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25
칸쿤 - 치첸이트사
치첸이트샤로 가는 길이다. 치첸잇샤는 마야문명이 남아있는 곳...
고속도로 양옆에는 나무들이 일정한 모습으로 빽빽하다. 민가라곤 단 한 개도 볼 수 없는 길을 200킬로 넘게 달려야 치첸잇샤에 닿는다.
마야문명권은 유카탄 반도와 벨리즈, 과테말라, 온두라스 지역까지 어우른다.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마야어를 일상어로 사용하고 원주민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
사실 깐꾼은 '뱀둥지'라는 뜻의 마야어다. 치첸잇샤는 치는 입구, 첸은 웅덩이.. 순간 강우량이 많은 데 비해 토층이 얕아 빗물이 빠르게 땅속으로 침투하는 이 지역의 특성을 이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곳 선조들은 툰드라쪽 몽골족 아시아인이다. 이들은 이만 년 전 빙하기에 건너왔다가 얼음이 녹는 바람에 못돌아가고 남쪽으로 이동하였다. 그 일부가 유카탄 반도에 정착. 마야어는 특이하게도 중국어와 음과 음원이 일치하는게 많다. 물론 몽고반점도 나타나고 여성들의 쪽찐 머리형태도 우리민족과 비슷하다니...
버스에서 가이드는 쉼없이 멕시코에 대해 들려준다.
멕시코는 제조업이 없고 유통, 금융, 농산물 등 모든 직종이 휘청거린다. 독점과 부정부패로.. 이들의 주식인 옥수수가루로 만든 또띠야도 미국의 월마트가 들어와 선점해 버리고.. NAFTA 협상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농민들은 1994년 무장봉기를 일으켜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했으나, 정부군 앞에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이제 멕시코인들은 어떻하든 미국 국경을 넘어 가서 가족들을 먹여살리려한다. 이들이 무려 삼백만 명에 달한다. 그들이 보내는 달러가 이 나라의 큰 수입이란다.
트럼프는 3240킬로에 달하는 국경에 6미터 높이 담장을 세우겠다고 한다.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월경하는 이들을 막을 수 있을런지 ..
메리다라는 지명이 나온다. 이곳은 1905년, 천여 명의 한인들이 잘 살고자하는 꿈을 꾸며 정착한 곳.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애니껭 밭에서 고된 노동으로 하루하루 연명한 그들. 지금은 4만여 명의 한인 후손들이 살고 있다.
백십여년 전, 멕시코로 향하는 그 배에 동승한 '궤짝녀' 이야기를 흥미롭게 듣다보니 치첸이트샤에 도착했다.
가이드가 피라미드를 눈앞에 두고 마야인들의 수학과 천문학, 태양력에 대해 설명한다.
5세기경에 도시가 설립되어 10세기 전후까지 이 지역을 지배한 마야인들은 이십진법과 0을 사용했다.
25미터의 대피라미드는 달력과 태양의 운행을 잘 나타내고 있다. 45도 각도로 사방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돌계단은 각기 91단. 맨 윗 단의 신전을 합하면 365라는 숫자가 나온다. 기단아래 패널 수가 52 로 마야 달력 260일력과 365일이 만나는 52주년과 일치한다. 그들의 수학과 천문학에 놀라움을 넘어 경외감까지 든다. 세계 7대 불가사의가 허술할리가 없겠지만.
거기에다 매년 춘분과 추분에는 피라미드 난간 아래 뱀의 머리 조각이 계단 그림자와 길게 이어져 뱀의 형상이 된다. 사진으로 보니 정말 뱀 모습이다. 그날에는 고속도로가 꽉 막히고 신의 계시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니...
가이드는 우리를 세노테로 데려갔다. 세노테는 '성스러운 샘' 이란 뜻의 산 제물을 바쳤던 곳. 19세기 들어 이곳의 물을 빼내고 수많은 인골을 꺼냈다. 저 짙은 녹색물이 '육수'라고..ㅠ
오싹한 기분에 얼른 그 자리를 떴다.
기단도 살펴보고 숲 안쪽으로 들어가 주변에 흩어져있는 신전 돌기둥들을 둘러보았다. 사진을 통해서 여러가지 이상징후를 봐서인지 계속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칸쿤...바닷가를 거닐며 해지는 광경을 보았다. 바람이 세차다.
룸메이트의 도움으로 일식을 먹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밥.. 초밥으로 입맛을 돋구고 익숙한 양념으로 볶은 야키소바는 한결 맛났다. 조용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동행들과 맛있게 먹으며 정담을 나누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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