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거
그것도 바위 위에서 몸을 던져서...
그날 그 소식을 들으며 온 종일 온 몸이 떨렸다.
암울한 80년대에
빛처럼 다가와 희망을 준 사람.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던 날,
햇빛은 얼마나 따스하고
사람들은 얼마나 정답게 느껴졌는지...
그 전에 권위로 누르려했던 사람들, 보수적인 시각으로 자신만의 이익을 쫓던 사람들이
모두 다 동지인 것처럼 정겹게 느껴졌었다.
괜히 어깨가 치켜 올라가고 목소리에 힘이 솟구쳤었지...
탄핵반대를 외치며 시청앞 차도 위에 앉아도 깔깔 웃으며 신났고
사람들은 힘차게 노래 불렀었다.
작년 촛불집회 때도 이 자리에서 사람들은 마치 축제를 맞은 냥
춤을 추고 놀았었다.
노제가 열리는 29일 시청앞,
이미 지하철 출구가 인산인해로 뚫고 나갈 수가 없다.
저 뒤쪽 남대문 방향 출구로 나갔다.
'내 마음속 대통령, 노무현' 글귀의 노란 모자와 노란 종이를 받고 노란 풍선도 집어들었다.
영상으로 경복궁 영결식 장면을 보고있는 수 많은 사람들.
한명숙총리의 조사에 같이 눈물짓고
이명박대통령이 나오자 모두 한 목소리로 야유를 한다.
덕수궁을 등지고 무대를 가설했다.
조선호텔 방향으로만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는지 소리가 조그많게 들렸다.
노래소리만 좀 들릴 뿐... 좀처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노래가 나와도 따라 부를 수가 없다.
다른이들도 울먹이느라 제대로 부르지를 못한다.
시청쪽 영상은 잘 보이지가 않아
결국 조선일보 영상을 볼 수 밖에...
조선일보쪽은 돌아보고 싶지도 않은 마음이 어찌 나 뿐이랴.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지금껏 참여한 중에 제일 많은 듯 체감온도로 느낀다.
빽빽히 밀집해 있어서 앉기가 버거울 정도였다.
다른 집회 때에는 좀 뒤로 물러나거나 잘 안 보이는 장소로 가면 충분히 앉을 수 있었는데,
그날은 사람들이 없을 듯한 곳으로 물러나도 움직일 수도 나갈 수도 없었다.
노제가 시작된다. 무대가 그리 멀지 않은 데도 방향이 달라서 그런지 도무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영상도 흐릿하니 또 조선일보 영상을 보아야한다.
대형 스피커만 군데군데 놓았어도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텐데 사람들에 밀려 인도쪽으로 가 있으려했더니
너무 어수선하여 다시 안쪽으로 끼어 들어갔다.
아마 추모 분향을 차렸던 차량인듯 싶다.
스피커 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틈새도 없이 붙어서 앉아있다가 일어서다가 몇번을 반복했다.
아무 소리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앞에서 하는 대로 따라 하면서 희미한 영상을 보았다.
김제동이 나오고 안치환, 양희은, 윤도현밴드도 나온다.
노대통령 영구차가 들어오는가보다.
모두들 일어섰다.
그와 함께 분노하고, 기뻐하고, 슬퍼했던 한 시절이 지나간다.
다가올 노년의 삶이 불투명할 때, 그가 농촌에서 사는 모습을 보며 미래에 대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는데...
자전거에 손녀를 태우고 웃고 있는 노 대통령 모습이 자꾸 어른거린다.
조, 중, 동 을 딱 끊자는 스티커.
저놈의 조, 중, 동은 언제쯤 바뀌나.
사람들이 지금의 이 분노를 가슴속에 비석으로 담고 있어야 할텐데.
또 다시 부자 만들어준다는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할텐데...
아직도 3년이 넘게 남았으니...
돈을 제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각종 혜택을 받고도
당연한 듯이 혜택만 받고 돌려주지 않아
얼마나 많이 실망을 하였던가.
지금의 이 분노가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칼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초의원을 뽑더라도 그 사람이 그동안 공익을 위하여 어떻게 일해왔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제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제 명예와 재산을 불리는 데 급급하며 살아온 사람을 뽑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노무현대통령 영정을 앞세우고 영구차가 지나가고 있다.
주변은 온통 울음바다.
'노대통령님, 함께하여 행복했습니다. 고이 잠드소서.'
운구행렬을 따라 서울역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이 사람.
서울역으로 향하는 길에
YTN건물에서 노란 색종이가 뿌려진다.
환호성과 "구본홍은 물러가라, YTN돌려줘라" 구호를 외친다.
봉하마을에서 올라온 버스안에서
시민들이 유시민의원을 발견하고
"힘내라, 유시민"을 외치자
해쓱한 얼굴로 유시민씨가
"몸이 너무 아파 나가서 인사를 드리지 못합니다. 감사합니다"고 쓴 종이쪽지를 버스차창에 붙여보인다.
옆에서 나는 구호소리가 낯익어 고개를 돌려보니 동네 주민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맥주 한잔 같이 하자고 할 찰나, 벌써 사람들에 밀려서 사라졌다.
오백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분향을 했다.
사람들이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마음 아프게만 보는데서 끝나지 말고
왜 그가 그렇게 어려운 길을 갔는지 헤아리고
'정치엔 관심없다'는 말을 막 내뱉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가 바로 우리 삶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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