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행복설계포럼-최재천] 나를 위해 멋지게, 철저하게 준비하여 제2인생을 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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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최고로 빨리, 준비 없이 저 고령화의 절벽을 향해 질주합니다.”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전 국민이 열광했고 한국을 “Dynamic Korea"로 전 세계에 알렸다. 2020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인생80(90)시대가 오나, 4900만을 정점으로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하고 65세 이상 노인들이 15세 미만 어린이들보다 많아진다. “과연 우리가 10년 후에도 ‘Dynamic Korea'를 외칠 역동성을 지닐 수 있을까요? 그때는 ‘Dying Korea’로 될까 두렵습니다. 속도가 문제입니다. ‘빨리빨리’가 여기까지 적용되다니…. 10년 후면 고령화의 늪에 빠집니다. 5, 6년 동안에 프랑스가 수십 년 걸쳐 실시한 모든 정책 에센스를 뽑아 실시해야합니다.” 진화생물학자인 최재천교수(55)는 온화하게 웃지만, 우리 사회가 직면한 심각성을 과학적 도표를 제시하며 열정적으로 전한다. 그는 생물학자로서 왜 고령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진화생물학은 다른 동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우리 인간이 어떤 과정을 밟아 여기까지 왔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최근 최교수 팀은 후발주자로서의 어려움을 딛고 2006년부터 인도네시아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하여 조만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다. “긴팔원숭이 쫒아 다니느라(habituation) 굴곡이 심한 지형을 곡예 하듯 굴러다녔어요. 한민족 최초로 우리 사촌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저 이거 무지 자랑스럽습니다. 저 친구들 좀 보세요. 참 예쁘고 기가 막힌 동물입니다. 요즘, 저 친구들 삶에 대해 푹 빠져있습니다.”
개미, 까치 등의 사회집단 생활을 연구한 최재천교수는 열대우림지역 여행을 적극 권한다.
최교수가 강의하며 주로 쓰는 단어가 영장류, 인간, 우리사회, 대한민국 등이다. 박수갈채에 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쑥스러워하면서도 온몸으로 강의를 이어나간다. “과거 몇 천만 년, 몇 억 년 전 생물을 연구하는 사람이 고령화문제까지 덤벼들었죠. 마일즈 문(Pastor Myles Munroe)이 'Foresight with insight based on hindsight(과거를 바탕에 둔 통찰력으로 미래를 보자)'고 말했듯이 미래-2020년에 나타날 고령화문제를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합니다.” "미래사회는 고령인구의 급속한 증가와 젊은 인구의 급속한 감소로 인해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다른 사회가 될 것이다.― Peter F. Drucker” 세계적인 석학도 거듭 강조했듯이 엄청남 재앙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대한민국 정부는 어떻게 이렇게 천하태평일 수 있냐며 최교수는 답답해한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최저치다. 내년에 발표 될 올해 출산율은 아마 1.0미만으로 나올 조짐이다. 프랑스는 백여 년에 걸쳐 고령화가 나타나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대책들을 내놓아 더 이상 출산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에 총력 질주하여 이겨낼까. “이겨낼지도 모릅니다. 해내는 과정에서 사회, 나라는 살아나고 개인들은 희생을 치릅니다. 우리가 여기 이렇게 앉아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습니까. 이제는 이런 한 많은 순환을 끊어야하지 않을까요. 개인 한사람, 한사람의 인권이 존중되고 점잖게 숨 고르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미리 준비를 해야 합니다.” 현재 노화를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이 노화를 멈추는 신약을 개발하려고 혈안이다. 최교수는 노화방지약을 파는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포럼장 안에 웃음을 가득 안긴다. 평이하고 구수한 말씨를 구사하여 과학지식을 쉽게 전달하면서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책에서 ‘2150년이 되기 전에 150세를 사는 인간이 나타난다’고 예언한다. 잘못하면 150세를 사는 게 아니라, 300세까지도 살 수 있다고. 이게 과연 행복한 일일까. “여성은 50세를 넘으며 완경(난자를 완전히 소진)을 맞이합니다. 남성도 대부분 여자와 비슷하게 번식기를 끝내죠. 우리 삶은 태어나서 열심히 돈 벌며 자식 기르는 번식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있습니다. 