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8일, 황매산에 가다.
새벽 일찍 집을 나서도 아침 햇살이 퍼져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어제 그제 봄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오늘은 그나마 잔잔해져 다행이다.
당진 대전 고속도로를 지나 대전 진주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황매산 입구에 도착하니 열시 조금 못미치다.
철쭉 행사장 반대편에 내려 산행 준비를 마치고 천천히 마을 길을 걸어 산으로 올라간다.
황매산이라고 황매꽃이 노랗게 피어 우리를 맞이한다.
한 시간쯤 지루한 임도를 걸어가니 정상 못미쳐 다다른다.
꼭대기엔 철쭉 밭이 널직하게 펼쳐져있다.
짙은 분홍빛일 철쭉은 며칠 전 내린 서리를 맞고 제 빛깔을 잃었다.
그래도 상큼한 산내음과 햇살이 내 몸 구석구석을 일깨운다.
산을 넘어가니 황토 포장길이다.
부석면에 사시는 동네 아주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일행을 잃어버렸다.
전화로 연결하니 모산재 가는 길로 들어서면 스님이 보인다고... 아직 회원들 얼굴이 익숙치가 않다.
회장님 뒤를 쫓아 다니다 그만 잃어 버렸는데 전화 연락이 닿은 분은 회장님이 아니라 등반대장님이다. ㅎㅎ
가까스로 만나고보니 다른 분들은 점심을 이미 드셨다.
명희씨와 허겁지겁 배를 채우니 기운이 솟는다.
철쭉밭을 지나니 숲 속으로 들어선다.
오월의 산은 연두빛에서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싱그러운 생명의 빛이다.
인생으로 치면 십대... 그리고 세월호 아이들이 눈앞에 그려진다.
싱그러움을 펼치지도 못하고 꺽인 아이들의 아픈 삶... 명복을 산기슭에서 빌어본다.
모산재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긴다.
모산재에 도착! 재너머 가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바위가 일품이다.
바위길을 걷는데 바람이 어찌나 거세던지 내 몸이 붕 뜨는 느낌이다.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으면 이번 산행은 밋밋할뻔 했다.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
길 잃은 우리들을 기다려준 분들...
어떻게 서산 그것도 시골로 귀촌했는지 엄청 궁금하신가 보다.
연이은 질문과 호기심어린 눈빛을 보낸다 ㅎㅎ.
솔밭길을 걸어 산을 거의 내려와 삼백초 식혜를 마셨다.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맛이 더위와 피로를 가셔준다.
오후 2시 반쯤 버스에 올랐다.
서산에 살아 좋은 점... 전국으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
돌아오는 길에 예산 수덕사 앞 식당에서 더덕정식으로 푸짐히 먹었다.
오늘이 어버이날이라 특별히 준비하였다고... 임원진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맛나게 먹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동네 어귀에 내리니 7시 반경이다.
저녁빛깔이 어스름이 내려앉고 있다. 시골 풍경이 정겨운 시간이다.
저 앞에 우리집이 보인다. 어릴적 집이 보이면 '엄마'하고 내달리던 아이가 떠오른다.
시골에 사니 어릴적 광경이 자주 오버랩된다. 이 또한 내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주리라...
매 달 산 빛깔은 다르게 다가온다.
유월의 산은 어떤 모습일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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