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는 함바집 아줌마?

정인숙 2011. 11. 23. 18:51

11월 들어 마을 공사를 벌였습니다.

10월 부터 서둘렀건만, 주말에만 회의를 열 수 있기에 뒤늦게 일을 벌였지요.

마을 우측 라인에 배수로를 내고 정화조 공사를 다시 하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끝나리라고 예상한 정화조 공사가 이틀을 넘기면서 차질이 생겼습니다.

 

각 가구 배수로 공사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속속 발생하니

공사가 자꾸 지연됩니다.

다행이 날씨가 포근하여 그나마 힘을 덜었건만,

급기야 어제 오늘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열 가구중 여덟가구 공사 끝트머리로 우리집 공사를 그저께 마치고

어제부터 마을 우측 배수로 공사, 제일 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공사비도 애당초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습니다.

각 가구 공사가 늘어나고

가구주가 정리할 수 없는 것을 정리하느라 또 시간이 흐르고...

결국 배수로 공사를 시작하자 날씨가 급작스레 추워진 것이지요.

 

마을공사를 하면서 우리집은 분주해졌습니다.

아침 7시 반이면 아침 식사를 하고 남편은 공사장으로 나섭니다.

저는 어쩌다보니 간식 총책.

오전 10시가 되면 아침 간식이 나가고

오후 세시면 오후 간식을 내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즐겁게 준비하다가

이제 다들 지쳤습니다.

 

그래도 우리집 공사 때엔 우리가 간식을 준비해야지요.

그와중에 난생 처음으로 대대적으로 김장을 했습니다.

공식적인 배추가 80포기, 동생네와 함께 하자고 하여 이리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농사지은 배추는 포기가 제대로 안지 않아

배추농사를 직업으로 짓는 원주민 은서네 배추를 50포기 주문했더니 60포기가 넘게 가져다 줍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배추... 열 포기는 나눠주고...

거기다 우리 배추도 한 20포기 얹고 나머지 갯수를 알 수 없는 배추를 우거지처럼 담가서 고무함지에 담아놨습니다.

양념값이 도대체 얼마 들었드라....?

아직 계산도 못 뽑았습니다.

 

그날, 마침 일요일이라 작업이 쉬겠거늘 했더니

웬걸 공사를 한답니다.

이크! 보쌈 고기가 모자르겠는걸...

열근을 삶았습니다....

커다란 곰통에다 아무리 삶아도 삶아지지 않아 압력솥에 나누어 삶고...

겉절이 김치는 큰 들통에 넉넉히 무쳐 놓았지요.

오후 세시, 남정네들이 한 열 명 모여 보쌈을 안주삼아 술판을 벌이는 참에

지나가던 원주민 동네분들도 오시고...

음식이 바닥이 났습니다.

 

감기로 골골대었는데 큰일을 무사히 치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되겠지' 마음 먹었더니 이집 저집에서 도와주어 끝맺었답니다.

시골와서 신고식을 다시 치룬 기분입니다.

 

다시 공사장 이야기...

오늘은 바람이 거세더니 눈까지 내립니다.

아침 간식은 라면, 오후 간식은 어묵 끓이고 만두 튀기고...

밖이 추워서 부엌으로 모두 들어오시라 했습니다.

잠시 밖에 나가도 추워서 떨리는데 

아무리 돈 받고 일한다해도 얼마나 추울런지요...

그 일꾼중에 남편이 끼어있으니 더 안스럽습니다.^*^

 

눈발을 맞으며 삽질을 하는 남편을 보니 문뜩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에고, 학교에나 있을 것이지 예까지 와서 저 고생이람...'

요즘 이곳엔 일꾼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니

막일 배워 일 다니며 돈 벌어올라나 ㅎㅎㅎ (일당 십만원).

 

오후 간식을 드시며 옆집 아저씨가 한마디 하십니다.

"정선생님, 함바집 아주머니 되셨네요."

 

옆 배수로 공사를 마치니 우리집 지형이 바뀌었습니다.

내년 여름엔 비가 내려도 편안히 잠잘 수 있으려나....

 

직장에 다니는 인서맘이 내일 간식거리를 건네주고 갑니다.

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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