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산한 삼월이다

정인숙 2010. 3. 30. 22:32

어제 민제가 마지막 면접을 치루었다.

그제 밤에 외출받아 나와서 전공 책을 들여다 보고 부산을 떨었다.

온 집안이 시험모드...

예전에 고등학교 시험 전날, 수능 전날을 생각나게 하는 밤이었다.

전공을 다 잊어버려서 포기해야 한다기에 인터넷하는 줄 알고 방을 들여다보니 각종 자료를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아들.

난 그것도 모르고 TV드라마 보고 있었으니...

 

어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침에 먹을거리를 장만하고(전복죽을 쑤었는데 별로 맛이 안난다. 왜일까. 쌀을 많이 넣었나. 전복이 맛이 없나.)

나까지 동석하면 더 부담될까봐 아빠와 둘이서 종합운동장으로 출발, 5시 반.

6시 15분에 문자가 왔다. 잘 도착해서 아침 먹고 있다고...

자식을 키우며 고비 고비 넘길 고비가 많다.

이번이 마지막인가 하면 또 닥치고 하니...

그때마다 잘 넘겨왔으니 이번에도 한번에 합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혹시 누가 될까 속으로만 잘되기를 빌며...

 

내 목숨보다 더 아끼는 자식을 서해 바다 속에 가라앉혀놓고 손도 못 쓰는 엄마들 울음소리에 몇일 동안 같이 운다.

가족들 모습만 나와도 눈물이 흐른다.

어떻게 이렇게 오리무중일 수가...

 

오늘은 마음도 잡히지 않고 하여 온종일 집안 일에 매달렸다.

방 네곳을 정리하고 민제가 벗어놓고 간 옷가지 빨래에다 운동화 세켤레 빨고

청소기 돌리고 방석, 쿠션커버까지 다 벗겨내어 빨고 앞 뒤 베란다 정리하고 청소하고...

열시부터 두시까지 내리 일을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 점심먹고 누워 잠깐 눈 붙이고 고봉산에 다녀오다.

 

지난 번 정차수 선생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책이 배달되었다.

<여가 고수의 시대> IWELL 출간. 장난스레 원고료 주지 않냐니까 없단다.

그래도 불안, 초조한 나날속에 나름대로 흐뭇한 소식이다.

 

3월이 참으로 길다.

춥고 눈오고 찬비 내리고... 하긴 비 보다 눈이 더 자주 내린 것 같다.

그러더니 기어이 천안호 사태까지...

삼월 마지막 날인 내일은 좋은 소식이 나오길 기대하며

사월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그득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민제가 붙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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