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시민이 아름답습니다" - 고양시민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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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물고가 경전철은 제2의 청계고가” “아름다운 호수공원 경전철이 웬 말이냐” 가을 하늘 뭉게구름이 호수 물 위에 일렁인다. 고즈넉한 오후의 평화로움이 호수에 담겨있다. 호수에서 눈을 거두니 커다란 현수막이 아파트 벽면에 펄럭인다. 요즈음 고양시는 경전철 건설문제로 떠들썩하다. 일산 신도시 주민들은 경전철이 신도시를 관통한다고 반대하고 외곽에 새로 조성되는 단지 입주민들은 찬성 의사를 던진다. 지난 7월 공청회장에 다수의 주민들이 참석하려 했으나, 막상 고양시장이 해외출장때문에 불참했다. 행사는 양측 충돌이 우려돼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고양시 주민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고양시에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앞장서서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한 ‘고양시민회’는 어떤 대안을 내고 있을까.
도시 전체의 문제로 끌어내야
‘고양시민회(이하‘시민회’)’는 고양시청 앞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사무실 문을 여니 여성 활동가 세 명이 씩씩한 목소리로 반갑게 맞는다. 오랜 활동가 특유의 안정감과 굳건함이 묻어난다. 사무실 벽면마다 자료집과 책들로 가득하고 한쪽 구석에는 연대 단체들의 자료집이 가지런히 꽂혀있어 역사를 짐작케 한다. 김미수 교육홍보 자원활동가(왼쪽아래), 권명애 사무국장(오른쪽아래), 배성연 교육팀 간사(위).
조심스레 ‘경전철’문제를 꺼내보았다. “경전철 건설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신가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작년에 중단했던 사업이었는데, 올해 느닷없이 들고 나왔어요. 그것도 노선을 변경해서.
첫째는 민자건설이 제일 큰 문제이겠죠. 마을버스 요금이 현재 700원인데 경전철 요금은 1500원을 예상하거든요. 운영비가 적자로 돌아서면 요금을 올리고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지겠지요.
두 번째로는 노선문제이죠. 시민들이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문제가 서울로 출퇴근하는 것인데, 현재 노선을 많이 이용할까 의심스럽죠. 서울로 나가는 전철이나 경의선과 연계가 안 되거든요. 교통수단으로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관광용인지 명확치가 않아요. 친환경적인 녹색교통으로는 의미가 있긴 한데... 현재 예상노선은 킨텍스(일산 종합전시장) 시설을 사용하려고 억지로 노선을 끌어들인 모양새예요.” 1988년 ‘시민회’ 결성 당시부터 활동하여 현재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권명애(43세)씨의 진지한 표정에 그늘이 서린다. “문제의 본질이 알려지기보다는, 주민간의 지역이기주의로만 비쳐지는 양상이에요.” “그렇지요.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사업을 하려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장치를 마련하면서 주민들을 설득해야지요. 민-민 갈등으로 부각시켜서는 곤란하죠.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 상처 입는 주민들이 나와요. 시정이란 시민의 편의를 한 축으로 해서 가는 것인데, 시민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되겠죠.
일단은 중단하고 최대한의 검토, 효율적인 대안, 심층적인 분석에다가 주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해요. 덧붙인다면, 내 집값 위주의 자기 재산권, 자기중심적 문제에서 전체적인 도시계획으로 끌어올려서 함께 고민하길 바라고요.” ‘시민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시민회의 사무국장은 거대한 사업이 거두는 효율성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시민들의 참여와 회비로 활동하는 지역시민운동단체
“고양지역 신도시 역사와 함께하는 시민회 20년 역사를 흩어보니, 한 때 커다랗게 소용돌이치던 지역문제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러브호텔이나 호수공원, 놀이시설 유치반대건, 서울외곽순환도로 요금인하 문제 등. 20년 동안 한결 같이 한 길을 가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시민회’는 시민들의 참여와 회비로 활동하는 지역시민운동단체로, 회원들의 올바른 성장, 지역사회 공동체가 민주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라지요.
그동안 지방자치시민대학, 아파트시민학교, 도서관확충운동, 버스노선과 좌석버스 현황조사, 호수공원유희시설설치반대, 준농림지 숙박시설 반대, 금정굴학살진상규명과 명예회복활동, 지역공동체만들기, 고 장준하선생 추모사업, 8월 통일행사, 북녘동포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벌였어요. 20년 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며 현재 고양시민 20년 운동사를 정리하고 있어요. 올 11월말 경에 책을 발간할 예정이구요. 각 단체와 연대해서 일한 것도 큰 성과지요.” 지난해 제57주기 금정굴 위령제 모습. '화해'와 '상생','평화'를 주제로 제 58주기 고양금정굴 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9월 27일 열린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집단총살돼 희생된 민간인 피해자들로, 1995년 9월에 유해가 발굴됐다. '고양시민회'를 중심으로 각 단체가 연대하여 14년동안 진실규명과 명예회복활동을 벌여 국가에서 공식사과를 할 예정이다.
권씨는 금정굴 위령제 준비관계로 잠시 자리를 떴다. 또 한 명의 활동가 배성연(43세)간사에게 다가갔다.
