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통도사 - 매화향이 그윽한 절집

정인숙 2013. 3. 11. 21:50

아침식사를 하고 길을 내다보니 통도사가 보인다.

이 절은 큰절이라 그런지 매표소에서 주차장까지 도로가 나있다. '걸어가면 참 좋겠다'하면서 차창을 내다본다. 봄 내음이 전해진다. 남녘에 내려오니 봄이 성큼  가까이 다가왔다. 우리 동네는 아직 산 모퉁이에서 머물고 있는데...

 

주차장에 내리니 당간지주가 반겨준다. 와! 당간이 장대하게 하늘로 뻗어있다. 내 기억속에 통도사가 남아있나.

분명 다녀가긴 했건만, 기억을 헤집어봐도 신통치가 않다. 그저 아이들 풀어놓고 다시 집합시키던 기억만 아스라하다.

 

당간이 살아있는 당간지주를 처음 보다.

 

 

영취산통도사. 통도사가 깃들어있는 산은 취서산이다. 그런데 일주문의 현판에 영취산 통도사라 쓰여있다.

흥선대원군 글씨.

 

영취산은 인도의 마가다국에 있는 산으로 석가모니가 '법화경'을 설법한 곳이다. 그 모양이 독수리 머리같다하여 '영취산'이란다. 통도사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절이라 격을 높여 취서산보다는 영취산을 주소로 썼다고한다.

 

통도사를 창건한 스님은 자장율사다. 스님은 선덕여왕 5년(636)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643년에 석가모니의 머리뼈와 어금니, 사리 100알과 부차님 가사 한 벌을 가지고 귀국하였다.

 

귀국 후에 대국통에 올라 수행자의 규범을 바로잡았다. 당시 자장율사에게 계를 받고 불법을 받든 이가 열 집에 여덟아홉이나 되고 해마다 중이 되고자 청하는 이가 늘어가자 자장율사는 통도사를 세우고 계단(수계의식을 집행하던 장소)을 만들어 사방에서 오는 사람들을 받아들였다.

 

 

 

큰절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님.

악귀를 못 들어오게하려면 무서워야 하거늘 귀엽게 느껴지는 얼굴.

천왕문을 지나자 매화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매화다!

홍매화 백매화가 활짝 피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감탄어린 얼굴과 영롱한 꽃 모습에 내 마음도 바빠진다.

 

 

하로전의 전각들. 극락보전과 영산전.

영산전 내부 벽화 중에 다보탑 그림이 유명하다는데...

관장님 설명을 귓전에 흘리고 혼자 돌아다니다 놓쳤다... 아뿔싸!

영산회상도,  팔상도 등  보물이 걸려있다는데... 눈이 틔이지 않아 유심히 들여다봐도 잘 모르겠으니...

석탑에 새겨진 조각.

하로전 약사전 앞에 있는 노주석(?)

불이문을 통과하면 중로전으로 들어간다.

 문턱을 곡선으로 깍아 드나들기 편안하게 만들었다. 장인의 배려...

불이문에 들어서면 세속의 모든 고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여 해탈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봉발탑.

부처님의 제자인 가섭존자가 석가여래의 발우와 가사를 가지고 미륵불을 기다린다는 교리에 따라 만든 돌그릇.

 

 

금강계단. 처음엔 계단을 오르는줄 알았다. ^^.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뒤쪽에 대웅전이 들어서있다.

 대웅전을 들여다보니 화려한 수미단 너머로 금강계단이 보인다.

 참배객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온 마음을 다해 절을 하거나 경을 읊조리고 있다.

신성한 장소를 우러르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내부를 찬찬히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조용히 들어서서 삼배를 올린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내 이웃을 위해... 그중 제일은 물론 자식이다.

예전에 구복신앙을 성토하더니... 세월이 흘러 나도 복을 구하고 있다... 

 

 

 

 

 

 

 

 

 

 

 

대웅전의 꽃창살, 소맷돌의 조각, 지붕의 이음쇠마무리까지 정성이 미치지않은 곳이 없다.

 

구룡지.

자장율사가 처음 통도사를 창건할 때 독룡들이 산다는 이 못에서 용들을 위해 설법을 하여 물러나게 한 뒤 못을 메우고 계단을 쌓앗다는 연못.

 

다시 금강계단을 둘러보고 참배객들을 쫓아 한바퀴 돌아본다.

부처님의 가호가 영험하다니 두손을 모으고 온 마음을 다해...

 

 

 

 

 

 

 

 

하루종일 머무르며 마음을 가다듬고 싶으나, 발길을 뗄 수밖에...

아쉬움을 간직한 채 절을 나와 입구쪽에 있는 성보박물관에 들어갔다.

 

'불교문화재 몇 점 있겠지'하던 마음이 중앙에 걸린 대형 괘불을 보는 순간 고마움이 솟아난다.

괘불은 대부분 절집 대웅전 뒤켠 나무상자 속에서 어둠을 친구삼아 누워있는데, 여기서 맘껏 빛을 낼 수 있다.

전국 사찰의 대형 괘불을 일년에 두 차례에 걸쳐 전시한다. 

120여개 사찰에서 괘불을 소장하고 있다니 빠짐없이 보려면 60년이 걸리는 셈이다.  

 

기증관에 들어서니 국립박물관 못지않게 종류별로 귀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산의 의사선생님이 사재를 털어 전 생애동안 모아온 걸작들, 스님들의 소장품들...

 글씨와 그림과 도자기와 문방구용품들...

 

눈이 호강하고 머릿속이 쨍~하고 가슴이 훈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