다.
영화 내내 산밍은 얼굴 표정이 변함이 없다. 오래 그리던 아내를 만났어도 기쁨이나 분노의 표정도 드러나지 않는다. 고단한 삶이 그를 무표정하게 만들었을까. 작은 키에 다부진 몸이 그의 삶을 나타낼 뿐.
션홍은 쓰찬성에서 남편을 찾아 산샤로 들어온다. 이 년 동안 연락이 없는 남편을 찾아 온 것이다. 남편의 친구는 이곳에서 문화재를 발굴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의 단촐한 방은 문화재청 공무원의 삶을 천천히 보여준다. 줄에 가지런히 걸린 시계에 화면이 정지되었을 때, 'still life'가 '정물화'였구나 번뜩 스쳐간다. '고요한 삶' '여전히 흐르는 삶'과 '정물화'는 어떤 관계일까. 정지된 듯한 고요일까.
이 영화에서 예기치못한 반전은 션홍이 남편에게 이혼해달라고 선수를 칠 때이다.
산밍의 아내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면 좀더 윗계급인 션홍은 남편에게 여자가 있음을 알아채고 선수를 친 걸까. 션홍의 얼굴도 내내 지친 표정이다. 중국의 경제 향상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하는 의문과 함께 답답해진다. 이 영화가 만들어진 2006년에서 14년이 흘렀다. 중국인들의 삶은 더 풍요로워졌을까. 더 욕심 사나워지고 그악해진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암담한 삶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가운데 흐르는 유려한 노래..
'마치 쥐가 쌀을 사랑하듯이 당신을 사랑하겠다' 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