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기상대 예보다.
새벽에 깨어나보니 비가 내린 흔적도 없고 내리지도 않는다.
휴~ 다행이다.
오늘은 광주 하남, 성남 일대 유적 답사다.
이천이 고향이고 성남에 있는 학교에 11년간이나 근무하여 다녀옴직도 하다만, 그 시절 둘러볼 여유나 있었으랴.
그나마 남한산성에는 아이들과 몇 번 다녀 보았으나 기억이 아스라하다.
미사리 유적지에 먼저 도착하다.
이천이나 남양주 가는 길에 강변을 따라 질주는 해보았지만, 강건너 이편에 올라서기는 처음이다.
미사리 유적지 표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강둑이다.
시멘트로 강둑을 잘 쌓아 올렸지만, 팔당쪽 폭이 좁아 물살이 거세다보니 아래쪽으로 모래가 날라와 섬이 생겨버렸다.
섬이 생기니 풀도 자라고...
인간의 힘으로 자연의 물길을 돌리려 하여도 역부족...
4대강 사업이 오버랩된다.
10년 후, 20년 후에도 자연의 물길을 막을 수 있으려나.
미사리 유적지 표지판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 바람이 차다. 이 차가운 날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있다.
다시 차를 타고 천진암으로 간다.
꽤 깊은 골짜기로 굽이굽이 들어간다.
광주에 이런 골짜기가 있었나싶다.
깊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천진암 암자에 모여 서학을 공부하던 200여년 전의 젊은이들이 그려진다.
정약종, 권철신, 이승훈, 이벽 등...
그들이 처형당하고 이곳에 묻혀있다.
천진암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천주교에서 성지 작업을 하면서 없앴다고 한다.
내려오는 길에 표지판을 보니 젊은이가 다닐 수 있는 오르막, 노약자를 위한 넓고 편안한 길이 구분되어 있다.
우리가 올라간 길은 그보다도 더 편한 길이었다.
노약자보다 더 편안한 길로 다녔구나...
천주교 대성당 건립 자리다.
저 위편에 깔멜수도원도 있고.
산자락에 봄기운이 올라오고 있다.
능선 위 나무들은 아직 속살을 내보이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분원 도자기 박물관이다.
분원하면 생각나는 소설, <일월>.
내용도 가물가물하다.
흙속에 묻힌 도자기 파편처럼 지긋지긋한 신분제 사회와 결별하려고 덮어버린 가족사를 찾아가는 내용이었던 거같다.
도자기 파편을 모아 박물관으로 꾸몄다.
박물관 건물이 철화도자기를 연상하게끔 지었다.
세월의 흔적에 따라 산화되어 붉은 색을 띤다.
분원 박물관에서 고개를 돌리니 남한강이 흐른다.
어릴 때 곤지암에서 물놀이를 하며 물이 거꾸로 흘러 이상하다고 생각한 물길이 바로 남한강이었다.
여주 이포에서 광주 곤지암, 양평으로 흘러갔다가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쳐서 한강으로 들어서는 물길.
물 흐름이 위로 흘러 늘 궁금하였던 어린시절.
무의식적으로 서울이 위라고 생각하여 나온 착각.
지금도 경의선 상행하면 서울역행을 이른다. 서울로, 서울로 모이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겼나보다.
분원 감독관들에게 바치던 송덕비.
부임전에 미리 바친 송덕비도 생길 정도였다.
감독관들에게 잘 보여야 했으니...
떠나서 고맙다는 송덕비일까,
임기 동안 잘 관리해주어 고맙다는 송덕비일까.
검복리 나무 장승.
지하여장군이 안보여 궁금하던 차에
어느 분이 '저기 있다'고 알려주었다.
찻길 건너편에 다소곳이 서있다.
인간에게 편리한 찻길이 생태계뿐만이 아니라 장승들도 헤어지게 만들었구나.
남한산성.
성남서중 일학년생들과 밥해먹으며 산길을 다녔었다.
비가 온 다음날이었지.
앞서 가는 놈들이 '선생님'하며 나무 뒤에서 부른다.
무슨일일까 걱정되어 뛰어가니 나무를 흔들어 나를 홀딱 젖게 해놓는다.
그리고는 산이 떠나갈만치 웃으며 뛰어가던 그 아이들과의 푸릇한 기억들.
설은 3층밥을 잘도 먹더니만...
그 아이들이 지금 35살쯤 되었겠다...
수어장대만이 옛모습이다.
기억속의 남한산성 길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어딜가나 말끔히 단장한 새길이다.
예전에 다니던 길을 더듬다니...
나도 이젠 그리움을 먹고 사는 나이인가보다.
인조 임금이 머물던 행궁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생각난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백성들
눈에 얼어죽는 병사들,
끊임없이 화친을 주장하는 신하들.
싸워야한다고 강력하게 버티는 신하들...
갈등하는 인조의 마음을 짧고도 예리한 문장력으로 써 내려간 <남한산성>.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
광주향교
빗방울이 떨어진다. 슬슬 비가 내리더니 본격적으로 내릴 모양이다.
하루종일 잘 참아주었지...
동재 건물 처마밑 마루에 걸터앉았다.
한옥 마루는 참 편안하다.
이런 집을 짓고 살려면 매일 걸레질 해야하니 불편하겠지만서도.
하남시 춘궁리 절터 5층탑과 3층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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