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행복설계포럼후기] 나는 시간, 청결, 돈에 걸려있다?

정인숙 2011. 3. 3. 22:17

[20번째 행복설계포럼후기] 

“‘당신 바보 아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까요. 우리들의 소망은 자존감이 높고,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 지 선택할 수 있고, 책임감을 갖고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이잖아요. 참 어렵지요. 김수환 추기경님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려오는데 70년 걸렸다고 하시는데…. 동양에서는 五氣(和氣, 精氣, 聽氣, 生氣, 德氣)를 실천할 나이가 되면 결혼을 시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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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여 년간 임상 가족치료에 전념하신 정은선생님(고려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교수, 행설아 5기 수료)은  행설아 동창들을 ‘우리들’이라고 호칭하며 친근하게 다가오십니다. 五氣를 생활과 연관시켜 설명하자 모두 머리를 끄덕입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볼까요. 혹시 6세 이하의 기억이 나시나요? 아동기에 정서적으로 굉장히 의미심장했던 사건이 일생에 영향을 끼칩니다.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면 좋겠지요. 아동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상처로 남아있으면 결혼생활에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것이 완전히 해결된 사람이 찾는 직업이 성직자이고요.”

아하, 그렇구나. 평소에 ‘내가 왜 이럴까’ 골똘히 생각하던 문제가 풀리는 느낌입니다. 
정 은선생님은 우리자신의 경계선, 긴급 상황에 처했을 때, 30분 내에 달려올 사람이 몇 명 있는지 생각해 보라며 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지 살펴보자고 이끕니다.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늘 지니고 있는지…. 최근의 사건이나 내가 속한 기관의 성격특성을 살펴보고 내가 어떤 지점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게 파악이 되면 자기 이완 기술도 갖게 됩니다. 저는 특히 심신의 상관관계를 중시여깁니다. 마음, 생각, 정서…. 상대방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을 내가 잘 아는가…하는 문제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어야 하는데, 산이 산이 아니고 물이 물이 아니게 흐를 때 내 마음은 어떠할까. 또 맑게 흐를 때는?”

행설아 회원 삼십여 명은 정 은선생님이 이끄는 마음여행으로 떠나갑니다. 각자의 마음속 ‘나’를 살펴보러요.

나는 어떤 타입일까

먼저 인간관계 오감(五感) 타입과 걸림에 대해 살펴봅니다.

“부부 혹은 연인끼리 어떻게 앉으세요? 시각형의 사람은 마주보고 앉죠. 청각형은 옆에 앉고요. 여성들은 청각형과 촉각형입니다. 서로 어떤 형인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딴죽 거니까요. 
현대인들은 다음 세 가지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걸립니다. 시간에 걸려있거나, 청결에 걸려있는 사람, 돈에 걸려있는 사람… 세 가지에 다 걸리지 않는 사람은요? 도인이죠. 세 가지에 다 걸려있는 사람은요? 용인병원으로 가야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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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동안 행설아 회원으로 신뢰를 쌓아왔기에 한 분 한 분이 낯설지 않아 친근하게 질의응답이 오갑니다. 회원분이 강연하는 강점이 ‘바로 이것이구나’라고 느껴집니다. 문제를 서로 알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서로 이해하기에 편안하게 답할 수 있나 봅니다.

걸림의 문제를 파악하고 부부관계가 수월해진 내담자 사례도 전해 듣습니다.  어떻게 해결해 가는가도 심리적 특성을 배려해 가며 풀어가야 한다네요.

‘아내는 과거에 의지해서 살고 남자는 미래에 이끌려서 산다’는 속성처럼 서로 다르다해도 상대방에게 상처로 남아있으면 현재 문제랍니다. 과거의 상처가 지금 현재 살아서 숨쉬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는군요. 어떻게요? 그 사람이 괜찮아질 때까지 부추겨 주어야한답니다. “그때 참 힘들었겠다. 미안해!”하면서요.

잘 들으려면 귀가 아닌 五氣로 들어라

본격적으로 부부문제를 살펴봅니다. 부부의 상호기대가 다르기에 티격태격 싸움도 많이 일어납니다. 제일 문제는 역기능적 부부유형이라는군요.

