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행복한 라짜로

정인숙 2019. 12. 18. 09:14

 

이 영화를 보면 근원모를 행복이 밀려올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라짜로는 내내 사람들에게 착취당하고 끝내 맞아 죽는다. 그래도 그의 눈빛은 맑고 순수한 청량한 빛깔이다. 인간이 원래 그런 눈빛을 갖고 살았을까하는. 눈의 역할은 보는거를 넘어서서 진실을 꿰뚫는 힘이 있으리라 믿어지는.

 

라짜로는 영화내내 남루한 옷 한 벌만 입고 다닌다. 먹는 장면도 거의 없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그게 바로 내 일인양 사슴같이 투명한 눈망울로 다가간다. 그는 그저 순리대로 살을 뿐.

 

세상이 변한줄도 모르고 70여 년을 격리된 채 살아온 50여 명의 이탈리아 인비올라타 마을 사람들. 이들은 후작의 담배잎 농장 소작농으로 빚에 허덕이며 근근히 살아왔다.

 

후작의 아들, 탄크레디는 자유를 갈망하며 라짜로와 우정을 쌓는다.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굴리며 그를 돕는 라짜로. 기여코 탄크레디가 집을 나와 라짜로의 산 속 아지트에서 지내고 여시종이 그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비로소 갇힌 마을이 열린다. 후작집안은 사기와 인권유린 등으로 파산되고 마을 사람들은 도시민으로 편입되지만, 이들 앞에 놓인 삶은 피폐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소작농에서 도시 빈민으로 바뀐 삶은 여전히 비루하다.

 

라짜로는 절벽에서 떨어져 낙상한 채로 누워 있다 눈을 떠보니 십여 년이 흘렀다. 그 옛날, 늑대들이 프란체스코 성자에게 감명받아 프란체스코 성자를 돌봤 듯이 야생동물들이 그를 돌봤다. 여기부터는 환타지일까.

 

어느 날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킨 라짜로가 마을로 내려갔지만, 마을은 이미 폐허로 변했다. 공작의 집에서 가구 등을

내가는 사람들을 만나 도시로 걸어간다. 우연히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마을 사람을 만나 그집에서 기거하게 된다.

 

도시에서 탄크레디를 만나고 그에게 인비올리타 마을 농장을 찾아주고자 한 행동이 사람들의 오해를 사고 몰매를 맞는다.

 

라짜로는 아무 욕심도 없고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순수하게 도와줄 뿐인데 그를 받아줄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니..

그저 착하기만 한 라짜로는 어디에 발 부치고 살아야 할까.

그의 선한 눈망울은 어디에 머물어야 할까.

 

이탈리아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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