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희망포럼사전답사기] '희망포럼' 버스를 타고 변산으로!

정인숙 2011. 5. 13. 19:24

최악의 황사가 덮친다는 2일, 행설아 나들이 ‘희망포럼’ 사전답사를 가는 날입니다.
서울부터 막히는 길을 뚫고 서산에 오신 네 분, 한석규 회장님, 이정희 사무국장님, 조기대 총무님, 거기에 이소영 선생님과 반갑게 해후하고 새만금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 주변엔 공장이 없어서 한가롭습니다.
산과 들이 오월을 맞아 한결 푸르러졌습니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니 군산 북새만금 방조제 가는 길이 나오네요.
내비게이션에선 아직 더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고 하고…….
처음 가는 길이니 내비를 믿고 열심히 달려봅니다.
뿌연 황사 먼지를 배경으로 봄 산에는 각기 다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 아련하게 수채화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엇! 잘못 왔어요. 변산으로 오면 한없이 멀어지는데…….”
아이고~~. 새만금 방조제의 가장 남쪽 끝자락으로 왔네요.
할 수 없이 거꾸로 훑어야겠습니다.
채석강 근처에 식당을 정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격포로 차를 내달립니다.
사전에 추천받은 식당을 찾아 주변 상인들에게 물어보니 그 식당보다 바지락 죽으로 유명한 ‘명인바지락죽집’을 추천해주네요.
거꾸로 왔어도 성과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
다시 새만금방조제 근처로 내달립니다.
벌써 한 시를 넘어가니 다들 배고픔으로 어질어질~~.

 

오호, 제대로 찾았습니다. 풍광 좋은 자리에 자리 잡은 맛있는 식당.
이제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다섯 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합니다.
바지락죽, 바지락비빔밥, 바지락무침, 바지락전…….
바지락으로 이런 오묘한 맛을 내다니요……. 참 맛있습니다.
팔십여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고 종업원도 여러 명이라 서빙에도 문제가 없고…….
적은 비용으로 맛있는 식사를 하려니 회장님과 총무님이 자꾸 계산기를 두드려봅니다…….

 

 

그 와중에 버스 임대료가 계획보다 비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걸 어쩐담. 휘발유 값이 올라 하루 60만 원으로는 빌릴 수가 없다네요.
더구나 5월 말 성수기니…….

 

이소영 선생님이 오랫동안 생협 나들이에 싼 가격으로 버스를 대여해주시고 있는 김기사님께 연락해봅니다. 김기사님이 희망제작소에서 나들이 간다고 회사에 알아보고 버스를 알선해 주셨네요. 오늘 귀한 시간을 내어 답사에 나선 이소영선생님이 한 몫 단단히 하셨습니다. ^*^

 

이번에는 ‘변산공동체마을’를 찾아갑니다.
인터넷에서 주소도 전화번호도 누리집도 찾을 수 없는 마을…….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세히 알려주십니다.
“큰길에서 쭉 나가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가서 또 쭈~욱 가다보면 변산 초등학교가 나오고 거기서 또 쭉 가면 나와요.”

 

‘변산 초등학교’를 내비에 입력시키고 찾아갑니다.
내비가 없는 시절엔 어찌 길을 찾아 다녔을까 쯧.
이 길로 쭉~~, 저 길로 쭉~~ 가다보니 막다른 길……. 이상합니다.
들에서 일하시는 할머니께 길을 물으니 지나쳤답니다.
“저기 산 아래 황토벽돌집 있는 덴디~~.”

 

다시 돌아 나갑니다.
이 좁은 길을 버스 두 대가 들어온다?
조용한 시골 동네에 민폐인 듯하니 ‘변산공동체마을’을 답사 목록에 넣어야할지 고민입니다.
하지만, ‘희망포럼’에서 가고자하는 곳은 일반 관광지가 아니라 주제를 정해 그에 걸맞은 답사지를 정해야하니까요.

