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고 창밖에 내다 보이는 수채화 풍경도 무채색으로 변했습니다.
신종플루도 기세를 떨다가 좀 수그러진 것 같고
본격적인 겨울 채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성심가족 여러분, 김장 담그셨나요?
저는 지난 토요일에 미옥네 밭에 가서 배추 30포기를 뽑아왔습니다.(미옥이네 동생들이 다 거두어 주었지요. 무, 파, 갓까지)
미옥이네 밭에 가서 우리 둘이 도우며 농사를 배우려 했는데
그애는 주말에 가서 농사짓고
우리는 주말마다 일이 생겨 거의 참석치 못하였지요.
미옥이는 어찌나 손이 빠르게 돌아가는지
막상 가면 일을 못 도와주고 농산물만 잔뜩 얻어와 미안하기만 하였구요.
(사실 여기 살면서 얻어먹는 재미도 쏠쏠하건만^*^)
아무튼, 일요일 새벽에 소금에 절여놓고 안성으로 향하였습니다.
(비닐에 절이면 좋다하여 큰 비닐 세개에 나누어 절였지요.)
매달 안성에서 새로 이사 갈 마을에 관한 회의가 이루어지는데,
마을 설계와 주택 설계로 요즈음 매주 가고 있답니다.)
안성에서 회의가 끝나고 지난 번 먹은 서농회 배가 맛있길래
기다려서 받아오고 집에 돌아오니 6시가 넘더군요.
부랴부랴 배추를 보니 숨이 죽어있었어요.
열심히 씻어서 건져놓고 물 빠지는 동안, 동네 친구들에게 배 한 상자씩 안기고 돌아와 10시경부터 속을 넣기 시작했어요.
몇 포기 속을 넣다보니
어! 이런, 배추가 살아납니다.
게다가 두쪽으로 갈라 절여놓은 배추는 속이 살아 생생합니다.
아뿔싸! 어쩐담.... 잠시 궁리를 하다가
소금과 젓갈을 더 넣었지요.
사실 그동안 절인 배추 사다가 김장을 담그었는데다 이번에 양이 너무 많아 감을 못 잡았습니다.
배추는 점점 살아나고 ....
계속 소금을 넣고 ....
남편은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어쩌냐.... 그만 넣어....이제 짜 진다. 배추가 너무 많아. 날라도 날라도 끝이 없네.....' 구시렁 구시렁.
드디어 끝났습니다.
새벽 2시가 되었네요.
남편은 "치우는 것은 내일로 합시다"하더니 그대로 코를 골고 잠이 듭니다.
아침이 되어 김치 국물을 조금 맛보았더니
'아이고! 어쩐담.... 너무 짜네.'
부랴부랴 다시 양념을 만듭니다.
국물이 너무 없어 다시마 국물을 내고 찰밥을 질게 짓고 고추가루에 매실청에 마늘에 다시 버무렸습니다.
'음.... 이 정도면 맛있을거야...'
온 몸이 기진맥진하여 오후 세 시경이 되어야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누웠지요.
"이제부터 난 잘거야." 남편에게 당부하고 눈을 감았는데
"따르릉" 제 핸폰 벨이 울립니다.
"선생님, 우리 애가 배가 아프다더니 전화가 끊겠어요." 9층 송선생이 애가 아파 조퇴맞고 집에 왔는데 전화 받다가 통화를 못한다는 겁니다.
부랴 부랴 내려가 보니 아이가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있네요. 남편이 차를 대고 응급실로 달렸지요.
급성 위경련에 체했대요. (남자 아이들 점심시간에 놀려고 5분도 안되어 밥을 후딱 먹는데, 날씨가 추워서 탈이 났나 봅니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주변 사람들에게 김장 해프닝을 이야기하니 웃느라 정신이 없네요. 에구~~~
요즘 날마다 김치통을 열어보고 간을 봅니다.
짤까??? 괜찮겠지.... 두 마음이 왔다 갔다 하니.... 내년 마을 잔치에 김치 선보이기는 영~~ 자신이 없습니다.
"안되겠어. 우리는 서산 시장에 가서 김치 사 가자" 했더니 남편이 "오우케이!"하며 더 좋아하네요. 이런, 쩝~~.
그나저나 우리 집 1년 김치 맛이 어쩔지 아무도 장담 못합니다.
김치만이 알겠지요.
미옥이가 정성스레 키운 맛있는 배추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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