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솔꽃모루

어설픈 농사꾼 사고치다...

정인숙 2012. 3. 5. 20:30

삼월이 되자 동네에선 벌써 감자를 심었답니다.

우리 마을에서도 감자밭 일구느라 바쁩니다.

삼월 첫날부터 날씨가 따뜻해져서 창문을 활짝 열어 봄기운을 받아들이고 봄을 만끽하노라니

옆집 복사꽃님이 부지런히 삽질하시는게 보입니다.

옆에서 일하면 공연히 마음이 바빠집니다.

토요일에 우리도 화단과 나무에 거름을 주고

도라지를 옮겨 심었습니다.

작년 5월에 도라지씨를 뿌리고 두어 번 풀을 뽑아주었는데 땅속에서 하얗게 자랐네요...

얼마나 예쁘고 기쁘던지... 요런 희열 때문에 땅에 엎디어 그 고된 작업을 하나봅니다.

 

어제 일요일 오전에 남편이 감자밭을 일구겠노라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일하려니 귀찮아서 감자를 심을까 말까 했거든요.

허긴 돈으로 따지자면 두식구 먹기에 한 상자 사면 충분하니까요.

갑자기 마음이 변하였는지 감자밭을 일구겠다니 막 응원을 했지요.

한 시간 후쯤에 커피를 갖고 밭으로 쫓아가니

"여기다 파를 심었는지 파가 나와. 저쪽에 모아놨어."

???

아무튼 새로 싹이 나오는 생명체를 버릴 수 없어

저는 열심히 주워다 주고

남편은 앞쪽 빈밭에 옮겨 심었습니다.

 

저녁엔  마을 달모임이 열립니다.

조금 큰 도라지를 무쳐갔더니 다들 신기해하며 감탄합니다.

올핸 온 마을에 도라지씨를 뿌릴 기세입니다. 

작년에 그쪽에 밭을 일궜던 찐순네집에 물으니 파를 심지 않았다 합니다.

이상하다...

 

막차 타고 올라가는 아들을 터미널에 내려주고 돌아서다 문득 남편이 무릎을 쳤습니다.

아뿔싸!

"그 밭에 서경엄마가 마늘 심어놨다.....!!"

어머머....맞다, 맞아!

작년 초겨울에 추위를 무릅쓰고 성경엄마 혼자서 밭을 일구고 마늘을 심고 양파를 심고 한 밭입니다.

비닐을 씌워 놓지 않아서 저희가 깜빡했네요...

우짤꺼나...

 

오늘 아침 성경이네 집에 일단 알리고 사죄 사죄...

감자밭 일궈 주겠노라고... ㅎㅎ

비가 그치면 다시 밭을 파헤쳐 마늘과 양파를 찾아볼까 합니다.

다시 잘 심어놓으려고요... 잘 살아날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