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뉴월 산과 들엔 생명이 넘실댄다.
꽃에 눈길을 두노라면
잎들은 백가지 나무에서 백가지 색으로 구름처럼 어우러진다.
새잎으로 눈이 즐겁고
싱그러운 내음으로 몸이, 마음이 편해진다.
충청북도의 서북쪽, 진천으로 답사를 떠난다.
처음 닿은 곳이 김유신 사당, 길상사다.
신라의 접경지대, 만노산이 있는 땅이 진천이었구나.
김유신의 태를 묻은 태령산에 자리잡은 길상사.
산을 끼고 포근히 앉아있다.
사당 내부를 들여다보니... 김유신 장군 영정이 모셔져있다.
드라마 <선덕여왕>탓에 엄태웅이 김유신으로 오버랩되어 영정이 참으로 낯설다.
김유신 생가 터 마당에 갖가지 풀들이 자라나고 있으니 눈을 뗄 수가 없다.
보련산 아래 연곡리 석비. 몸은 거북인데, 얼굴은 말머리 비슷하다.
비면에 글씨가 새겨져 있지 않아 백비라고.
처음부터 백비? 아니면 후대에 글자를 갈아냈을까? 석비만이 알 듯.
보탑사.
보련산 연꽃골의 목조 3층탑. 황룡사 9층탑이후 처음으로 계단으로 오르내릴 수 있는 탑이다.
총 길이 42.7m.
1층은 사방불전, 2층은 대장전, 3층은 미륵전으로 전통기법대로 금속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짜맞추어 지었다.
신영훈 대목이 천 년을 장담하며 정성들여 지은 절 답게 목조 건축물의 튼튼함과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이 절 곳곳에 야생화 향연이 벌어졌다.
설난, 운상초... 자그만한 꽃들에 눈길을 떼지 못하다가 일행 뒤쫓아 허겁지겁....
윤장대. 팔만대장경 안치한 곳.
2층 방안에 한글 불경이 사방에 ... 지금껏 본 절집의 풍경과 아주 다른 곳.
2층의 미륵불과 미륵보살.
목탑은 겉모습도 웅장하고 안으로 들어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3층으로 올라가 밖을 내다보면 ...
이렇게 탁 트인 바깥 풍치가 시원하게 한다.
부디 천 년을 넘기는 목탑이 되기를 빌어본다.
뒤돌아보니 보탑사의 전경이 눈앞에 들어온다. (주차장 밭둑에서 찍다.)
종 박물관. 범산 원광식선생이 우리나라 最古, 最大의 철 생산지인 진천에 수집품 150여 종을 기증하면서 세워졌다.
여운이 깊은 한국 종. 웅~~~~.
용화사 석조보살입상. 걸미산 미륵당이라고도. 고려시대 석불 7m.
용화사 현판이 처음보는 전 이름이다. 박가번전이라~~.
대한 성공회 진천 성당.
1923년 건립. 정면 4칸, 측면 8칸. 전형적인 바실리카식 내부. 목조 한옥의 구조를 성당 건축에 적용.
측랑
소박하고 수수한 성당 내부. 옛날 부엌문 같은 출입문.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반갑다.
진천 농(籠)다리. 고려말에 놓였을 것으로 추정. 지네가 스르륵 물을 건네는 형상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놓였을 거라고 상상하였는데 중부고속도로변이다.
고려 말 권신 임연이 고향마을 세금천에서 세수를 하는데 건너편에서 젊은 여인이 내를 건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친정에 가는 길인데...
임연이 당장 용마를 타고 돌을 실어 날라 다리를 하루만에 놓아 주었다고...
(역사는 항상 여인으로 부터 시작^*^)
한일합방 때, 한국 전쟁 때 농다리가 며칠씩 울어서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루었다나...
돌을 이어서 탄탄하게 만들었다.
자연석으로 양끝을 유선형으로 오므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게 만들어 물의 저항을 덜 받게 만들었다.
천 년을 버텨온 기특한 돌...
음성군 원남면 마송리 돌장승. 두 손을 모으고 가만히 웃고 있다.
두번째 돌장승으로 가는 도중 두릅나무를 발견하였다.
저쪽에 나물팀이 답사는 뒷전에 두고 열심히 뜯고 계시고
나도 두릅따고 사진 찍고... '이런! 선두는 이미 개울을 건너고 있네...'
몸통 비문 '靜界大將軍' .
노령산맥 산들이 동, 북, 서쪽에 즐비한데 남쪽이 허하므로 보하려고 장승을 세웠다고 전한다.
허겁지겁 돌다리를 건너 뒤쫓아가보니...
솟대 아래 얼굴이 마모된 장승이 서있다.
동네 어른이 냇가에서 잃어버린 톱을 찾으시다가 올라오셔서 장승에 대해 전해주신다.
장승이 지켜주어서 이 마을이 평안하고 집안이 잘 되고 있다고...
나도 마음 속 장승을 하나씩 세워 볼까나.
5월 하늘 아래 새 잎을 배경삼아 유적들이 유난히 빛난다.
아름다운 봄날이여, 오래도록 빛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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