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장 앞 마당에서는 강릉관노탈놀이가 한창이다.
이곳 무형문화재인 듯한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춤판을 이끌어 인상깊다.
(기능보유자 권영하옹과 유천동 주민 24명이 '강릉관노가면극보존회'를 이끈다고 한다.)
양반, 소매각시,장자마리, 시시딱딱이가 나온다. 각시를 두고 양반과 시시딱딱이가 서로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인다.
제3과장 시시딱딱이 과장을 찍었다.
관객인 어린아이가 중간에 끼어들어 흉칙한 얼굴의 시시딱딱이를 부채로 '딱' 내리친다.
각시가 쓰러지고, 사람들 웃음소리와 태평소 소리가 넓은 뜰에 울려퍼지고...
비는 점점 거세어진다.
선교장은 총 건평이 318평이나 된다.
긴 행랑에 둘러싸여 안채, 사랑채, 별당, 가묘까지 갖춘 조선 시대 전주 이씨 일가의 호화주택.
20년 전쯤에 왔을 때는 퇴색한 모습이었는데, 기억속 풍경이 무색할 만치 산뜻하다. 관광지로 대변신...
활래정. 연목에 떠있는 듯 날렵하게 연못 위에 자리잡고 있다.
열화당. 출판사 열화당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했더니 이집 주인장 자손이 열화당을 운영한다고.
돌계단 위에 높직히 세우고 처마를 러시아 식으로 만들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유래한 이름이라는데
"세상과 더불어 나를 잊자. 다시 벼슬을 어찌 구할 것인가.
친척들과 정다운 이야기를 즐겨 듣고, 거문고와 책을 즐기며 우수를 쓸어버리리라"
지금까지 잘 가꾸어 책방으로 쓰여진다. 1815년 지음.
1800년 대 초 서양문물의 영향을 받아 러시아식 처마로 덧대고.
긴 행랑채. 우리가 앉을 수 있는 자리.
안채
구석구석이 견고하고 아름답다.
건물을 나오니 비가 쏟아진다. 다시 활래정을 올려다본다.
벽이 없이 문으로만 연결된 구조로 사방이 뚫려있어 정자속에 앉아있는 기분이 들 듯.
저 방에 앉아서 술 한 잔 건네며 시 한수 읊는 이 집 선조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바깥에서 굴뚝을 보며. 굴뚝 수를 세어보다...
나오는 문도 아름답다. 월하문.
빗발이 거세어진다.
오죽헌에 들렀다. 율곡 이이의 생가. 신사임당의 친정집.
수령 6백 년이 넘는 배롱나무. 예전에 배롱나무를 봤을 때가 더 매끈한 느낌이었는데...
마루에 놓여있는 글귀를 읽었다.
세상사 이치는 육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으니 인간의 마음속에 흐르는 이치는 유전되는 걸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학문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막히고 소견이 어두워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학문에 임하는 사람은 누구나 뜻을 세워
자기도 성인이 되리라는 마음으로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고 꾸준히 정진할 것이리라.
사람을 상대하는 데는
마땅히 화평하고 공경하기를 힘써야하며
친구를 사귀는 데는 반드시 학문을 좋아하고 착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을 골라서 사귀어야 한다. - 율곡 선생의 격몽요결에서
오죽.
매화나무. 천연기념물.
1400년 경 최치운이 심었고 신사임당과 어린 율곡 선생이 직접 가꾸었다고.
신사임당의 매화 그림이 이 나무를 보고 그린 것이 아닐까.
봄에 다녀 가신 분들이 매화꽃이 활짝 필 때, 꽃과 향기가 오죽헌을 감싼다고 전한다.
신사임당 그림과 글씨는 파주 자운서원에서 더 많이 감상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집만 둘러보아 왠지 허전하다.
어머님 그리워
신사임당
산 첩첩 내 고향 천리언마는
자나깨나 꿈속에도 돌아가고파
한송정에 외로이 뜬 달
경포대 앞에는 한줄기 바람
갈매기는 모래톱에 헤락모이락
고깃배들 바다 위로 오고가리니
언제나 강릉길 다시 밟아가
색동옷 입고 앉아 바느질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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