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달모임을 다녀와서
남편이 네가지 안을 놓고 무척 고심을 하였습니다.
남편이 어디서 들었는지 겨울철에 난방비가 무지 많이 든다하며
단순하고 실용적인 안으로 하자고 하고
벽난로 구들을 설치하고 싶다고 하여
1안이 마음이 가는 데도 2안을 골랐습니다.
그이는 설계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서 이리저리 궁리를 하더니
이틀이 지나자 직접 설계를 합니다.
도안에 빠져있던 보일러실도 집어넣고
벽난로 구들도 만들고
우리 집 가구 치수도 다 재보고
현재 살고 있는 집 평면도도 뽑아서 비교해보며
현재 집안에 있는 가구까지 설계도면에 다 옮겼습니다.
둘이서 "야! 이거 신기하다. 냉장고 찾아 봐, 샤워기는 어떤 것으로 할까"하며
이층에 침대 사이즈에 맞게 방도 꾸미고
밤 늦도록 깔깔 대었지요.
그래서 이사까지 다 마치었는데...
저는 이사 다 마쳤으니 이제부턴 정원 꾸미기 해야한다고 숙제까지 주었지요.
그런데...
김진애씨가 쓴 <이 집은 누구인가> 책을 남편이 먼저 읽고
제가 읽었습니다.
10년 전에 덕소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제 친구가 우리가 집을 짓는다니 조언을 해 주겠다고 방문했습니다.
그 친구 집은 한옥의 개념을 양옥에 접목시킨 노출 콘크리트 집입니다.
집 안 구석 어디를 가도 아늑하고 환하여 저희 친구들이 좋아하였지요.
그 친구 왈, "벽 난로 설치해 놓고 별로 안 쓴다. 청소하기 귀찮다. 30평 정도면 난방(그 집은 심야전기)과 햇빛으로 충분하다"는 겁니다.
김진애씨나 그 친구나 집이 재미가 있어야 정이 간다고 합니다.
우리가 설계한 도면은...
남편이 하루 정도 또 고민을 합니다.
저러다 이사 가기도 전에 머리카락 다 빠지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자꾸 고민이 됩니다.
잠자다 깨면 머리 속에 설계도면이 왔다 갔다 합니다.
버스 안에서도 설계도면을 그립니다.
우리가 택한 안은 기본적으로 아파트 도면과 다를 것이 없는 데...
비, 바람, 햇빛, 눈이 우리 시야에서 금방 접하면 좋을텐데...쩝.
내 친구들이 오면 황토구들방을 찾을텐데...
이 다음에 우리 손주 산촌 유학 시키려면
집에 장난할 구석도 많아야 추억도 많이 쌓이는데... 어쩐담.
남편이 다시 설계도면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3안이다!"
그 동안 집 짓느라 수고한 남편에게 창고를 선물할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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