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목포 - 유달산에 오르다

정인숙 2014. 1. 28. 19:35

 

2014년 1월 23일.

오전 열시에 집을 나서다.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에 나서기에 약간 부담이 된다. 지난 가을에 교통사고를 당해 운전이 겁이 난다, 아직은.

천천히 차를 몰아 서천 휴게소에 닿았다. 남편은 태백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 치악 휴게소라고 연락이 온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삼십여 분 쉬었다가 다시 떠났다.

목포는 서해안 고속도로 마지막이다. 세 시간 반 정도 걸린다하니 네 시간 잡으면 되겠지 싶었다.

 

함평 휴게소에서 연락을 취하니 행신에서 KTX를 타고 오는 팀은 익산역을 지나친다고 한다.

젊을 때 우리를 흥분케 했던 함평고구마 사건을 되뇌이노라니 그 시절이 생각난다.

이렇게 세월이 지나 함평을 나홀로 지나칠 줄이야 그 시절엔 생각이나 했을까.

무안을 지날 땐 무안 출신의 어떤 이가 생각나고...

낯선 지명을 지나칠 때 그 땅 출신의 사람을 기억하니 더 정겨워진다. 참말 나도 늙어가나보다.

 

목포역에서 일행을 만났다.

매년 방학 때만 만나서 정이 든 사람들이다.

함께 일할 땐 서로 바쁘니 세세히 모르다가 일년에 한두 번 만나 숙식을 같이 하면서 친해졌다. 새롭고 소중한 인연이다.

 

숙소를 찾아가니 어선과 요트가 즐비한 항구가 눈 앞에 펼쳐진다.

손이 빠른 용남쌤이 재빠르게 라면을 끓여 내와 여독을 풀어준다.

호텔 앞 항구를 어슬렁거리며 생선 말리는 것을 보고는 일행들이 장난기를 발동한다.

가오리와 여인들이 폼을 취하고...

 

어디서나 생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존경스럽다.

그물망을 손질하는 여인네들 손길이 바쁘다.

좀더 가니 요트가 즐비하다. 여기가 마리나베이 요트항이라네...

아하! 그래서 우리 숙소 이름이 마이나베이호텔이구나...

 

네 시가 지나서 유달산에 올랐다.

옛 일본영사관 건물이 전망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근대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에 목포가 전성기이었겠구나 싶다.

 

천천히 유달산에 오르다보니 이순신 동상이 나온다. 꼭 서양인을 닮은 조각상. 광화문 조각상과 모습이 같은가 .... 아닌것 같은디...

이난영 노래비가 나온다. 가무에 능한 경양쌤이 목포의 눈물을 구성지게 부른다. ㅎㅎ

 

해가 저무나보다. 빨리 올라가면 석양을 볼 수 있단다.

헉헉 헉헉! '아니, 내가 왜 이리 급히 올라가지? 해지는 것은 우리동네에서도 쉬이 볼 수 있는디...'

 

유달산은 해발 228미터인데도  삐죽삐죽 봉우리가 멋지게 솟아있다.

시내에서 쉽게 올라갈 수 있고 전망도 멋지다. 유선각까지 겨우 올라가 숨을 고른다. 옷이 흠뻑 젖었다. 남녘이라 확실히 날씨도 푸근하다. 저 멀리 바다 너머 해가 넘어가려한다. 오 분 정도 남아 있으려나.... 일행들과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고 고개를 돌리니 목포 시내에 불빛이 하나 둘 밝아진다. 노적봉에도 불빛이 아롱거리고...

 

숙소 근처 시장을 기웃거리다 횟집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별로 없어 맛이 있을까나 했더니 ...

음~~, 그래도 배고픈 여행객들에겐 진수성찬. 술 한 잔에 거나해진 우리들...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낯선 동네의 밤거리 시장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끝없이 재잘거리다 웃다가 잠이 들었다.

내일은 어떤 날이 될까 기대하면서...

 

 

 

 

 

 

 

 

 

 

 

 

 

 

 

 

 

'써니'의 여인들.

 

옛 일본영사관 건물.

 

낙조...

 

 

 

 

 

 

 

목포시내... 점차 어두워지다.

 

 

 

삼학도 전경. 한 청년을 사모한 세 여인이 죽어 학이 되었고 그 학이 떨어져 죽은 자리가 섬이 되었다는 삼학도. 세 개의 섬을 잇는 산책로가 있다고.

 

노적봉에 불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