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토요일, 친구와 강릉 답사를 떠났다.
비가 내린다는 예보 때문에 걱정했는데, 아침 나절에는 하늘만 잔뜩 흐려있다. 제발 밤 늦어서야 내려다오...
11시 넘어서 사천면에 닿았다. 김동명 시비 앞에 차를 대어준다.
'파초'와 '내마음'으로 유명한 시인.
'내마음'은 가곡으로 머리속에 남아 가사가 기억나지만, '파초'는 기억이 흐릿하다.
노래의 힘이 강한가보다.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저어 오오~~.
파초(芭蕉)
- 김동명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가곡 '수선화'도 김동명 시인의 시다. 첫 기억이 참 중요한가 보다. 노래와 함께 고등학교 때 음악시간이 떠오른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
애닯은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엾은 넋은 아닐까.
다음은 강문진또배기. 기러기 세 마리가 높이 솟아있다. 솟대.
바람, 물, 불의 재앙을 막아주는 어촌의 수호신이라고 한다.
삼한 시대 소도에서 부터 내려왔다니 오랜 민간신앙인 셈이다.
진또배기 주변이 허술하여 마음이 아프다.
점심을 먹으러 '초당수라간'이란 식당에 들어갔다.
두부가 고소하니 참 맛있다. 한정식으로 푸짐하니 먹고 위를 올려보니 대들보에 글자가 새겨져있다.
백 년도 더 묵은 집이라고.
기와도 흙을 쌓고 기와를 올렸다.
서산 우리 집도 상량식에 쓸 글귀를 준비하라는데...
이곳은 외양간을 방으로 들여 사용한다. 앞 정원, 뒤 정원에서 살뜰한 손끝을 느낄 수 있다.
허난설헌, 허균의 생가로 가는 길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점차 잎은 말라가고 열매는 달콤해지겠지.
허난설헌과 허균의 생가에 들렀다. 뛰어난 재능을 지녔으나, 뜻을 펴지 못하고 일찌기 요절한 남매.
기념관에서 보니 그 형제들이 모두 문사에 능하였다.
采蓮曲 채련곡(연꽃을 따는 노래)
-허 난설헌
秋淨長湖碧玉流 (추정장호벽옥류) 가을에 맑은 호숫물 옥돌처럼 흘러가고
蓮花深處繫蘭舟련 (화심처계란주 ) 연꽃 피는 깊은 곳에 란초 배를 매놓고서
逢郞隔水投蓮子 (봉랑격수투련자) 당신 보고 물건너서 연꽃을 던졌는데
或被人知半日羞 (혹피인지반일 수) 혹시 남이 봤을가봐 반나절 부끄럽네
시대의 반항아 허균을 기리는 문화제답다. "할말이 있다."
벼슬을 잃는 소식을 듣고서 (聞罷官作)
- 허 균
예절의 가르침으로
어찌 자유를 얽매리오.
뜨고 가라앉는 것을 다만
천성에 맡기노라.
그대들은 모름지기
그대들의 법을 지키게.
나는 내 나름대로
내 삶을 이루겠네.
경포호로 가는 길이다. 강릉에는 정자도 많고 오랜 한옥도 곳곳에 눈에 띈다.
400년 초당두부집은 가옥이 400년 되었다니...
방해정 문이 열렸다고 박물관장님과 일행들이 반긴다.
평상시엔 닫혀있어 들어가지 못하였다고...
예전엔 물이 여기까지 들어와서 대청마루에 앉아 낚시를 하였다는 곳.
와! 마당에 분재가 한 가득이다. 뜻밖에 선물을 받은 느낌.
이 분이 주인장이시다. 손수 키우신 분재가 앞마당, 마당, 뒤란으로 그득하다.
아래 글씨는? 상영정이다. 한자어를 잘 모르는데다 이런 한자를 대하면 난감하다.
경포대에 올랐다. 예전에 경포대 간다하고 바다와 호수 근처만 돌았나보다. 경포대가 떡하니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제일강산'이란 현판을 들보에 매달고 당당히 서있다. 경포대 현판은 유한지(조선후기)가 썼다.
경포대에서 내려다 보았다. 경포호가 널리 시원하게 펼쳐진다.
해운정. 단아하고 간결한 건물. 호수와 가까와서인지 축대를 쌓아 지었다. 솟을 대문으로 들어간다. 당찬 기운이 전해지는 건물이다.
1530년에 지어진 건물.
심상진 가옥. 민가로 운정보다 100년 뒤에 지었다. 160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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