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도봉숲속마을]"꽃 이뻐~요" _ Forestory 4

정인숙 2010. 5. 6. 01:52

 # 5월 4일 오전 9시.

간밤에 기도한 덕택인지 날씨가 개었다.

밝은 얼굴로 도봉산으로 올라간다.

아이들 얼굴이 한층 환해진다.

영우가 '산, 도봉산'하며 즐거워한다.

싱그러운 숲 냄새가 코 끝을 스치고 아이들 얼굴이 신록의 연초록빛으로 물든다.

 

'저런!' 내곡씨가 다시 모자를 푹 눌러썼다.

사람들 시선이 반갑지 않은 탓이다. 

아침에 나를 만나자, 바지를 올리며 무릎에 난 상처를 보여준다.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계단에서 넘어져 상처가 났다고.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다.

잠시 모두들 모여 체조를 하고... 하나 둘, 하나 둘....

 

모듬별로 다시 흩어졌다.

1모듬을 이끄는 선생님이 벚꽃 나무잎을 살피며 벌레를 찾아보자고 이끈다. 벌레가 어디 있나...

나뭇잎에 생긴 꿀샘을 만져본다.

어떤 풀꽃을 꺽자 노란 애기똥이 나온다.

그런 이유로 풀꽃 이름이 애기똥풀 이라 하자 웃음을 터뜨리고 "꽃 이뻐~요"하며 

새로 나온 잎들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애기똥풀

               _ 안도현

                                               

       나 서른다섯 될 때까지

애기똥풀 모르고 살았지요.

해마다 어김없이 봄날 돌아올 때마다

그들은 내 얼굴 쳐다보았을 텐데요.


코딱지 같은 어여쁜 꽃

다닥다닥 달고 있는 애기똥풀

얼마나 서운했을까요.

 애기똥풀도 모르는 것이 저기 걸어간다고

저런 것들이 인간의 마을에서 시를 쓴다고

 

철쭉꽃에도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라일락 앞에 섰다. 수수꽃다리라는 이쁜 이름을 알려준다.

아이들이 라일락 향에서 코를 떼지 못하자 인솔자 선생님이 잎을 따주며 먹어보라고 권한다.

봉사자분이 먹어보고 "으웩, 퇴퇴~~". 향과 달리 몹시 쓰단다.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꽃비가 내린다.

내곡씨는 기분이 좋아져서 태권도 자세를 취하더니 점점이 떨어져있는 꽃잎을 주어서 날려본다.

나만의 세계에 갇혀 세상에 드러내기를 싫어하는 친구들이 마음을 연다.

내곡씨가 모자를 벗고 점퍼도 벗고...

모두들 온몸으로 자연의 내음과 소리를 받아들인다.

 

비가 한 두 방울 떨어져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저쪽에서 현수가 나를 보며 웃는다.

영우도 손짓을 하며 웃음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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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시. 끝맺음을 대신하는 영상이 강당을 가득 채운다.

1박 2일 동안 웃고 떠들며 활동한 모습이 영상에 흐르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자신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자 큰소리로 기쁨을 표현한다.

옆에 친구들은 함께 이름을 부르며 즐거워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처음으로 장애아들과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틀 동안 함께 뛰고 뒹굴고 웃고...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내 잘잘한 일상의 고민들이 멀리 날아간 기분이다. 정화된 느낌이랄까. 

느리게 반응하는 사람들, 하지만 한치도 의심않고 깊은 신뢰를 보내는 사람들...

 

'아! 서로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라더니  이 편안함이 바로 그 효과였어.'

 

  조금 부족할 뿐 

                    _ 임승빈


 

  강박사는 말했다.

  장애아라 부르지 맙시다. 결코 장애가 아닙니다.

  사고력이 또는 신체기능이 남보다 조금 모자랄 뿐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것이 실존 아닙니까.

  똑같은 인격입니다. 교육을 통해 그들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 합니까.

  겨울 벌판을 버티고 서서 몰아치는 절망과 싸우며

  안으로 안으로 봄을 꿈꾸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희망입니다. 

  있는 재능마저 낭비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보다 저들은 얼마나 큰 가능입니까.

  또 그 가능을 위해 온몸의 힘을 다하는 저들의 모습은 얼마나 큰 감동입니까.      

  재능으로 오히려 사악한 사람들보다 얼마나 맑고 곱습니까.

  그들은 바로 우리 아이들 아닙니까.

 

  연초록 바람 끝을 마악

  느릅나무 새순이 돋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