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 영산강남노인복지센터

정인숙 2008. 6. 26. 15:41
[(사회복지법인)영산강남노인복지센터]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와병중인 노인을 부양하면서 천사와 악마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으랴. 오랜 시간 동안 간병하면서 육체적인 어려움은 정신적인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집을 떠나 시설로 보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망설이고 두려워하는가.

  

‘영산 강남노인복지센터(이하 ‘영산’)’ 는 오로지 ‘재가노인복지’라는 일관된 주제로 오랫동안 일했다. 처음 이름을 접할 때, 강남이라는 지역성 때문에 ‘부자 노인들의 사교 장소 아닐까’  생각하다가 지역 내 저소득층 독거노인 명단과 담당자, 할 일로 빼곡히 채운 한 달 프로그램을 본 순간, ‘저런 방식으로 집에 찾아가 돌보는구나’라고 퍼뜩 깨달았다.

 

                   '재가노인복지'분야에서 15년 동안 불모지를 개척한 김지영소장.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영산’은 강남 선릉역 근처 테헤란로 오피스빌딩에 자리 잡고 있다. 김지영 소장(53)과 이선자 실장(38)은 밝은 얼굴로 필자를 맞아주었다.

 

“지난 번에 일본에 갔을 때 NPO단체들이 한 사무실에서 공간을 나누어 사이좋게 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무 기기는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거품을 빼고 아주 효율적으로 일하더군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단체 이름을 내세우기 보다는 일에 충실해야지요. 

 

NPO단체의 본연의 임무를 강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자부심과 단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김소장은 이어서 “거창한 구호 속에서 전개되는 일시적인 캠페인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잊어버리기 쉬운 개개인의 인간다움을 찾아가는 소박한 노인복지 단체”를 지향하며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가 ‘영산’의 정신이라고 소개한다.

 

노인들에게 무료 식사 제공부터 시작

 

‘영산’은 1993년에 김지영 소장의 시어른이 “굶는 노인들 식사를 해결하는데 쓰라”고 유산을 남기면서 시작됐다. 창립 멤버인 이선자 실장(사회복지사)과 지금의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지역 내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을 찾아다니며 점심 식사를 제공하였다.

 

그런데, 현장을 다니다 보니 식사이외에 보살펴야 할 일이 산재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무료 ‘시설’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병을 숨기고 집안에 꽁꽁 숨어있었다.

 

15년 전에는 노인들이 무료요양시설을 다녀오면 건강상태가 더 나빠졌다. 게다가 ‘정부가 보조를 하여 집으로 찾아간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의지가 없어 그야말로 재가복지 분야는 불모지 상태였다.

 

김지영 소장과 이선자 실장은 8개 경로당에서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220여 명)하는 외에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돌보미(식사도우미, 가사, 청소, 목욕등 담당) 제도를 도입하여 자연스럽게 재가복지라는 개념을 실현하게 되었다.

 

“강남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 노인들이 거주하느냐”고 묻자 이실장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의 실태를 알려준다.

 

“노인들은 원래 살던 곳에서 떠나기가 쉽지 않아요. 이곳에 살던 노인들은 생활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구임대아파트나 더 싼 지하셋방 등으로 옮겨 살게 돼요”

 

노인부양은 사회 전체의 문제

 

‘영산’은 노인들의 상태에 따라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말벗, 가사, 청소, 목욕, 영양 관리 등을 하면서 노인부양은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영역을 넓혀 나간다.

 

독거노인의 존재를 이웃에게 알려 ‘하루에 한 번씩 들여다보기’, ‘자원봉사자와 결연 맺기’ 등의 방식으로 노인 돌보미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현재 노인돌보미바우처 사업, 실버도우미 제도를 도입하여 영세 가정뿐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둔 가정을 대상으로 노인복지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실버도우미가 집으로 찾아가 돌보고있다.

 

유급 실버()도우미(2006 3월 시작) 50명이 일하고 있으며, 급여는 일반가정에서 부담하는 시간당 5천 원과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또한 강남구 ‘노인복지지원센터’와 연결하여 유급자원봉사자 30명이 80명의 국민기초생활수급권독거노인 가정을 돌보고 있다.

 

7월부터 가족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65세 이상의 노인의 상태에 따라 지급되는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는 20%만 부담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 동안 현장을 누비며 일한 성과가 '재가복지'제도로 연결되었다.

