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여독이 아직 안풀려서인지... 아직 시차가 적응되지 않은건지 영화 초반부터 졸음이 밀려왔다. 정신없이 졸다 보다를 반복.
유려한 피아노 음에 잠이 퍼뜩 깨었다. 프랑스영화같지 않은 프랑스 영화.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캐릭터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에 적응이 되어간다.
폴 마르셀은 두 살 때 부모님을 여의고 쌍둥이 이모들과 함께 산다. 그의 삶은 지루하기짝이 없어 사교댄스 학원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며 단과자 '슈게트'를 먹는 것에만 탐닉한다. 그런데, 말을 다 알아들으면서 말을 안한다?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하면서 실마리가 풀린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로 익숙한 이름. 영화 첫 장면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글귀가 나왔는데...'기억은 약국과도 같아서 때로는 진통제를, 때로는 독약을 꺼낼 수도 있다.' 폴 마르셀과 프루스트 부인과의 합성어 마르셀 프루스트.
마담 프루스트는 아파트내에 정원을 꾸미고 거기서 온갖 꽃과 채소를 기른다. 폴은 그집에서 차와 마들렌을 대접받고 의식을 잃는다. 두 살 아기 때로 긴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받은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해내고 사고장면도 다시 떠올린다. 거기에다 한 여성의 사랑까지 받아들이며 그의 병을 서서히 치유한다. 피아니스트로도 굳건히 자리를 잡고.. 물론, 잃어버린 말도 찾았다.
어릴적 상처를 치유하고 살아야 할 의미를 찾아가는 시간의 여행. 영화처럼 삶의 상처를, 그 시발점을 찾아내면 얼마나 좋으랴만 쉬운 일은 아니다.
만화같이 코믹하면서도 색채가 따뜻하고 음악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더 풍요롭다. 폴과 프루스트, 이모들의 절제된 연기는 매력만점.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더 예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