“부인들은 비난(Criticism)을 많이 합니다. 상대방을 모욕하고 경멸하면서요. 남편들은 자기방어(Defensiveness)를 많이 합니다. 무반응으로 대응하고 상호작용철회를 사용하면서요. 실제로 결혼 전인 커플들을 원룸에 15분간 들어가게 하고 대화를 살펴보았어요. 이런 역기능적 유형 하나에 걸려도 이혼할 확률이 높습니다. 실제 실험에서도 91%가 헤어졌으니까요.”

정 교수님은 해독제도 알려줍니다. ‘잘 들으려면 귀가 아닌 五氣로 들어라’로 시작하면서 …

오늘 재미있는 유머도 배워갑니다. 한심이, 양심 있는 사람, 세심한 사람, 사심 있는 사람, 열심히 사는 사람 등등.
유머와 곁들여 오랫동안 부부관계 상담을 한 경험에 비추어 몇 가지 당부를 합니다.

“보통 남자들은 하루에 2만 마디, 여자들은 3만 마디의 말을 하루에 합니다. 남자들은 회사에서 다 쓰고 와서 쉬고 싶어 합니다. 여자들은 나머지 만 마디를 집에서 하기를 원하죠. 만 마디 해결을 잘해야 합니다. 

아침을 얻어먹고 직장에 다니는 남자들은 어깨가 펴져있어요. 남자들은 나만을 위한 1인용 밥을 원합니다. 그런 대접 받아 보셨나요.

아내들은 대통령의 아내 되는 것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일찍 돌아와서 알콩달콩 살기를 원하죠.
돈이 떨어질 때까지 같은 취미를 즐기기 바랍니다.

이성과 단 둘이 저녁모임을 갖지 마십시오.”

여자와 남자의 다른 점, 서로 기대하는 사항 등 소소한 문제를 짚어가며 문제 해결 기술을 일러줍니다.

부부유형을 살펴보면서 참 많이 웃었습니다. 우리들 자신을 돌아보게 하니까요. 습관적으로 싸우는 부부, 활기를 잃어버린 결혼, 수동적으로 자족하는 결혼, 활기찬 결혼, 완전한 결혼… 우리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가장 바람직한 결혼생활은 ‘활기찬 결혼’이라는군요. 부부가 아이들과 늘 함께 움직이고 싸우기도 잘 싸우지만,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여준다는 겁니다. 실험 상 110명을 놓고 보았을 때 ‘활기찬 결혼’ 부부는 20%에도 못 미친다고 합니다. 설문상이니 실제로는 더 적다더군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 힘이 솟아나야지요

또 하나 배우자와의 친밀감을 따져보았습니다. 성적 영역, 신체적 영역, 정서적 영역, 사회적 영역, 지적인 영역, 여가생활, 심미적 영역, 영적인 영역… 8가지 영역중 네 개 이상이면 관계가 좋다고 하시네요.

“어떻게 하면 친밀감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그 사람…그 사람을 생각하면 힘이 솟아나야지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사람 습관은 고치기 힘들어요. 그런데 우리는 꼭 깨부수려고 하죠. 싸워도 ‘니가 먼저 화해 신청해야지’하며 고집부리다 헤어진 부부 많이 봤어요. 상대방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상대에게 기대를 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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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야’라고 외칠 수 있는 삶,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삶으로 이끄는 정 은선생님과 행설아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내 안으로 깊이 들어가 본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닭살스러운 표현 싫어하는 사람 없습니다. 칭찬 받으면 제 안에서 역량이 막 일어납니다. 추운 겨울이어도 신나게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즐겁고 젊은 정신으로 그냥 이유 없어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일 년 중 진짜 불행한 일은 40여일이라잖아요.

같이 앉아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잘 듣기 어렵죠. ‘한번 말하고 네 번 들어라. 마음에 칼을 키우지 말자. 자신을 지키려면 공격하지 않기, 상대방이 나를 공격해도 대적하지 않기, 회유하지 않기’… 우리들은 자중 자애하는 인간관계를 지녀야할거 같아요. 우리들의 동반자는 친구, 책, 양심, 기쁨, 자유, 평화… 즉 프로이드가 말한 것처럼 잘 놀고, 사랑하고, 열심히 일해야겠지요.” 

정 은선생님의 소망과 우리들의 소망을 함께 나누면서 스무 번째 행복설계포럼을 마쳤습니다. <정은가족치료실> 문이 언제든지 활짝 열려있다니 마음 한 구석이 왠지 든든해집니다.

[글_ 정인숙 해피리포터, 사진_ 김돈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