 

‘손자녀되어’  손자녀바구니 들고’ 

 

봉사활동이 중 고생 필수이수 과정으로 들어오자 1998년에 ‘나무동아리’ 청소년 봉사단을 결성하였다. ‘독거노인손자녀되어드리기’ 활동은 1년간 활동계획서를 만들고 학생들의 부모도 청소나 밑반찬 등을 준비하여 매월 정기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나간다.

 

청소년 봉사활동은 성장 과정에 꼭 필요한 일임에도 각 단체들은 또 하나의 부수적인 일거리이기에 형식적으로 흐르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영산’에서는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위하여 강한 조직력보다는 ‘부모와 함께 하는 봉사’를 내걸고 청소년 개개인과 독거노인 양쪽 상황에 알맞게 매뉴얼을 준비하여 학생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 가족이 모두 참여하거나가족행사에 독거노인도 함께 하는 일도 종종 나타났다.

 

한번 맺어진 인연은 파급효과를 일으켜 지금은 매월 20여명의 어머니가 장보기부터 음식 만들기, 포장까지 한다.

 

자발적으로 제공한 회원의 집 부엌에서 30명분의 반찬과 과일 등을 

정성껏 준비하며 ‘손자녀바구니’를 꾸민다.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영산’이 자부심을 갖는 또 하나의 사업은 ‘여성시니어문화봉사단’(200210월 시작)이다. 노인레크레이션전문가 양성 기관의 협력으로 강사교육을 받고 강남구비 지원으로 각 경로당에 매주 2시간씩 두 명씩 파견한다. 봉사원들은 스스로 자아개발 및 봉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매년 6주에서 10주간에 걸쳐 재교육을 받는다.

 

현재 60여명이 30개팀을 이루어 서울시내 주 단기 보호소(경로당 포함)에서 국악, 민요, 가요, 레크리에이션 등 문화프로그램 봉사활동을 한다. 이는 시니어봉사자들이 자아발전과 노후설계는 물론, 사회일원으로서의 자각을 갖고 사회의식을 갖도록 돕는다.

 

노인의 입장에서 일하면서 ‘자활’이 노인들의 절실한 희망임을 공감한다. 이에 경로당을 활용하여 일터로서 ‘재너머어르신공동작업장’(200611월 시작)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권춘자 씨(74)는 영산 소식 ‘한마을’(2008년 봄 호 기재, 97 4월부터 발간)에 노인들의 소망을 진솔하게 올렸다.

 

...시간도 잘 가고 지루하지도 않고 하루의 생활이 즐겁기만 하답니다. 나이를 먹고 보니 능력이 있을 땐 만 원도 작아 보이더니 지금은 천 원도 커 보입니다. 통장에 보수 들어오는 것도 만끽하고요. ...노인문제 때문에 신경 쓰실 일도 많겠지만 마음까지 늙어가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하여 이런 일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어 힘없는 노인들의 하루 생활에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할머니들이 볶은 고추장, 제과, 제빵을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들어 ‘역삼주민자치센터’ 앞에서 일주일에 두 번 판매를 한다.

 

선한 마음을 끄집어내다

 

김 소장과 이 실장은 사람들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선한 마음을 끄집어내어 기쁘게 일하도록 하여 파급효과를 얻는다. 현재 직원 열 명이 일하며 하루 500명 정도의 인원이 이곳을 드나든다.

 

‘꾸준히, 계속’ ‘재가복지’에 몰두하여 눈부신 성과를 이루어 낸 ‘영산’은 한가지 일에 몰두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누비며  가교 역할을 하는 한편,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일자리를, 무급 자원봉사자들에게는 재교육을 통하여 성취감을 맛보며 스스로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영산’의 중심 일꾼인 이선자 실장은 그 동안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어려움에 부딪치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드리려 노력하죠. 꾸준히 일하면서 머리를 맞대며 방법을 찾고 부딪치다 보니 길이 보이고 그 길로 또 나아가져요.

 

그의 말을 들으며 인품을 갖추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끊임없이 소통해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떠올랐다.

 

“앞으로 재가복지가 더욱 확산되어 더 많은 노인들이 혜택을 받기를 바라고, 더불어 더 많은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는 영산의 꿈은 희망을 찾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든든한 보금자리로 뿌리내리며 펼쳐질 것으로 믿는다.

 

[/정인숙-해피탐사단, 사진/강남노인복지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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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 : 정인숙 | 2008.06.12 | 조회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