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2일.
산행코스 : 안성탐방지원센터 - 칠연폭포 - 동엽령(1320m) - 원점회귀산행
신협 산앇회에서 지리산 삼신봉에 가는 날이다.
솔꽃에서 같이 다니는 두 분이 이번 산행에 못가신단다.
짧은 고민... 혼자라도 가야하나 마나... 지리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갈래다. 이번 길은 청학동쪽에서 올라갈 예정이란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다보니 내 마음은 이미 지리산에 가있다. 삼신봉에서 바라보는 천왕봉이 눈에 그려진다. 허리도 다리도 부실하니 한 번 한 번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색다르게 느껴진다.
내 다리로 내 몸으로 직접 오르며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또 오랴 싶어 혼자서 산행을 떠났다.
지난 몇 번의 등반으로 낯이 익은 분들이 반겨주신다.
빈 자리를 찾아 앉으니 옆자리에 주민센타 요가반 다니시던 분이 계시다. 농번기라 인원이 대폭 줄었다. 버스 한 대로 출발!
대전 통영 고속도로를 달려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어둑해진다. 급기야 우르릉 꽝꽝! 지리산 지역엔 폭우가 쏟아진단다. 호우주의보도 발령중. 버스는 방향을 바꿔 덕유산쪽으로 내달았다. 계곡을 낀 등반으로 급선회했다.
열시 반경부터 산행 시작... 숲길이 쭉 이어진다. 계곡에는 물소리가 우렁차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 물소리.. 여름날 풍경이다. 물소리와 계곡 풍경에 마음을 두자니 마음이 바빠진다.
그리 가파른 길이 아니어선지 선두 그룹의 걸음이 휙휙 지나친다.
뒤처질세라 부지런히 걸었으나, 곧 뒤쳐진다. 이런~~! 주변에 아무도 없다. 삼십 분쯤 걸었나.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발걸음은 휘청휘청... 아침식사를 제대로 못해서인지...
산딸나무꽃이 별처럼 피어있고 산목련이 드문드문 자태를 드러낸다. 키큰 나무들 아랫길이라 햇빛을 보지 않아 다행이다.
잠시 쉬고 있으니 세 분이 다가온다. 그중 한 분이 나와 보조가 맞는다. 부석면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신다는 그분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다 쉬다 땀을 훔치고 오른다. 시간은 벌써 12시가 지났다. 지금까지 계속 숲길을 걸었는데도 이러니 여름날에는 꽤나 어렵겠다 싶다.
조금씩 하늘이 보인다. 동엽령 정상 가까이 가자 등산로 보수공사를 하느라 철빔 프레임만 남아있다. 체조하듯 중심을 잡고 프레임을 밟아 나갔다. 드디어 탁 트인 시야! 정상이다. 우와! 다 왔다. 산 능선이 포개져 펼채지고 산안개가 뭉개뭉개 피어 오른다. 화산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 하다.
먼저 오신 분들은 식사를 거의 마치셨다. 뒤늦게 도착한 다섯 명이 허겁지겁 밥을 먹는다. 여럿이 내놓는 반찬 맛이 꿀맛이다. 맛있어라...
단체 사진을 찍고 사진을 찍어 주려니 벌써들 하산이다.
내려오는 길엔 우르릉 꽝꽝! 비가 쏟아진다. 우비를 꺼내 입고 좀 걸으니 비가 그쳤다. 칠연폭포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으니 마음이 급해진다.
칠연폭포 가까이 오니 다시 비가 쏟아진다. 앞서 간 분들은? 포기하셨으리라 믿고 아래로 내려온다. 혼자 뒤처지니 등반대장이 내 뒤를 따르느라 더 고생이다.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지 ....
버스에 올랐다. 시간은 세 시 이십분. 네 시간 반 정도를 걸었구나... 버스가 출발하니 잠이 쏟아진다. 머릿속에선 오늘 걸은 숲길이 아른거리고 물소리가 쟁쟁하다. 내 삶이 더 풍요로와진 날, 주변 모든이에게 감사해하며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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