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구마캐기

정인숙 2013. 10. 14. 22:09

가을, 수확의 계절이라더니 시골서 사니 정말 실감난다.

고구마 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한다. 동네에서 먼저 캔 집에서 고구마를 조금씩 나눠주셨다. 남의 집 고구마라 그런지 맛이 꿀맛이다.

두세 개는 쪄먹고 세 개로 맛탕을 만들어 그집에 보냈다. 꼬맹이들이 좋아할 거 같애서. 새로 익힌 맛탕 만드는 법이 아주 간단하다. 물, 조청, 호두 넣고 마냥 졸이면 끝. 고구마에 달달한 조청 맛에 고소한 호두까지 맛이 일품이다.

 

우리집 고구마는 애들 결혼식 끝나고 캐려고 했는데 계획을 급 변경. 남편과 호미를 들고 나섰다. 모래 땅이어서 캐기가 아주 쉽다. 작년엔 땅이 딱딱하여 삽으로 캐다가 찍히고 긁키고... 세 상자 캐서 지하실에 잘 보관했건만, 몽땅 썩어버렸다. 얼마나 속이 상하였던지...

올해는 잘 캐야지... 둘이 조심조심 캐어냈다. 상처 입힐세라 호호 불어가며.

굵기가 일정해야 좋으련만 큰 것은 엄청 크고 작은 것은 아직 여물지도 않았다. 두어 상자 될만큼만 캐고 끝냈다. 사분의 일 정도 캤나.

가늘고 상처입은 것은 깨끗이 씻어서 먼저 쪄냈다. 볕이 좋으니 내다 말려야지하고.

 

수확도 덜했건만, 선물로 나눠줄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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