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박물관 고고학관 들머리 전체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
이번 답사에서 꼭 보고싶은 곳이었다.
국박에서 해설을 들을 때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어찌나 자랑스럽게 설명하던지 ...
특히 다양한 고래들을 꼭 찾아보고 싶었다.
이곳에 고래 암각화가 있다는 것은 그 옛날 선사시대에 울산 앞바다에 수많은 고래가 살았다는 증거겠지.
반구대를 찾아 걸어가는 길에 참으로 호젓하고 수려한 길이다.
병풍같은 절벽을 휘감고 굽이굽이 내가 흐른다.
대곡천. 오후 햇살에 개천물이 반짝반짝 빛을 낸다.
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감탄으로 얼굴빛이 밝아지며 탄성을 내지른다.
대곡천이 반구마을 입구로 굽어진 곳에 포은 정몽주가 귀양을 왔다고 한다.
친명정책을 편 공민왕 아래에서 포은은 성균관수장이었다.
공민왕이 죽자, 우왕을 즉위시킨 친원파들에게 포은선생은 눈에 가시일터이다.
그리하여 모함을 하고 귀양을 보낸다. 바로 이곳으로.
'참 경치도 좋은 곳으로 귀양왔네...'
반구대 정자.
구석기인들이 둥지를 틀고 살던 곳이니만큼 풍수는 예로부터 증명된 곳...
이곳에서 유배의 시름을 덜고 시와 글을 짓던 묵객들을 그려본다.
게다가 공룡 발자국 화석까지 있단다. 공룡이 노닐던 곳에서 친구가 장난기를 발동했다...
움푹 들어간 곳이 공룡발자국 자국이라는데.... 글쎄... 아무리 눈을 치켜뜨고 봐도 가늠잡기 힘들다.
이 자리에 공룡이 서서 '와흥~' 소리 질렀을까.
드디어 반구대암각화(국보 제285호)에 도착했다.
대곡천 건너편이라 잘 보이지 않아 대형 망원경을 이용해서 찾아봐야한다.
대곡천의 하류에 사연댐이 생긴 연유로 암각화가 물에 자주 잠긴다고 한다.
그나마 겨울철이라 모습을 드러냈다고.
암각화는 바다와 육지동물, 사냥과 포경 장면 등 동물의 생태적 특징과 당시의 생활상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다 동물은 고래, 거북, 물고기, 가마우지 등이 있으며, 육지동물은 사슴, 멧돼지,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너구리 등이 새겨져 있다.
암각화에 표현된 배와 작살, 부구를 이용하여 고래를 사냥하는 장면은 과거 고래를 잡고 이를 숭배한 뛰어난 해양어로 문화가 울산만에 존재하였음을 보여준다.
망원경을 통해 찾아보고 설명을 들으며 꿰맞춰보니 수많은 고래가 숨어있다.
마치 숨은 그림찾기 같다. 작은 고래, 큰고래, 거북이, 그물, 사람그림 .....
해설자선생님이 열심히 설명하신다.
고래가 먹이를 따라 이곳 태화강의 상류인 대곡천까지 올라오고, 선사시대의 어부들이 함성을 지르며 작살을 내려쳐 고래를 잡았을 것이라고...
http://www.imideo.com/image/065463596537ece2f7d6e9a6870b279e/48016
http://www.imideo.com/image/065463596537ece2f7d6e9a6870b279e/48029
몇만 년전 이 골짜기가 떠들썩했을거다.
암각화와 더불어 고래를 잡아 환호성을 지르고 배를 가르는 손놀림이 그려지고,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와 어우러져 웃음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수많은 세월을 견뎌낸 암각화가 머지않아 사라질 것만 같다. 안타까움만 남긴 채 발길을 돌린다.
다음 코스는 천전리 암각화.
반구대에서 걸어 갈 수도 있다니 다음에 오게되면 꼭 그 길을 밟아보고싶다.
오늘은 버스로 구불구불 숲길을 돌아 도착했다.
천전리로 걸어가는 길이 때마침 물에 잠겼다.
해설사님이 '어쩌나!' 하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다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처음엔 그저 '차갑다' 정도... 중간쯤 가니 으악! 발이 얼어붙는것 같다... 뼈가 저린다 실감하면서.
암반이 비스듬히 깍여있어서 암각화를 보존했다고 한다.
기하학적인 문양. 다산을 상징하지 않았을까하고 추정한다고.
신라화랑들은 전국 명승지를 돌며 심신을 수련했다.
이곳에서도 수양을 하며 이름을 새겨놓았다. 영랑, 호세...
법민 (무열왕 김춘추의 맏아들이자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삼국통일을 이뤄낸 왕)도 이곳에서 수련을 쌓고 이름을 남겼다.
암각화에서 뒤돌아 보니 높은 산 아래 편편한 바윗돌이 계곡을 덮고 있다.
국보 제147호인 천전리 암각화가 발견된 것은 1970년이다. 탐사팀이 '삼국유사'에 실린 반고사가 반구대 지역에 있을 것이라 추정하고 천전리에 왔을 때, 마을 주민이 " 저 밑 암벽에 그림인지 뭔가가 있다"고 해서 찾았다 한다. 바로 전까지 이곳은 화장터였다니.
부산 수영만 앞에 위치한 호텔에 들어섰다. 오랫만에 부산에 와보니 최신 빌딩들이 하늘로 솟아있다. 'I PARK' 글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바닷가를 정비하여 한밤중에도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저녁식사로 회를 두둑히 먹고 해변을 산책하다. 건너편 해수 사우나 문을 열고 들어가 여독을 풀다. 사우나장에 오니 부산사투리를 통째로 듣는다. 애교섞인 토박이말에 둘러싸이니 이방인 신분이 금새 드러난다. 3월 초봄 밤이 싱그럽다.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제지역 답사 - 금산사, 귀신사, 벽골제, 조정래문학관, 망해사 (0) | 2013.04.08 |
---|---|
부산, 복천동 고분군과 범어사 (0) | 2013.03.29 |
울산 간월사터, 석남사 (0) | 2013.03.11 |
통도사 - 매화향이 그윽한 절집 (0) | 2013.03.11 |
울산지역 답사 - 석탑과 승탑을 찾아 (0) | 201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