번식기에 연연하며 그냥 덤으로 사는 번식후기, 마치 잔여기간 잉여기간처럼 그 기간을 보내지 말자는 겁니다. 부가적인 기간이 아니니까요.” 제2인생은 나를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세계를 위해 번식후기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먼저 최교수는 정년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건강한 아버지를 보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거의 30년간을 창가에 앉으셔서 자식들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머리 좋고 건강 좋은 분이 지난 30년간을 저렇게 허송세월하며 보내야 하는지…. 인권의 문제입니다. ‘나는 일할 수 있고 일하고 싶은데 왜 사회에서 떠미는 걸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드디어 노인인권에 대해 관심 갖기 시작했습니다. 정년은 전문 인력을 중시하는 근대의 산물입니다. 그냥 앉아서 아랫사람이 먹여주는 사회가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습니다.” 2016년부터 젊은이가 줄어든다. 적은 수가 많은 수를 먹여 살리는 이 제도를 언젠가는 폐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또, 정년 유무와 관계없이 동물 관점에서 번식기(제1인생, Green Age)와 번식후기(제2인생, Golden Age) 둘로 나누어 살아보자고 권한다. “제2인생은 나를 위해, 이웃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세계를 위해 살아보면 어떨까요. 나라에서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자살율이 최고다. 체면(자식들 보기 민망하게 오래 사느냐)과 체념(경제적으로 도움도 안 되면서)으로 인해서이다. 3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슬기사람) 화석에서 고령화의 흔적을 발견하였다. 자연계에서 인간만이 번식후기를 산다. 인간의 노인들은 자식들의 자식을 돌본다. 그 덕에 우리 인간은 시간의 여유를 얻어 문자와 기계를 발명하였다. 고령화 덕택에 인간이 인간다워졌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구도는 노인들 스스로 쓸모없다고 체념하게 한다. 대학 없애지 말자 “21세기에는 지식사회가 될 것이며 지식사회에는 배움에 멈춤이 없다.―(Peter F. Drucker)” 대학 신입생 수가 줄어가니 정부는 2004년에 비해 2009년에 대학을 30%가량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교수는 대학을 둘로 나누어 젊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대학, 제2인생이 공부하는 대학으로 나누자고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저력은 공부입니다. 공부해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계속 공부해야 합니다. 지식사회에 맞추어 철저하게 공부하며 제2 인생을 준비하는 대학이 세워져야 합니다. 지방 대학들도 없애는 게 아니라 제2인생을 준비하고 공부하는 대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사실 문화비평, 법학, 역사학, 신학 등은 지금이 더 잘할 수 있지 않나요?” 국가가 나서서 공부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교육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최교수가 공부를 멀리하는 현 대학실정을 전해주자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고민을 나눈다.
청중과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 최교수는 통섭(Consilience. trans-disciplinary approach)의 이론을 소개하고자 퀴즈를 던진다. 아리스토텔레스, 다빈치, 연암박지원, 다산 정약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지식의 총량이 많지 않았다. 19세기와 20세기를 지나면서 자연과학분야는 대단히 발전했고 지식의 총량이 엄청 늘어나 전문화영역이 생겼다. “깊게 파려면 우선 넓게 파야합니다. 혼자는 파기 힘들죠. 여럿이 함께 파면 넓게, 깊게 팔 수 있어요. 한 분야가 모든 걸 해결하려 하지 말고 여러 분야 - 인문학자, 자연과학자들이 만나서 열심히 찾아보자는 겁니다.” <대담>을 출간하여 이미 통섭의 길로 들어선 과학자는 시종일관 소탈하게 웃으며 사람 좋은 이미지로 다가서지만, 강인함이 엿보인다.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들려는 끝없는 애정에서다. 최교수는 과거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예측하여 대안을 세우고, 책으로, 강연으로 홍보하며 정책입안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제 청중들에게 두 가지 과제를 던지며 강연을 끝낸다. “나를 위해 멋지게, 철저하게 준비하여 제2인생을 살자” “‘99-88’이냐, ‘88-99’냐"는 우리 자신의 몫이라고. [글/사진 _ 정인숙 해피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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