회원 하나하나가 보배이고 생활정치인
“작년 예산안과 결산을 검토해보니 천칠백만 원 정도가 적자더군요. 적자는 어떻게 메우지요?” “행사를 통해서 메웁니다. 저희 회원들은 개개인이 어느 정도 사회적 위치에 있고 리더쉽있는 회원들이므로 숫자만 방대하고 막연한 회원들과는 다르지요. 80년대 386주축세력으로 지역운동을 하고자 하는 분들과 지역농민운동, 노조 일하던 분들이에요. 회원들 하나하나가 보배이고 생활정치인이라 할 수 있고요. 물론, 나이도 젊은 층은 아녜요. 막연히 ‘시민회 한번 해볼까’하고 가입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그만큼 각종 행사에 도움이 되고요.” “인력착취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거죠. 밥 한 끼 먹여주지 않고 막 부려먹어요.” 옆에서 김미수(43) 자원 활동가가 시원스레 웃으며 거든다. “‘풀뿌리 자치모임’을 통해 조사하고 준비하여 시정에 참여하죠. ‘예산감시네트워크’에서 시의회 모니터링과 시정 활동을 꼼꼼히 분석하여 해마다 예산 배정을 제안하고... 할 일은 많고 예산은 부족하고...그러니 무료로 이일 저일 해야 해요.”
20년간 활동한 성과는 곳곳에 나타난다. ‘고양금정굴사건’을 파헤쳐 지역역사와 현대사를 올바로 알렸다. 금정굴 주변 ‘황룡산지킴이활동’과 독립영화감독이 지도하여 ‘우리가 만드는 지역문화유산UCC만들기’ 활동을 아이들과 함께한다. 배 간사는 꼭 내세울 만한 프로그램으로 ‘아파트주거생활연구소’를 꼽는다. “‘아파트주거생활연구소’는 고양시에서 98년 시작했어요.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주거생활이 바뀌어 고향마을이란 개념보다는 새로운 주거문화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지요.
예전에는 하자나 보수 등 단순 상담이 주된 일이었으나, 지금은 ‘어떻게 문화를 일굴 것인가’가 화두라 할까요. 더불어 공동체이익과 개인이익이 상반될 때는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아파트문화에서 내 삶의 질은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집중 연구할 거구요. 올 하반기부터 주민, 반장, 통장, 동대표등이 참석하여 새롭게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죠.”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에 관심을 20년 동안 한 길을 걸어 온 활동가들의 바램은 어떠할까. “사람들이 정치에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으면 해요. 자꾸 요구해야죠. 또한, 정치는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기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잘 뽑았으면 하고요. 그래야 시민회가 의사 전달할 통로가 올바르게 생기거든요.” “청소년들이 미래에 관심을 갖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면 좋겠어요.” “고양시청 직제대로 국을 맡을 수 있는 상근자가 있으면 좋겠어요. ‘생각은 글로벌하게, 현안은 지역에서’ 를 실천하려하지만, 항상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아요. 비근한 예로 서울 한번 다녀오면 구멍나고...촛불집회도 성대히 치르지 못하고...변명일까요” 모두들 한마디씩 바람을 말하면서 20년을 되돌아보는 소회를 잊지 않는다. “그래도 시민들과 하나 되어 현안들을 풀어나가면서 시민회의 존재의미를 찾지요. 고봉산, 경의선, 러브호텔 싸움에 대대적으로 시민들이 참여해주고 지지응원해 줄 때 신이 납니다.
신도시 형성과정에 항상 같이 나아갔어요. 같은 문제로 쏟아져 나와 서로 이웃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공동으로 대응해나가는 참여자체가 소중한 경험이죠. 그것을 바탕으로 진전된 공동체 관계로 끌어나가야 하는데 저희 역량이 부족하여 아쉽고요. 그런데, 엄청난 싸움을 하였어도 결정권자가 중요해요. 그래서 정치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요.” 당당하고 활달한 그들이지만, 활발하게 자기 의사를 표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경직된 사회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표정이 굳어진다. NPO지원단체를 꿈꾸는 희망제작소에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지금 각 분야에서 의욕이 상실되고 소강상태인데,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수강료가 비싸서 참석을 못해요. 단체와 개인이 반반내도 부담되고... 아쉽죠. 내용은 참 좋고 뭔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인데... 활동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운동이 몸에 배인 활동가들이 있는 한, 또 다른 20년이 지나도 ‘시민회’는 여전히 시민들 곁에서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리라... 정발산 아래 고급주택가에 내걸렸던 ‘경전철’관련 붉은 현수막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고 있단다. 생각을 바꾼 것일까. 내 집 앞 문제가 아니면 더 이상 ‘관심 끝’인 신도시 주민들에게 ‘시민회’는 일깨워준다. ‘참여하는 시민이 아름답다’고. [글/정인숙_해피리포터, 사진/정인숙, 고양시민회] 고양시민회 주 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603-1 유림회관 201호 전 화 : 031-965-9944~5 홈페이지 : http://www.gycc.or.kr/ E-mail : gycc8879@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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