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집에서 가까운 도비산에 마을 분들과 올랐다.
그때 찾아간 절이 '동사'.
임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언덕배기에 진달래와 개나리로 길을 에워싼 산중턱의 집이 아름다워 들러보고
동사에 찾아가니 작은 암자였다.
동사에는 눈길이 가지 않고 그 앞에 늠름하게 서있는 고목 벚꽃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그늘 아래서 쉬면서 다음 주에 꼭 찾아와서 벚꽃 감상을 하자고 했다.
그날이 바로 오늘.
일행중 어린 서경이가 '동사'보다 '부석사'에 가자고 하여 부석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부석사 입구에서 부터 커다란 나무에 벚꽃이 활짝 피어 눈이 열리고 마음에 환희가 일렁인다.
'오호~~! '
오늘은 도비산 정상에 오르자고 부석사를 비껴 옆으로 오르니 개별꽃, 현호색, 제비꽃 꽃밭이 장관이다.
작은 디카라도 가져올걸~~. 김밥을 싸느라 부산 떨다 카메라를 놓고 왔으니 오호 애재라~~.
도비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 나무 계단을 쌓고 있다.
정상 누각에 앉아 김밥과 딸기를 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시 길을 걷는다.
곧바로 내려가기엔 아쉬워서 '해넘이' 길로 들어섰다.
호젓한 오솔길에 개별꽃이 지천이고 군데군데 붓꽃도 피었다.
하얀 제비꽃은 또 어찌나 눈길을 끌게 하는지~~.
무더기로 핀 곳에서 조금 캐고 오솔길을 걸으니 땅 위로 삐죽삐죽 솟아 나온 새싹들.
'저것이 무엇이더라...'
조금 큰 놈을 살펴보니 꽃이 피어있다. '둥글레다!'
둥글레가 지천이다. 작은 새순이 삐죽 올라오는 것이 얼마나 예쁜지...
둥글레 밭을 지나 커다란 바위 사이를 지나니 별안간 둥그런 언덕이 보인다.
'와아! 제주도 오름같다. 사방이 빙그르르 다 보이네.'
서경이는 언덕에 누워 하늘을 감상하며 폼을 잡는다.
들이 펼쳐지고 바다가 저 멀리 보이겠고... 날씨가 약간 흐린 탓에 시야가 멀리 보이지 않아 추측만 할뿐이다.
군데군데 벤취도 놓여져 있어 소풍 나오기 딱 좋은 곳이다.
표지판을 보니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소라고.
산을 내려오니 길이 나온다.
표지판에 한 쪽은 해넘이, 다른 쪽엔 석천암이라고 쓰여있다.
어느 쪽으로 가야할 지... 석천암쪽이 내려가는 길로 보여 그곳을 택했다.
산벚꽃이 어우러지고 어린 잎이 돋는 나무들이 연둣빛으로 어른거린다.
저 앞에 거니는 서경이가 그림같다.
"서경아! 너무 예뻐~~."
내려가는 길이 잘 닦여있다.
길가엔 잔디와 제비꽃으로 뒤덮여 싱그러움을 안겨주고...
조금 내려가니 굵은 소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하며 빽빽히 들어차 있다.
숨을 크게 내쉬며 눈에 풍경을 담고 한 30여 분 걸었다.
이제 끝인가 보다. 저기 표지판이 보인다.
아뿔싸! 부석사는 우리가 걸어온 방향이다.
다시 저 위로 걸어올라가야 한다고 ???
일단 마을로 내려가 보자. 길이 나오겠지...
마을에 내려가니 도선사가 나오고 석천암 포교원이 나온다.
농촌 체험장 밭에서 어르신 두 분이 일하고 계신다.
"할머니! 부석사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옆에서 일하시던 할아버지가 거드신다.
"여기서 큰 길로 걸어가려면 오늘 하루종일 걸어도 못가유~~. 산으로 올라가서 넘어가는 게 빨라유~~."
버스도 없단다. '에구구. 어쩌나~~!'
할 수 없이 남편에게 SOS를 쳤다.
"도비산에서 부석사 반대 방향으로 넘어왔어요. 도와주세요~~ 흑흑. 석천암이래요."
"알았다. 오바"
한가하게 앉아서 할미꽃 구경도 하고 남아있는 물 한모금 나누어 마시며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전화를 해보니 석천암을 찾아갔는데 내비가 엉뚱한 곳으로 인도하여 헤메고 있다나...
할아버지가 한 마디 거드신다. "가사리에서 세 번을 왔다 가도 될 시간여~~."
다시 주소를 물어 알려준다. 인지면 상당리 ....
서경이가 할머니 곁으로 가더니 "시금치 여린게 참 맛있겠어요."한다.
할머니가 금방 속아 오신다. 잔뜩 갖다 놓으시더니 다듬어 가라신다.
할아버지가 인정초등학교를 찾아오면 된다 하셔서 다시 알리고 인정초교로 가려하니 '저기'가 '저 멀리'다.
'아이고~~!' 큰일이다. 다시 전화하고...
그때 마을 길로 들어서는 스포티지를 발견하고 다같이 "저 차다!"
남편이 진땀을 흘렸는지 얼굴이 노리끼리... 멋적게 웃으며 내려선다.
집에서 떠날 때 십여 분으로 내비가 가리킨 길을 거의 한 시간 걸려 찾았다나....!
오늘 저녁, 그 시금치로 국을 끓였다. 사연 많은 시금치국, 맛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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