 

드디어 ‘변산공동체마을’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이 뛰어 다니고 어른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계시네요.
수레를 밀고, 낫을 갈고……. 사무실을 물어보니 두 번째 흙집이라고 알려주네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분은 새참을 준비하시고 한 분은 쑥을 다듬고 계시네요.
언뜻 벽을 살펴보니 칠판에 일정표가 빽빽합니다.
변산공동체마을에선 원칙적으로 하루 방문을 받지 않는답니다.
3박4일을 묵으면서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군요. 이런 어쩐담~~!

 

 

희망제작소에서 방문하고자 한다니 부재중인 교장선생님을 연결해주어 우리가 방문하고자하는 목적을 알리고 일정을 설명하니 ‘오케이!’ 흔쾌히 대답하시네요.
마을을 둘러보고, 마을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듣고, 장터도 열어 이곳 생산물을 구입하는 시간을 갖자고 일정을 정했습니다.
 
직접 흙집을 짓고 직접 노동하면서 공동체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궁금한 점이 많았지만, ‘희망포럼’날을 기대하면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사이 한회장님은 그곳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발효실도 둘러보고 화장실도 열어보십니다.
조총무님도 산세를 살피고 조망을 둘러보며 감탄하십니다.
‘참 아늑하고 좋은 자리에 잡았다’하시면서…….

 

두시에서 한 시간 반가량 마을에 머물기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또 한 가지 숙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버스로 이곳저곳을 다니기보다 한 곳에서 찬찬히 둘러보자고 공통의견을 모으고…….
그래도 바닷가에 나왔으니 바닷가에 가야하지 않을까.
마침 나오는 길에 변산 해수욕장이 보입니다.
팔십여 명이 바다 구경을 하기에 딱 알맞은 장소입니다.
버스 주차도 편리하고 한적합니다. 당첨!

 

4월 내내 춥고 바람 불어 봄날같지 않더니 오늘은 한결 덥습니다.
바닷물에 쓸려오는 해풍에 더위를 식히고 새만금 방조제로 나아갑니다.
어디에서 쉬고 어디에서 해설을 들을까.
전망대가 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물어보니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까지 올라가려면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릴 듯합니다.
‘전망대는 포기……. 기념탑 근처에서 해설을 듣기로 하자.’

군산에서 서해안 고속도로로 나오는 길이 꽤 깁니다.
시내를 통과해야 하니까요.
제가 사는 서산 솔꽃모루마을을 보고 싶다 하십니다.
해지기 전에 마을에 도착하려고 전속력으로 내달립니다.

 

 

군산서 서울까지 가려면 네 시간은 걸리겠습니다.
‘저녁식사는 휴게소에서 각자 해결하도록 하자.’
행설아 회원 분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어떻게 참여하게끔 하느냐를 주제로 차 안에서 계속 대화가 이어집니다.
행설아회, 포럼, 행설아학교, 새로운 사업 아이템 등등.

 

일곱 시가 넘어서야 제가 사는 마을에 도착하였습니다.
초보 농사꾼인 제 남편이 오늘 혼자서 고추모종을 심었다가 다시 뽑아 심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고추 몇 포기로 끙끙대는 동안 저 앞집에서는 오백여 평 되는 밭에 생강을 다 심었습니다.
우리가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한 포기 심는 동안 그 분들은 척척 심어나가니까요.

 

여덟시가 넘어 서산 인터체인지 근처에서 헤어졌습니다.
서울까지 되잡아 가시려면 또 두 시간 가까이 달려야하니 참 걱정입니다.
오늘 새벽부터 서둘러 나오셨을 텐데...

 

그 날 차안에서 스마트폰 빠른 길 실시간 검색을 처음으로 이용하셨다는군요.
운전대를 잡은 한회장님이 노련하게 운전하시고 세 분이 길 안내를 이리저리 하셔서 무사히 도착하셨다는 후문입니다.
일산과 시흥에 사시는 이사무국장님과 조총무님은 다음 날 새벽에 댁에 들어가셨고요.
일정도 잡았고 버스도 해결되었고 식당도 멋진 곳으로 정했고…….
좋은 날,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일만 남았습니다.

 

모두 행복한 얼굴로 떠나요.
‘희망포럼’ 버스를 타고 변산으로!
5월 26일, 목요일입니다.

 

* 변산공동체 윤구병대표 인터뷰 기사(바로가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5027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