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에 속하지만, 지로 형성되어 평야를 찾기 어려운 땅, 괴산으로 향했다.
봄비치고는 세차게 내린 다음 날이라 날씨가 꽤나 청명하다.
이리저리 뚫린 고속도로 덕택에 두어 시간을 달리니 괴산에 도착한다.
먼저 찾아간 곳이 연풍초등학교 내에 자리한 동헌.
김홍도가 어진 제작의 공으로 벼슬을 한 곳이다.
'때로 기니를 잇지 못하는 생활 속에서도 그림값 삼천을 받아 이천으로 매화를 사고 팔백으로 술을 사 친구들과 매화를 완상하며 마시고 나머지 이백으로 쌀과 나무를 샀으니 하루치도 못되었다'(<호산외사>, 조희룡)
'신선과 같은' 낭만적 인간 김홍도는 현감직을 3년 하고 물러난다.
행정직은 예술가인 그에게 맞지 못했던 듯.
그림쟁이가 파격적으로 벼슬살이를 한 후, 더 자유롭고 개성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단원이 벼슬살이 하던 연풍헌 관아건물은 다 사라지고 동헌이었던 <풍악헌>만이 남아있다.
오랫만에 나선 답사길에서 관건물과 사건물의 차이를 다시 듣는다.
공공건물엔 단청을 사용하고 겹처마를 두르고 둥근 기둥을 썼다는 것.
연풍초교 입구에 300년 된 느티나무가 연록색잎으로 반겨준다.
단청과 겹처마를 다시 올려다보고...
동헌에 쪽창을 내었다. 심미적인 안목?
운동장 한 켠에 등꽃이 활짝 피어있다.
서경이가 꽃잎에 온 마음을 빼앗긴 듯 홀로 꽃잎을 줍고있다.
연풍성지로 가니 잘 가꾸어진 정원으로 눈길이 다다른다.
마당을 어떻게 구성했느냐가 요즘의 최고 관심사.
목단꽃이 소담스레 피어있다.
짙은 자주빛과 분홍빛 목단.
천주교 신자들에게 목을 들이밀게 하여 목졸라 죽였던 형구란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사람을 생매장하던 도구.
사람의 본성에 잔인함이 깃들어 있는건지, 살기 위해 남을 죽인건지...
박물관장님이 차마 읽지 못하겠다고 각자 설명문을 읽으라 하신다.
연풍향교 동재 건물. 기숙사이기에 네모기둥을 썼다고...
원풍리 마애불좌상(12세기 조성, 보물 제97호)을 찾아갔다.
불상 앞 도로 건너편에 너럭바위 계곡에서 우렁찬 물소리가 시원하다.
마애불은 저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높이 12m쯤 바위벼랑 위쪽에 감실을 파고 두 불상이 앉았다.
눈이 가늘고 길며 코는 뭉특하다. 옷자락에 붉은 빛이 돈다.
일반적으로 삼존불인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쌍불이다.
각연사로 들어가는 길은 신록으로 초록빛이다.
우리들 얼굴도 연두빛으로 물들어있다.
'보개산각연사'라 쓰여있는 일주문을 지나 걸어 들어가니 꽃사과 나무가 한창 꽃을 피워내 절 마당이 꽃잎 마당이다.
'깨달음이 연못 속의 부처님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절은 어떤 모습일까.
친구와 서경이.
행복이 묻어나온다.
대웅전 봉황 다포
이 꽃이 무슨꽃이길래 이리 매혹적인가.
꽃박사 친구가 알려준다.
골담초.
넋을 잃게 하네...
각연사를 창건한 유일 스님이 못 안에서 건뎌 모셨다고 전해지는 석불.
신라 하대인 9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권인을 꼭 쥐고 앉아 계시다.
통통한 얼굴에 살짝 미소가 어려있다.
화불을 아홉구 모시고 구름무늬와 불꽃무늬가 선명하다.
보물 제433호.
서경이가 석불상 앞에 앉아 손모양을 쥐어본다.
절 앞으로 나가 개울을 건너려니 이틀 동안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나있다.
일부 회원은 양말을 벗으셨다.
첫번 째 개울을 건너니 하늘이 활짝 열린다. 넓고 평평한 평원이 나온다.
'와! 이런 아지트가 숨어있었네...'
한 쪽 가장자리에 거북이가 몸통을 보여준다.
머리도 잃고 비석도 잃은채...
등 껍데기와 목 둘레에 새긴 꽃잎, 발톱이 아주 선명한 잘 생긴 거북이다.
발톱이 금방이라도 일어설 듯 움켜쥐고 있다.
거북이 꼬리
사다시 개울을 건너야한다. 결국 양말을 벗었다.
물이 상당히 차갑다.
시원한 계곡 바람과 차가운 물. 벌써 봄이 끝나가려나.
한 낮 더위를 식혀준다.
손을 잡아주고 돌을 놓고...
맨 발로 숲길을 걸으니 종모양의 승탑이 나온다.
더 걸어 들어가니 통일대사 부도비가 나온다. 신라말 당나라에 유학한 후, 각연사에 머문 큰 스님이란다.
답사길에 만난 뜻밖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숲길을 걷는다.
발바닥에 전해오는 싱그러움에 온 몸이 상쾌해진다.
통일대사 부도비와 주변 할미꽃.
김기응 가옥. 1800년대 초반부터 지어졌다는 사대부집.
대문을 들어서니 곳간이 늘어서있다.
주인 아주머니와 여자 회원분들이 인사를 나눈다.
큰 집으로 시집와서 고단한 생활로 일관한 모습이 주름깊이 새겨져있다.
시집와서 상에 앉아 밥을 드실 새도 없이 일을 하셨다고...
중요민속자료 제 136호.
뒤뜰에도 과실나무와 꽃나무가 가득하다.
두릅나무에 미처 따지 못한 두릅순이 쇠어져있고...
안채. 문화재로 지정되면 개인이 유지 관리하기가 어렵다더니...
공개해야지, 낡은 가옥 수리도 마음대로 못하지...
홍명희 옛집에 들어서다.
후손이 뒤쪽에 새로 집을 짓고 사시면서 옛집을 깔끔하게 관리하고 있어 기분이 좋았다.
박물관장님이 문패에 '홍 면'이라고 쓰여진 사연을 설명해 주신다.
홍명희작가의 자손이 '기'자 돌림인데, 북에서 높은 자리에 올랐으니 남쪽에 사는 후손들이 '기'자를 빼고 살았다고...
앞 채는 옛날 그대로 보존하고 뒤 채는 현대식으로 다시 조성하였다.
마당이 깔끔하다. 잔디와 소나무, 바위, 야생화...
우리집 배수로가 무너지니 답사 다니는 집마다 마당에 내리 눈길이 간다.
물길을 어떻게 내었는지... 마당 굴곡은 어떻게 되는지...
전통가옥이든 현대가옥이든 마당 가운데가 약간 올라가 있고 양 옆으로 배수로를 놓은 것이 기본이다.
진작에 눈여겨 보고 살펴봐야 할 것을...
홍명희 옛집 뒷 사면. 자연 바위석에 소나무가 우뚝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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